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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예방에 심정지 11분 전 예측, 사용자 편의까지"... 병원이 환영한 신뢰 기반 의료 AI

디지털데일리 이건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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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예방에 심정지 11분 전 예측, 사용자 편의까지"... 병원이 환영한 신뢰 기반 의료 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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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치료·진단 AI 시장 본격화...현장 온보딩 역량이 성공 분수령



[디지털데일리 이건한 기자] 최근 국내외 의료 AI 시장 성장이 본격화된 가운데, 의료 현장의 마음을 얻은 기업들의 공통점은 강력한 '현장 온보딩(Onboarding, 정착 지원)' 능력과 신뢰 확보 역량이었다. 카카오벤처스가 15일 서울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엔스페이스에서 '의료 현장에 도달한 디지털 진단과 치료'를 주제로 개최한 브라운백 미팅에서는 이모코그(디지털 치매 치료제)와 알피(고급 심전도 분석)의 구체적인 사례가 소개되어 눈길을 끌었다.

이모코그 – 치매 예방하는 디지털 치료제

의사 출신인 김치원 카카오벤처스 부대표는 이모코그에 대해 "지난 4년간 헬스케어 투자를 하며 디지털 치료 아이템으로 투자한 유일한 회사"라며 "이모코그는 임상시험 결과만으로는 설득하기 어려운 의료진에게 실제 치료 성과를 입증하고, 제품을 배포할 수 있는 채널까지 갖춘 유일한 회사"라고 소개했다.

이모코그는 치매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MCI)' 단계에서 병증의 악화를 늦출 수 있는 디지털 치료기기(DTx) '코그테라(Cogthera)' 개발사다. MCI는 일상생활과 소프트웨어 사용이 가능한 수준의 치매 전 단계다. 노유헌 이모코그 공동대표는 "MCI 이상의 상태 악화를 막는 것이 관건"이라며 "이를 통해 치매 관리에 필요한 국가적 비용이 줄고 환자도 자신의 존엄감을 유지하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2023년 중앙치매센터 역학조사 등에 따르면 2025년 전세계 60세 이상 고령 인구의 MCI 유병률은 약 23.7%이다. 2033년 국내에서는 MCI 인구가 약 400만명에 이를 전망이다. 통계적으로 이 가운데 10~15%가 치매로 전환되는 만큼, MCI 단계부터 치료가 시작되어야 치매 예방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코그테라는 이모코그가 과학적으로 실효성을 입증한 인지치료 기술과 AI를 접목해 개발된 일종의 관리형 MCI 치료제다. 노 대표는 이를 '메타메모리 기반 훈련 설계'로 소개하며 "코그테라로 기억 학습의 4단계(감각기억, 단기기억, 장기기억, 인출)를 잇는 '집중', '연상', '연합' 등의 고리를 효과적으로 연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코그테라는 의사 처방에 따라 스마트폰 앱 형태로 제공되며 환자 상태에 따라 AI가 1~7단계로 설정된 치료 단계를 자동으로 설정한다. 이날 공개된 시연 시나리오는 환자에게 '바다'와 같은 특정 장소를 떠올리게 한 뒤 '바다에 던져 넣을 물건'을 제시하고, '던진 물건을 기억'하는 과정 등을 순차적으로 경험하게끔 하는 과정으로 구성됐다. 단순하지만 감각 기억부터 단·장기 기억의 고리를 강화하기 위한 설계로 구성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철저한 환자 맞춤형 치료제로, 버튼이나 스와이프(밀기) 동작이 전혀 없고 모든 사용 과정이 음성대화와 글자만으로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었다. 버튼 클릭을 비롯한 디지털 기기의 복잡한 조작을 어려워하는 MCI 환자들을 위한 설계였다. 또한 코그테라 사용자들은 장기적인 앱 사용 과정에서 자신이 보완해야 할 영역을 확인할 수 있다. 의료진 역시 사용 과정에서 저장된 데이터 통계를 바탕으로 더 효율적인 치료와 처방이 가능해진다.

더 놀라운 건 실제 치료 효과다. 노 대표는 "기억은 결국 세포와 세포를 얼마나 잘 연결하느냐가 핵심"이라며 "코그테라 사용자들의 백색질(기억에 관여)과 신경망이 사용 후 실제로 더욱 튼튼해졌음을 뇌 영상 자료 등으로 증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런 치료 효과를 바탕으로 이미 병원 내 코그테라 처방코드가 등록되었고 병원의 EMR(전자의무기록) 시스템과 연계되어 제품 구매-처방-정산 시스템까지 이미 구현되었다는 설명이다. 해외에서도 독일을 중심으로 제품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유럽의 공식 제품안전인증인 'CE'를 획득했으며, 국내에서는 제품의 치료 성능과 글로벌 신뢰도를 바탕으로 주요 병원 도입이 이어지고 있다.

알피 – 심전도 데이터 200% 활용하기

알피는 전세계 병원에서 널리 쓰이는 심전도(ECG, 심장의 전기적 활동) 측정 검사의 가치를 극대화한 회사다. 김치원 카카오벤처스 부대표는 "알피는 심전도 데이터와 다양한 검사 결과를 결합해 더 큰 데이터 가치를 창출하는 스타트업"이라며 "특히 한국 의료 AI 기기 중 가장 단기간에 인정비급여, 인허가까지 이른 사례"라고도 강조했다.


