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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농축업 불똥 한미 관세협상, 일방 피해 없는 대책 서둘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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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농축업 불똥 한미 관세협상, 일방 피해 없는 대책 서둘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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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한미 통상협의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한미 통상협의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시한이 2주가량 남은 한미 관세 협상 불똥이 농축산업 분야로 튀었다. 협상을 주도한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 14일 방미 관세 협상 진행 상황을 설명하면서 “농산물도 전략적 판단을 해야 한다”고 밝힌 것이다. 여 본부장은 “관계 부처 협의를 통해 협상안에 대한 권한 범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국내 관련 부처가 협상팀이 행사할 재량 범위를 신속히 결정해 달라고 요구했다.

미국의 농산물 분야 시장 개방 요구 대상은 쌀, 쇠고기, LMO(유전자 변형 작물) 감자 등으로 전해졌다. 모두 섣불리 시장을 개방하기 어려운 분야다. 하지만 LMO 감자의 경우 농촌진흥청이 7년 넘게 환경 위해성 심사를 한 끝에 지난 2월 적합 판정을 내려 수입 금지 장벽이 사라졌다. 또 30개월 넘은 쇠고기의 경우 2008년 ‘광우병 사태’로 확산할 만큼 민감한 사안이지만, 이미 미국산이 3년 연속 수입 1위를 할 만큼 거부감이 많이 줄어 상대적으로 수용 가능성도 높을 것이란 분석이다. 하지만 쌀 수입의 경우 농민 반대 외에도 넘어야 할 산이 더 있다. 현재 저율관세할당물량(TRQ)과 고율 관세의 이중 관세 체계가 시행되고 있는데, TRQ 내 미국산 쌀 비중을 확대하려면 세계무역기구 다른 회원국과의 협상도 필요해 정부가 2주 안에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다. 농민의 가장 거센 저항이 예상되는 분야는 사과다. 국내 과일 재배면적의 23%를 차지할 만큼 관련 농가가 많아, 정부는 1993년 이후 병충해 가능성을 내세워 수입을 사실상 막아왔다.

여 본부장 발언이 전해지자, 당장 농민단체들은 “또 농업을 희생시키려 한다”며 크게 반발했다. 얼마 남지 않은 협상 시한 내에 농민을 설득하기 쉽지 않다. 그렇다고 농업 추가 개방을 거부하기도 어렵다. 미국 수출품에 25% 관세가 부과될 때 경제성장률은 0.5%포인트 이상 감소하는 충격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 주도로 대미 수출로 수혜가 예상되는 제조업 수출 분야에서 기금을 출연하는 등 농업 분야 피해를 보전하는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이를 포함한 다양한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