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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떠났는데…대구시, 논란 빚던 ‘프러포즈존’ 계속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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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떠났는데…대구시, 논란 빚던 ‘프러포즈존’ 계속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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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고백 공간’ 조성…홍 전 시장 기획 140억원 사업
시민단체 “시대 착오, 혈세 낭비”…시 “이름 바꿀 것”
대구 ‘신천 프러포즈 조성사업’ 조감도(위쪽)와 도심 하천인 신천 대봉교 하류 방향 좌안 둔치의 공사 현장. 대구시 제공

대구 ‘신천 프러포즈 조성사업’ 조감도(위쪽)와 도심 하천인 신천 대봉교 하류 방향 좌안 둔치의 공사 현장. 대구시 제공


대구시가 홍준표 전 시장이 기획한 140억원짜리 ‘프러포즈 장소 만들기’ 사업을 계속 추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혈세 낭비” “현실과 동떨어진 발상” 등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시는 도심 하천인 신천 대봉교 하류 방향 좌안 둔치에 ‘신천 프러포즈 조성사업’을 계획대로 추진한다고 14일 밝혔다. 지난 2월 말 첫 삽을 뜬 뒤 공사가 진행되다 이달부터 하천 범람 등을 우려해 잠시 공사가 중단됐다. 오는 9월쯤 공사가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이 사업 계획은 지난해 6월 홍 시장 재임 당시 발표됐다. 당초 시 예산 11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었으나, 경관 및 건설기술 심의 과정에서 나온 야간 경관조명과 낙하분수 추가 설치 등의 요구를 반영해 143억원으로 증액됐다. 시는 내년 4월쯤 준공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신천 프러포즈 조성사업의 핵심은 청춘 남녀를 위한 ‘사랑 고백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홍 전 시장이 일명 ‘프러포즈존’ 공간 개설을 지시하면서 시작됐다.

홍 전 시장은 사업 구상안을 밝히며 프랑스 퐁네프 다리를 ‘모범 답안’으로 제시했다. 당시 그는 “프랑스 센강 퐁네프 다리에 가보면 선남선녀들이 평생 헤어지지 않고 행복하게 살기를 기원하며 자물쇠를 다리에 걸어두고 열쇠는 센강에 버린다고 한다”면서 “우리 대구도 그런 프러포즈 명소를 만들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홍 전 시장은 “전국 선남선녀들이 이곳에 와서 백년가약을 맺고 좋은 기억 속에서 평생 행복하게 살 수 있었으면 한다”고도 언급했다.


계획안을 보면 시는 약속을 상징하는 반지(링)를 형상화한 지름 45m의 복층구조 원형 덱과 광장(1590㎡)을 설치할 예정이다. 이곳에는 바닥조명이 깔려 야경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인 ‘러브로드’와 사랑 고백이 가능한 별도의 이벤트 장소인 ‘프러포즈룸’이 들어선다.

여기에 자물쇠 등을 내걸 수 있는 ‘프라미스존’까지 마련되면 지역의 새로운 랜드마크는 물론 전국적인 명소가 될 것으로 시는 기대한다.

시는 프러포즈 공간과 함께 먹거리와 즐길거리, 볼거리 등을 보강해 복합문화시설로 꾸며 나갈 계획이다. 식음료와 꽃·자물쇠 등을 판매하는 이벤트 부스와 미디어파사드·포토존 등 다목적 광장도 들어선다.


시민단체 등은 시대에 뒤떨어진 데다 전형적인 혈세 낭비성 사업이라며 원점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앞서 시는 홍 전 시장이 추진한 박정희 동상 건립 사업이 소송과 각종 비판에 휘말리자 추가 동상 건립을 포기한 바 있다.

조광현 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은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이 사업은 조롱을 넘어 대구 시민, 특히 청년에 대한 희화화까지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취소하는 게 마땅하다”면서 “어쩔 수 없이 완공해야 하는 시설이라면 프러포즈존이 아닌 홍 전 시장 체제의 대구시정을 기억하고 성찰하는 장소로 활용하는 게 적절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태우 대구시의원은 “형식적으로 구축된 프러포즈 장소에서 프러포즈를 하는 MZ세대는 없을 것”이라며 “청년이 결혼하지 못하는 이유는 화려한 프러포즈 장소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취업난과 주거난, 생활고 탓”이라고 밝혔다.


시는 사업을 지속 추진하되 해당 공간의 명칭을 ‘신천 프러포즈’가 아닌 다른 것으로 바꿀 예정이다. 시 관계자는 “사업 명칭을 두고 부정적인 의견이 있다는 점을 감안해, 내년도 준공 시점에 맞춰 시민 공모를 진행해 다른 이름을 붙일 계획”이라면서 “시 차원에서 사업계획의 변경을 검토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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