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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 일본 영토로 표시' 방위백서, 초등학교에 뿌린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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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 일본 영토로 표시' 방위백서, 초등학교에 뿌린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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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올해 초등학교에 방위백서 처음 배포
독도는 다케시마, 동해는 일본해로 표기
"러시아 침공, 우크라 방위력 약해서" 주장


일본 방위성이 지난해 제작한 어린이용 방위백서. 독도와 동해를 각각 다케시마(일본이 주장하는 독도 명칭·빨간 원), 일본해(일본이 주장하는 동해 명칭)로 표기했다. 방위성 홈페이지 캡처

일본 방위성이 지난해 제작한 어린이용 방위백서. 독도와 동해를 각각 다케시마(일본이 주장하는 독도 명칭·빨간 원), 일본해(일본이 주장하는 동해 명칭)로 표기했다. 방위성 홈페이지 캡처


일본 방위성이 초등학교에 어린이용 방위백서를 배포해 논란이 일고 있다. 매년 어린이용 방위백서를 제작했지만, 초등학교에 직접 배포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일반 방위백서와 마찬가지로 독도를 일본 영토로 표기하고 자위대의 반격 능력을 강조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부작용을 우려해 아이들이 보지 않도록 보관하라고 학교에 안내했다.

14일 일본 남서부 규슈 나가사키현의 NBC나가사키방송(이하 NBC)에 따르면 방위성은 지난 5월 말 어린이용 방위백서인 '알기 쉽게! 일본의 방위-첫 방위백서 2024' 약 6,100권을 전국 2,400여 개 초등학교에 배포했다. 방위성은 매년 발간하는 방위백서를 2021년부터 어린이용으로 만들어 홈페이지에 게재하고 있다.

그러나 초등학교에 직접 책자로 배포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방위성은 지난해 8월 교육 담당 부처인 문부과학성과 학교 배포 방안을 협의했다. 문부성은 책자를 배포하면서도 교내 배치 여부는 "각 지자체 판단에 맡기겠다"고 전달했다. 규슈 방위국은 지난 3월 나가사키현 교육청에 책자 배포를 요청했고, 현내 약 300개 초등학교에 10권씩 배포됐다.

일본 방위성이 지난해 제작한 '알기 쉽게! 일본의 방위 첫 방위백서 2024' 표지. 방위성 홈페이지 캡처

일본 방위성이 지난해 제작한 '알기 쉽게! 일본의 방위 첫 방위백서 2024' 표지. 방위성 홈페이지 캡처


어린이용 방위백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한다. 자위대가 억지력을 키워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려 한 것으로, "이런 일이 일어난 이유 중 하나는 우크라이나의 방위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서술했다.

독도는 버젓이 일본 영토로 표기했다. 지도에 독도가 아닌 다케시마(일본이 주장하는 독도 명칭)로, 동해는 일본해(일본이 주장하는 동해 명칭)로 적었다. 다만 방위백서에 매년 서술해 온 '독도는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주장을 본문에 담지는 않았다. 러시아에 대해선 '일본의 영토인 북방영토를 불법 점거했고 최근 새로운 장비를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아이들을 상대로 '반격 능력' 강화 필요성도 강조했다. 일본은 과거 전쟁 포기와 전력 보유 금지를 담은 평화헌법에 따라 전수방위를 채택해 왔다. 다른 나라로부터 무력 공격을 받을 경우 이를 막을 방법이 없을 때만 최소한으로 전력을 행사하는 개념이다. 그러나 기시다 후미오 정부 때인 2022년 12월 안보 주요 3문서에 '선제적 반격 능력'이라는 표현을 써 북한·중국의 미사일 기지를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했다. 방위성은 책자에 '미사일 타격 능력만으로는 일본을 지킬 수 없기에 일본도 반격할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서술했다.


일본 방위성이 지난해 방위백서를 어린이용으로 제작한 '알기 쉽게! 일본의 방위 첫 방위백서 2024'에 반격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방위성 홈페이지 캡처

일본 방위성이 지난해 방위백서를 어린이용으로 제작한 '알기 쉽게! 일본의 방위 첫 방위백서 2024'에 반격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방위성 홈페이지 캡처


그러나 아이들한테 군사력 강화 필요성을 일방적으로 교육하는 건 문제라는 비판이 나온다. 나카무라 게이코 나가사키대 핵무기폐기연구센터 준교수는 NBC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방어력 부족 때문이라 기술한 것은 침략국의 논리를 정당화할 수 있다"며 "아이들이 '일본의 안보는 군사력만으로 지킬 수 있다'는 편견에 빠질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지자체는 논란을 우려해 각 학교에 '신중하게 취급해 달라'고 안내했다. 나가사키시는 아이들이 볼 수 없도록 책자를 교무실이나 교직원실에 두게 했다. 시 교육위원회 관계자는 NBC에 "학교에는 다양한 국적의 아이들이 다니는데 이를 고려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도쿄= 류호 특파원 ho@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