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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농산물로 확대 관세협상, 대내갈등 줄일 해법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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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농산물로 확대 관세협상, 대내갈등 줄일 해법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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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최후통첩(8월1일부터 상호관세 25% 부과)을 받아든 가운데 전개되고 있는 관세협상에 농산물 개방 문제가 불거졌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14일 관세협상 브리핑에서 “농산물도 전략적인 판단을 해야 한다”며 “지켜야 할 부분은 지키겠지만 협상 전체 틀에서 고려해야 할 점이 있다”고 했다. 그는 “모든 협상에서 농산물이 고통스럽지 않았던 적이 없지만, (그 과정에서) 산업 경쟁력은 강화됐다”며 “유연하게 볼 부분이 있다”고 했다.

우리는 그간 관세협상에서 조선 부문 협력강화로 중국보다 취약한 미국의 해양안보를 강화하고, 자동차·반도체 대규모 투자로 미국의 제조업 부흥을 지원하며, 미국산 LNG(액화천연가스) 수입 확대 등으로 대미 무역흑자를 줄이겠다는 협상카드를 제시해 왔다. 하지만 미국은 여기에 더해 당장 효과를 볼 수 있는 비관세장벽 철폐를 추가로 요구하고 있다. 농산물·수입차 등을 대상으로 한 환경 규제나 구글이 요구하는 고정밀 지도의 국외 반출을 막는 안보 관련 규제 등을 대표적인 ‘비관세 장벽’으로 꼽고 있다. 이참에 미국 산업계의 숙원 과제들을 해소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미국은 30개월령 이상 소고기 수입 허용, 쌀 시장 개방 확대, 감자 등 유전자변형작물(LMO) 수입 허용, 사과·블루베리·체리 등 과일에 대한 검역 완화 등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지난해 미국산 소고기 최대 수입국이고, LMO 작물과 과일 등은 안전성 검증 문제여서 접점을 좁힐 수 있지만 다수 농민의 생계와 직결된 쌀 수입(현재 약 13만t, 5% 저율할당관세) 대폭 확대는 양보가 쉽지 않다. 미국쪽 수입 쿼터를 늘리려면 다른 국가와 협의가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농산물 시장 개방은 관세전쟁에 나선 세계의 공통 현안이다. 베트남은 농산물 시장을 미국에 무관세로 개방하면서 조기 타결(상호관세율 46%→20% 인하)을 이뤘다. 반면 일본과 유럽연합(EU), 인도 등은 난항을 겪고 있다. 우리에게도 피할 수 없는 결정의 시간이 왔다. 농민단체들은 벌써부터 제2의 광우병 촛불을 들겠다고 한다. 대내 갈등에 매몰되면 관세협상의 동력도 소진된다.

농산물 개방 문제는 진보 정부건 보수 정부건 난제 중의 난제였다. 농업은 식량안보와 직결되는 문제여서다. 우루과이라운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전략적 선택을 해야될 때마다 홍역을 치러야 했다. 정부와 국회, 농민 등 이해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개방에 따른 이익과 비용을 분담할 해법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