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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0억 손배소 취하 밑거름?…한화오션, 하청노동자 대상 소송 기일 변경신청서 제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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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0억 손배소 취하 밑거름?…한화오션, 하청노동자 대상 소송 기일 변경신청서 제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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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 취하 협상 진행…업계 "한화오션, 명분 찾기 나설 듯"

대우조선해양 시절 하청노동자 파업에 470억원 상당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 중인 한화오션이 노동조합과 취하를 위한 협상을 벌이는 상황을 고려해 변론기일을 연기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한화오션

대우조선해양 시절 하청노동자 파업에 470억원 상당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 중인 한화오션이 노동조합과 취하를 위한 협상을 벌이는 상황을 고려해 변론기일을 연기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한화오션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대우조선해양 시절 하청노동자 파업에 470억원 상당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 중인 한화오션이 취하를 위한 협상을 벌이는 상황을 고려해 변론기일을 연기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업계에서는 한화오션이 명분을 확보하면 취하할 것으로 내다본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구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14일 변론기일 연기 신청서를 창원지법 통영지원 민사1부에 제출했다. 재판부는 오는 17일 오후 3시 40분 예정된 변론기일을 오는 9월 18일 오후 3시로 연기했다.

앞서 대우조선해양은 2022년 8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거통고지회)가 같은 해 6~7월 51일 동안 파업을 벌인 것과 관련해 470억원 규모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은 대우조선해양이 한화그룹 품에 안겨 한화오션으로 출범한 뒤에도 이어졌다. 소송은 지난 2월 거통고지회 관계자 업무방해 혐의 등 형사 사건 1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지지부진했다. 창원지법 통영지원 형사2단독은 김형수 지회장 등에 징역형에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지난해 12월 3일 당시 윤석열 대통령 비상계엄 선포와 지난 4월 헌법재판소 탄핵 선고, 지난달 이재명 정부 출범 등 과정은 소송에도 영향을 줬다. 이 대통령은 지난 2월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 조선업계 비공개 간담회에서 취하 방법을 모색하자고 밝힌 바 있다.

김희철 한화오션 대표이사 사장은 "배임 문제가 걸려 있어 어렵다"라는 취지로 답했다. 민주당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추진과 맞물려 한화오션 소송 취하에 힘이 실렸다. 해당 법안은 노조에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있다.


2022년 7월 22일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현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서 옥중투쟁을 하던 유최안 하청지회 부지회장이 투쟁을 마치고 들것에 실려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 /더팩트 DB

2022년 7월 22일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현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서 옥중투쟁을 하던 유최안 하청지회 부지회장이 투쟁을 마치고 들것에 실려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 /더팩트 DB


한화오션 하청 노사가 지난달 2024년 단체협약에 잠정 합의하면서 한화오션과 거통고지회 사이 화해 분위기가 짙어졌다. 김형수 지회장은 지난달 19일 96일째 서울 중구 한화빌딩 앞 철탑에서 벌인 고공농성을 해제했다.

한화오션과 거통고지회는 소송 취하를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한화오션이 기일을 변경해달라는 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한 것도 굳이 절차를 진행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소송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지난해 6월 27일 변론기일은 관련 사건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며 추후지정(기일을 변경, 연기 또는 속행하면서 다음 기일을 지정하지 않는 경우)이 됐다. 이후 형사 사건 1심 결과가 나왔고, 오는 17일 기일이 열릴 예정이었으나 연기됐다.


한화오션 측이 거통고지회 측에 먼저 기일을 변경하자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거통고지회 측도 공감해 연기된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에서는 한화오션이 명분만 찾으면 소송을 취하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취하를 할 경우 회사에 손실을 끼친 것이기에 배임이라는 지적이 있으나, 승소하더라도 거통고지회로부터 실제로 받을 금액이 높지 않은 만큼 소송을 이어가지 않는 것이 합리적인 경영 판단일 수 있다는 의견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재선 성공 이후 한미 조선산업 협력 등 한화오션이 추구하는 방향이 외부인 점을 고려해도, 국내 소송으로 기업 이미지를 깎아 먹는 행위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화오션이 거통고지회로부터 재발 방지 약속이나 사과 등 명분을 확보하면 취하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주주들에게 배임 지적을 받지 않기 위해선 명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bel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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