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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빌보드 6위·굿즈 대란... '케데헌'에 세계가 들썩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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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빌보드 6위·굿즈 대란... '케데헌'에 세계가 들썩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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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 24일째 넷플릭스 영화 4위
영화 OST '골든' 미국 빌보드 6위
호랑이 '더피' 인형은 품절 대란
"완성도 높여 팬덤 취향 저격해"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서 주인공인 케이팝 걸그룹 '헌트릭스'가 공연을 하고 있다. 넷플릭스 유튜브 캡처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서 주인공인 케이팝 걸그룹 '헌트릭스'가 공연을 하고 있다. 넷플릭스 유튜브 캡처


초등학교 2학년 오모(8)양은 요즘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에 푹 빠져있다. 영화를 열 번 넘게 돌려봤다. 오양 주변에는 각종 굿즈(goods·기획상품)를 모으거나, 극 중 보이그룹인 '사자보이즈' 사진을 교과서에 붙인 친구들도 많다. 쉬는 시간엔 영화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 '골든'을 다 같이 듣고 따라 부른다.

케데헌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영화 OST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어 미국 빌보드 차트까지 진입해 연일 신기록 행진 중이다. 영화에 등장한 K콘텐츠 상품들도 흥행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K팝을 소재로 완성도를 높인 영화가 팬심에 힘입어 대중적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공개 4주 차에도 인기... OST 빌보드 6위 올라


14일(현지시간) 글로벌 OTT플랫폼 시청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넷플릭스에 공개된 케데헌은 24일째 넷플릭스 영화 시청 4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미국에서는 넷플릭스 전체 영화 중 2위, 어린이 영화 1위를 기록했다. 한국 등 11개국에선 근 일주일째 시청 1위를 사수 중이다.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서 보이그룹 '사자보이즈'가 '소다팝' 노래에 맞춰 군무를 추고 있다. 넷플릭스 유튜브 캡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서 보이그룹 '사자보이즈'가 '소다팝' 노래에 맞춰 군무를 추고 있다. 넷플릭스 유튜브 캡처


영화에 나오는 OST는 더 인기다. 이날 빌보드 차트 예고 기사에서 영화 속 인기 케이팝 걸그룹인 헌트릭스의 '골든'은 싱글차트 '핫100' 6위에 자리하며 처음 10위권에 들었다. 2주 전 81위에서 지난주 23위, 이번 주 6위로 매섭게 치고 오르고 있다. 이 노래는 빌보드 '글로벌(미국 제외)'과 '글로벌200' 차트에서도 나란히 1위를 차지했다. 내년 아카데미 시상식 주제가상 후보로도 거론된다.

국내 차트도 점령했다. 13일 국내 주요 음원서비스 멜론 일간 차트 기준 '골든'이 1위, 저승사자 모티프의 보이그룹인 '사자보이즈'의 '소다팝(5위)'과 '유어 아이돌(18위)'도 상위권에 올랐다. 가창력을 뽐내려는 가수와 뮤지컬 배우, 인플루언서는 음역대가 높은 '골든' 커버 영상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차은우, 보이넥스트도어, 플레이브, 라이즈 등 유명 케이팝 스타들도 팬미팅과 SNS 쇼츠를 통해 '소다팝' 댄스 챌린지에 동참하며 화력을 보탰다.

굿즈 품절에 '뮷즈' 역직구... 라면·과자도 잘 팔려



15일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온라인숍에 까치 호랑이 배지와 갓 키링 등이 일시 품절로 표시돼 있다.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온라인숍 캡처

15일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온라인숍에 까치 호랑이 배지와 갓 키링 등이 일시 품절로 표시돼 있다.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온라인숍 캡처


케데헌 관련 상품은 없어서 못 팔 지경이다. 특히 민화 '작호도'에서 튀어나온 듯한 호랑이 '더피'와 까치 '서씨' 캐릭터 상품 선호가 높다. 넷플릭스에서 공식 출시한 더피 인형이 품절 사태를 빚자 국립중앙박물관의 뮷즈(뮤지엄+굿즈)로까지 눈을 돌렸다.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온라인숍 하루 평균 방문자 수는 영화 공개 이전 7,000명에서 지난주 50만 명으로 70배 넘게 뛰었다. 대표 상품 '까치 호랑이 배지' 예약 판매가 진행된 11일엔 홈페이지가 마비됐다. 케데헌 열풍에 올해 K굿즈 역직구 건수와 거래액도 작년 대비 각각 78%, 56% 늘었다고 번개장터는 밝혔다.


케데헌에 등장한 식품들도 덩달아 인기다. 극 중 주인공들은 공연 전 새우깡을 연상시키는 '매운 감자칩'과 신라면 같은 '동심 라면'을 먹는다. 해당 제품들이 무료 광고 효과를 누리면서 판매량도 상승세다. 삼성전자는 케데헌 마케팅에 이미 나섰다. 까치 서씨의 눈 세 쌍이 휴대폰 카메라 렌즈를 연상시킨다는 점을 활용해 케데헌과 협업한 갤럭시 폴드7 광고를 선보였다.

"K팝 팬덤, 모든 것 소비한다"


'노래로 세상을 좋게 만든다'는 선한 영향력의 스토리텔링과 완성도 높은 음악이 기존의 국내외 케이팝 팬덤의 취향을 저격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들을 완전히 몰입시킨 상황에서 일반 애니메이션과 오컬트물을 선호하는 시청자까지 아우르는 보편성을 발휘해 큰 성공을 거뒀다는 분석이다. 한국 전통문화와 한국인의 일상생활을 세심하게 구현해 차별성도 꾀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케데헌을 받치고 있는 케이팝 팬덤의 특징은 원콘텐츠와 관련한 모든 것을 소비하려 한다는 점"이라며 "이를 통해 응원과 지지를 보내는 동시에 아직 주류로 인정받지 못하는 상처를 풀어놓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적 요소가 흥행 원인은 아니라고 경계했다. 김 평론가는 "팬들이 원하는 요소를 담아내면서 확장성까지 노려야 소비 파생 효과가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