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12일 오후 1시 서울 중구 을지로입구역 앞에서 열린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주최 공무원노동자 결의대회가 열렸다. 김해정 기자 |
송아름 | 초등교사·동화작가
대한민국 교원에게는 법률로 명시된 정치적 중립 의무가 있다. 헌법 제7조, 제31조 4항, 교육기본법 제6조 1항을 비롯해 국가공무원법, 지방공무원법, 정당법, 공직선거법 등 여러 법률에 구체적으로 나와 있다. 교사는 교육에 부과되는 의무와 공무원에게 부과되는 의무를 이중으로 진다. 그 결과 정당 가입, 정치 활동, 선거운동을 일절 할 수 없고, 특정 정치인에게 후원금을 보내거나 소셜미디어에 ‘좋아요’를 누르는 것도, 정치적 발언을 하는 것도 금지다.
일반 공무원들이 직무에서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하는 것과 교사의 직무는 성격이 다르다. 교육에는 정치적 중립성보다는 ‘정치적 다의성’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의 다양한 정치적 입장을 학생들에게 정확히 전달하고 판단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계엄’ 사건이 일어났을 때 많은 선생님들이 아이들에게 ‘계엄’을 설명하며 무력감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계엄’의 역사적 상징성을 과거 정치부터 설명해야 하는데,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것으로 오해받거나 교육의 중립성을 어겼다는 민원을 받을까 걱정부터 되었다는 것이다.
교육이 정치, 종교나 특정 이익집단에 의해 영향을 받지 않도록 공공의 영역으로 두는 것은 꼭 필요하다. 그러나 교육에서의 중립성은 누구도 배제하거나 획일화하지 않기 위한 것이지, 지금처럼 정치적 무균 상태로, 교사들을 위축시켜서는 안 된다. 독일에서는 1976년 학교에서 정치 문제를 적극적으로 다룰 수 있도록 하는 보이텔스바흐 협약을 도입했다. 우리 사회도 ‘교육의 중립성’에 대한 결벽증을 내려놓고 교사가 일방적으로 무색무취의 지식을 주입하는 것에서 나아가 학생들을 민주주의 주권자로 길러내기 위한 원칙과 합의를 만들어 가야 한다.
또한 교원의 정치적 중립의 의무를 퇴근 전까지로 축소해야 한다. 헌법에 교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가 처음 명시된 것은 1960년 부정선거에 학교와 교원이 동원되며 정치로부터 교육이 영향을 받지 않도록 보호하는 측면이 강했다. 그런데 군사 정권에서 이 의도가 억압기제로 변질된 것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교사가 이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는 것조차 ‘정치적’이라는 오해를 사는 형편이다.
미국의 경우 정치적 의무를 적용할 때 공무원의 층위를 나눈다. 임명직, 연방수사국(FBI)·중앙정보국(CIA)·법무부 형사국 직원 등은 정치적 중립 의무를 철저하게 적용한다. 교사는 공공분야 근로자로 분류되어 정당 가입과 정치적 의견 표현이 허용된다. 물론 교직업무 내 정치 활동이나 교사 지위의 정치적 이용 등은 금지된다. 프랑스는 공무원의 정치적 활동을 권리이자 표현의 자유로 취급한다. 직무 외 정당 가입, 언론 활동도 허용한다. 교사의 중립성이 아니라 ‘공무상의 중립성’이라는 관점에서 직무 관련 활동만 제한한다. 또한 많은 국가에서 교원이 선출직 공무원이 될 때 지위를 유지할 수 있으며, 실제로 초중등 교사들이 정치 활동을 통해 지방의원, 국회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1966년 유네스코와 국제노동기구(ILO)가 공통으로 채택한 ‘교사의 지위에 관한 권고’에 포함된 사항이다.
우리 교육이 보수적이고 사회 변화에 뒤따라가지 못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 데는 교육 현장의 목소리가 정책에 잘 반영되지 못하는 점이 크다. 다양한 학교급 교사들이 의회에 진출해야 하고, 지역과 국가 교육 정책 수립에 앞장서야 한다. 최근 초등교사 출신 백승아 의원이 비례대표로 국회에 진출하면서 교육 현장에 실질적으로 필요한 법안들이 발의되기 시작했다. 백승아 의원 자신이 국회의원이 되기 위해 의원 면직, 즉 사표를 쓴 사례다. 학교 현장을 좋아했던 교사가 자신의 정체성의 일부인 학교를 떠나는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던 과정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학교 현장이 변화하고 지금보다 더 나은 교육을 해 나가기 위해서는 교사들에게서 ‘정치적 중립’이라는 이름의 걸림돌부터 치워야 한다. 교사는 기계적 중립이 아닌, ‘공무상의 중립’을 지키며, 시민으로서 온전히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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