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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위가 쏘아올린 공… 국민의힘 전당대회도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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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위가 쏘아올린 공… 국민의힘 전당대회도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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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 첫 회의서 전대 시점 의결 못 해
8월 19일→8월 말 순연 분위기
혁신위, 최고위 폐지 등 혁신안 제시
당내 부정적 기류… "혁신안 의논해야"


송언석(왼쪽)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와 윤희숙 혁신위원장이 9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의원총회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정다빈 기자

송언석(왼쪽)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와 윤희숙 혁신위원장이 9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의원총회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정다빈 기자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최고위원회의 폐지' 등 파격적인 혁신안을 내놓으면서 전당대회 일정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당이 전당대회 관리를 위해 속전속결로 선거관리위원회를 출범시켰으나, 선관위는 14일 열린 첫 회의에서부터 전당대회 날짜조차 확정짓지 못했다. 속도가 나지 않는 이유가 혁신안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당초 내달 19일 충북 청주시에서 전당대회를 개최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해왔다. 이에 선관위 첫 회의에서 전당대회 일정부터 확정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이날 회의에선 소위원회 구성만 의결하고 날짜와 장소 확정은 다음 회의로 미뤘다. 현재로선 8월 말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데, 실무 차원에선 복수의 날짜를 두고 대관 가능 여부를 확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당대회가 당초 계획보다 늦춰지는 배경엔 혁신위가 있다. 혁신위는 '잘못된 과거와의 단절 및 사과, 당헌·당규에 명시' '당대표 단일지도체제 전환' 등의 혁신 안건을 제시했다. 현행 최고위를 폐지하는 대신 중앙집행기구 수장 9명으로 구성된 중앙당무회의를 신설해 당무 결정 기능을 대체한다는 내용도 제안했다. 최고위 폐지 안건 수용 여부를 비상대책위가 정해야 후보자 등록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윤희숙 혁신위원장과 당 지도부가 혁신안을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는 점도 전당대회 일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윤 위원장은 혁신안을 밀어붙이기 위해 당장 이날부터 전당원 투표를 실시하겠다는 계획이었으나 사실상 무산됐다. 송언석 비대위원장부터 혁신안에 부정적이다. 혁신위 활동을 두고 파열음이 터져나오면서 혁신안이 중심이 돼야 할 전당대회도 뒤로 미뤄지는 분위기다.

선관위 당연직 위원인 정점식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전당대회를 늦어도 8월 중·하순까지 한다는 원칙이지만, 혁신위에서 당헌 개정 등 여러 가지 안을 제출하고 있고 전당대회와 연계되는 혁신안에 대해 의논을 해야해 일정 등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황우여 선관위원장은 이날 YTN라디오에서 "장소 문제와 혁신위 안 확정 문제가 있어서 좀 늦어지기는 해도 8월은 안 넘길 것 같다"고 말했다.

전당대회 출마를 염두에 뒀던 인사들도 스텝이 꼬였다. 당초 이번주부터 당대표, 최고위원 등 출마 선언이 줄을 이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전당대회 일정이 안갯속인데다 최고위 폐지 안건이 제시되면서 지도부 결정이 나온 뒤 출마를 공식화하겠다는 기류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당안팎에서는 비대위가 최고위 폐지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윤한슬 기자 1seul@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