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터장 “너무 겁먹을 필요 없어…기업문화 개선 기회로 삼길”
“의사결정 근거 많이 남기고 공시 잘 활용해야”
법무법인 세종 기업지배구조 전략센터장인 이동건 변호사가 11일 서울 종로구 법무법인 세종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기업들이 상법 개정으로 비상이다. 3일 기업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고 감사위원 선임 시 최대 주주와 특수관계인 합산 의결권을 3%로 제한(3%룰)하는 내용을 담은 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바로 집중투표제와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를 담은 더 강력한 상법 개정에 돌입했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기업들은 법조계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법무법인 세종도 최근 상법 개정안에 대한 기업 문의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 지배구조 전략센터’를 출범했다. 전략센터장인 이동건 변호사를 11일 서울 종로구 디타워 세종 사무실에서 만났다.
세종은 4일 ‘상법 개정, 그 내용과 시사점’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고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 확대에 따른 법적 쟁점, 주주총회 운영과 이사회 구성의 변화에 대한 설명에 나섰다. 국회 본회의 통과(7월 3일) 직후 타이밍이 맞아 미리 잡아둔 세미나는 큰 관심을 받았다. 오프라인 좌석(80석)은 10분 만에 마감됐고, 온라인 신청도 1000여 명에 달했다.
기업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개정 조항은 뭘까. 이 변호사는 “아무래도 이사회 충실의무 확대에 대한 우려가 크다”면서 “기존에는 회사에 대한 충실의무였지만, 이제는 주주 전체에 대한 의무로 확대됐다. 의사결정 책임 범위가 커지면서 기업들은 이사회의 절차와 내용 모두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또 상법 개정이 어떤 파급 효과를 일으킬지, 기존 판례가 어떻게 변화할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다”고 설명했다.
기업들은 발 빠르게 대비에 나서고 있다. 이사회 내 독립적인 위원회 신설이나 의사결정 프로토콜 개선 등 선제적 조치를 준비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는 게 이 변호사 설명이다. ‘충분한 논의와 정보에 기반한 판단이었다’는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의사결정 프로토콜 개선 수준과 더 나은 개선책에 대해 법무법인에 의견을 구하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다. 이 외에도 상법 개정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등을 담은 동영상 강의 제공이나, ‘저자 직강’으로 직접 기업에 방문해 교육을 해 달라는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
상법 개정이 M&A나 IPO 시장에는 어떤 영향을 줄까. 이 변호사는 “신주발행, 전환사채를 통한 M&A는 3자 배정의 형태를 띨 가능성이 높다. 누군가에게 3자 배정을 함으로써 경영권이 변동을 한다던지 할 경우 타당성, 대안과 비교 등 정당성 확보가 중요해졌다”면서 “실제 일부 기업의 경우, 쪼개기 상장 인적분할을 통한 재상장 등에 대해 조금 더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개정 상법에는 주주들에 대한 충실 의무, 전체 주주이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하라던지 이런 문구가 들어가다 보니 소액 주주들이 문제 삼을 여지가 더 많이 생긴 것은 사실이다. 소액 주주들이 문제제기 했을 때 어떻게 설명할 지 고민을 해야 하고, 따라서 기업들도 훨씬 신중해졌다는 설명이다.
민주당에서 추진 중인 집중투표제와 감사위원 분리선출 논의에 대해서는 “예전에는 51대 49 지배구조를 갖고 있더라도 51% 주주가 이사회를 100% 다 장악 가능했다. 그러나 집중투표제가 도입되면 51% 지분으로 이사회 100%를 장악하는 게 어려워진다. 이사회에 2대 주주, 3대 주주, 소액주주 집단이 지지하는 이사 후보가 들어갈 가능성이 더 커진 셈”이라며 “결국 이사회에 다양한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는 상황이다. 또 소액주주 측 이사들은 이사회 내부에서 감시자 역할을 하려고 할 가능성이 높고 기업 입장에선 효율적 의사결정에 부담을 느끼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변호사는 자사주 의무 소각 법안 발의에 대해서는 “기업 입장에선 자사주를 활용한 다양한 전략이 제한되는 셈이다. 특히 이미 보유한 자사주까지 소각 대상인지, 소급 적용 여부 등에 대한 우려가 크다”고 했다.
기업들은 어떻게 준비해야 해야 할까. 이 변호사는 “충실의무 조항은 공포 즉시 시행이다. 시간적 여유가 있는 상황은 아니다”면서 “경영진이 이사회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좀 더 투명하게 만들 필요성이 있다”고 제언했다. 또 소액주주들이 문제 제기할 가능성이 높아졌고, 분쟁 여지도 높아진 것에 대해서는 “적극적 IR 활동처럼 주주화의 소통 강화를 통해 사전에 소액주주들을 설득하는 작업의 중요성이 커졌다”면서 “충분한 소통에도 분쟁이 제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때문에 이사회 회의록, 보고 자료, 논의 과정 등 의사결정 근거를 남기거나 공시를 통해서 주주 이익을 우리가 충분히 고려했다는 점을 알려야 이후 분쟁 시 방어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투데이/정진용 기자 (jjy@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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