심전도 검사는 국내에서 연간 1700만건, 미국 응급실에서 연 4200만건, 세계적으로는 연 5억건 이상이 이뤄질 정도로 보편적인 환자 검사방식 중 하나다. 김중희 알피 대표에 따르면 이 심전도에 그래프 안에는 굉장히 다양한 데이터가 포함되어 있다. 문제는 심전도의 복잡성 때문에 일반적으로 세밀한 분석이 어려우며, 이에 병원에서는 보통 심근경색과 부정맥 정도의 단순한 병증 진단에만 참고하고 있는 실정이란 점이다.




응급의학과 교수 출신인 김 대표는 이 같은 심전도 검사의 개선 가능성에 주목했다. 특히 신속함이 중요한 응급상황에서는 심전도 검사를 통해 응급환자를 선별하는 일이 쉽지 않다. 평소에 정확한 심전도 검사를 통해 특정 질환의 발병 가능성을 확인해야 응급상황에서도 효율적인 대처가 가능하단 설명이다.

이를 위해 개발된 알피의 'ECG 버디(Buddy)'는 12리듬(측정 포인트) ECG 데이터 분류, 직관적인 그래프 형태의 바이오마커 인터페이스를 결합해 의료진의 심전도 검사 효율을 크게 개선한 제품이다. 마치 지진계 파형을 떠올리게 하는 기존 심전도 그래프와 비교해 ECG 기반으로 특정 병증이 발생할 위험도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심낭삼출' 가능성, '심근 손상', 기타 중증도 등 다양한 데이터 취합도 가능하며 응급상황에서도 의료진이 빠른 조치가 필요한 환자를 신속하게 확인할 수 있다.


관련된 이날 사례 발표에 따르면 흉통으로 내원한 모 환자의 심전도가 기계 판독상 정상으로 나왔으나, ECG 버디가 위험 상황을 경고한 뒤 11분 뒤 심정지가 찾아와 실제 빠른 회복 조치가 가능했다고 한다. 이 같은 현장 내 실효성을 바탕으로 ECG 버디는 지난 1년 사이 대학병원을 포함해 1개 병원에서 45개 병원으로 도입 의료기관이 크게 증가했다. 또한 한달에 약 10만 건 정도의 심전도 분석이 이뤄지고 있다. 김 대표는 이날 향후 심전도 데이터를 바탕으로 '좌심실구축률', '안정형협심증' 등을 진단할 수 있는 신제품 'EB 클리닉'을 개발해 사업 기회를 확대하고, 웨어러블 서비스 사업 등에도 나서겠단 로드맵을 밝혔다.

현장의 마음을 열어라... "인허가는 시작일 뿐, 신뢰 확보해야"

산부인과 전문의 출신인 정주연 카카오벤처스 선임 심사역은 이날 "기존 신약 시장과 달리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의 진짜 드라마는 인허가 이후 시작될 것"이라며 "현장 도입, 유통 채널 확보, 가치 입증까지의 단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제품의 현장 셋팅 유도 ▲시장 내 확산과 제품 개선을 위한 '데이터 해자' 구축 ▲인허가, 시범사업 운영, 정식 급여 확보 등의 파이프라인을 공고히 다져야 안정적인 시장 안착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날 발표 내용을 종합하면 이모코그와 알피도 '디지털 치료제', '심전도 분석'으로 사업 분야는 각각 다르지만, 공통점은 현장 사용자들의 니즈와 애로사항 해소에 집중했던 것이었다. 이모코그는 디지털 치료제에 대한 사회적 불신에 과학적 접근과 치료 프로그램을 통한 실제 뇌 건강 개선 효과를 제시했으며, 특히 실사용자인 MCI 환자들이 제품을 거부감 없이 쓸 수 있는 사용자경험(UX)을 제공했던 것이 현장의 환영을 받았다.

알피는 '심전도 데이터는 분석이 어렵다'는 통념을 깨고, 실사용자인 의료진이 해당 데이터를 누구나 고부가가치 데이터로 활용해 환자 치료와 응급상황 예방에 쓰일 수 있도록 함으로써 시장의 빠른 도입을 이끌어낸 케이스다. 김중희 대표는 또한 "의료 AI 기기는 보통 병원 시스템과 연동해 서비스하는 과정이 중요한데, 병원 집행부 설득이 핵심이다. 대신 서비스에 대한 신뢰가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선 쉽지 않은 일"이라며 "알피도 처음부터 병원 시스템 연동에 나선 것이 아니라, 눈으로 확인 가능한 스마트폰 앱과 윈도우용 분석 프로그램부터 단계별로 제시하며 의료진의 신뢰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김치원 부대표는 "최근 글로벌 빅테크들을 중심으로 의료 파운데이션 모델이 발전하고 있지만 의료 분야는 특수한 데이터, 까다로운 인허가 과정 때문에 전문 기업들이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영역"이라며 "이모코그와 알피처럼 임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신뢰성과 확장 가능성을 입증한 팀들이 앞으로 의료 AI 생태계 표준을 만들어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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