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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장관하려면 사퇴하는 게 맞다[한국의 창(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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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장관하려면 사퇴하는 게 맞다[한국의 창(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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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청문회에도 드리운 '의원 불패' 기록
역대 정권에서 의원·장관 겸직 확대 추세
포퓰리즘, 입법활동 부진 등 부작용 확인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있다. 이날부터 국회는 이재명 정부 1기 내각을 구성할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시작했다. 뉴시스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있다. 이날부터 국회는 이재명 정부 1기 내각을 구성할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시작했다. 뉴시스


이재명 정부 첫 내각의 인사청문회 주간이다. 14일에는 강선우 배경훈 전재수 정동영 장관 관련 청문회가 열렸다. 이어 15일 권오을 한성숙 김성환 안규백 임광현, 16일 정성호 김영훈 이진숙, 17일 조현 김정관 구윤철 그리고 18일에는 윤호중 정은경 청문회가 열린다.

순서상으로도 14일 강선우 청문회가 첫 테스트였다. '집안 쓰레기 분리 처리 지시와 변기 수리 등 사적 용무 지시', '5년간 보좌진 27명 교체' 그리고 '10분에 한 통씩 욕설과 고함 문자 발송' 주장 등 보좌진 '갑질' 의혹이 쟁점이었다. 여당은 "악의적 신상털기"라고 반박했다. "인사청문회를 정쟁 대상으로 삼으며 국정 발목잡기를 한다"고 주장했다. "강 후보자는 바른 분"이라며 "부하에게 갑질 따위나 하는 사람이 절대 아니다"라고 말한다.

강선우 청문회에 관심이 쏠린 건 '전현직 의원 불패기록' 때문이었다. 2005년 인사청문회 전면 시행 이후 청문회에서 전현직 의원 출신 국무위원 후보가 낙마한 적이 없다. 아마도 '동업자 정신'이었기 때문이리라. 야당도 공식적으로는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 없다"지만 "다시 얼굴을 봐야 하는 입장이라 되게 불편하다"며 고민한다.

청문회 여론이 결정적인데 밍숭맹숭한 청문회로 "걱정은 사실"이라던 여권은 한숨 돌린다. 이진숙 청문회가 남아 있지만 "납득되지 않으면 심각하게 고려할 바가 있을 것"인지 주목된다.

'전현직 의원 불패'의 논거 중 하나는 사전 검증론이다. 공천과 선거를 통과해 '낙마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적어 돌발변수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검증 확인론은 완벽하지 않다. '청문회 슈퍼 위크'의 전현직 의원들의 논란은 이어진다. "N잡러와 위장취업", "태양광 사업의 이해충돌" 의혹 등은 공천은 물론 선거 과정에서도 제기되지 못했다.

이재명 정부 첫 내각의 '전현직 의원 출신'은 역대급 규모다. 20명의 국무위원 중 10명이다. 용산 대통령실에도 4명이다. 국세청장까지 포함하면 15명이다. 사실 '전현직 의원 출신' 국무위원은 늘어나는 추세였다. 노무현(76명 중 10명), 이명박(49명 중 11명), 박근혜(43명 중 10명), 문재인(42명 중 17명) 그리고 윤석열 정권(37명 중 6명)에 이어, 이재명 첫 내각애서는 50%가 의원 출신이다.


'의원과 장관 겸직'은 제헌헌법부터다. '대통령제의 내각제적 운용' 또는 "내각제적 요소를 가미한 대통령제"의 산물이다. 제3공화국과 유신을 거쳐 1987년 헌법과 국회법으로 이어진다. 문제는 겸직의 부정적 효과다. 입법부와 행정부 구성원이 겹치면서 감시와 감독의 견제 기능이 약화된다. '겸직 의원은 표결에 불참한다'는 관례는 깨져 국무위원과 의원 자리를 오가며 국회 표결에 참여한다.

겸직 의원의 법안발의 건수가 감소하는 것도 통계적으로 확인된다. '정치인으로서 표'를 우선하는 포퓰리스트의 정책 결정의 가능성도 높인다. 지역구민의 대표 상실은 그다음이다. 내각제 국가에서조차 겸직 의원의 상임위 등 의회 활동을 엄격히 제한한다. 겸직 기간 중 임시의원을 활용할 수도 있다.

지역구 의원이라도 장관 임명과 동시에 사퇴하는 게 맞다. 둘 다 하는 것이 그들에게는 이익이지만 둘 중 하나에 집중하는 게 모두에게 좋은 일이다. 당장 김민석 총리부터 모범이 되기를 기대한다.


박명호 동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