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금속노조, 이주노조 등 조합원들이 지난 4월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2025 세계노동절 이주노동자 메이데이’ 집회에서 이주노동자 강제추방, 위험의 이주화 중단 등을 요구하며 집회를 하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
김달성 | 목사·포천이주노동자센터 대표
근래 이주노동자의 한해 사망자가 3천명을 넘어섰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12월 내놓은 ‘이주노동자의 사망에 대한 원인 분석 및 지원체계 구축을 위한 연구’에 의하면, 2022년 1년 동안 사망한 이주노동자가 3340명이었다. 그런데 그 가운데 사망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가 남아있는 경우는 6.4%에 불과했다.
왜 그렇게 많이 사망할까? 그들의 노동조건과 환경을 자세히 살펴보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우선 150만 외국인노동자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비전문취업비자(E-9) 이주노동자들을 보면, 그들은 주로 내국인이 기피하는 3디(3D) 업종에 배치되어 장시간 고강도 노동을 한다. 그중 농축산어업 노동자들의 경우 보통 하루 11시간 이상 일하고, 한달에 고작 하루나 이틀쯤 쉰다. 숙소는 흔히 비닐하우스 안에 설치된 낡은 컨테이너나 샌드위치 패널 구조물로, 여름에는 찜질방 같고, 겨울에는 냉골 같다. 40만명이 넘는 미등록자의 경우, 그 열악함은 더욱 심하다. 이처럼 노동 환경과 주거 환경이 동시에 심히 열악하니, 사철 더운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수년을 버티는 동안 병들거나 다치고, 결국 죽는 일이 쉽게 생긴다.
이들을 힘들게 하는 건 육체적 고통만 아니라 정신적 고통이다. 작업장에서 이주노동자들은 욕설과 폭언, 심한 인격적 모욕에 시달린다. 늘 “빨리빨리 하라”는 지시를 받으며, 노비나 기계 부속처럼 취급받는 자신을 보며 자존감을 잃고, 일부는 당장 귀향하거나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이런 노동환경과 조건을 조장하고 악화시키는 구조의 중심에 고용허가제가 있다. 2004년 도입한 이 제도는 고용주에게 이주노동자의 고용 연장 권한을 전적으로 부여함으로써 사업주와 이주노동자 사이를 철저한 주종관계로 만든다. 또한 이 제도는 사업장 변경을 기본적으로 허용하지 않는다. 이 두가지 요소가 이주노동자의 기본권, 인권, 노동권을 침해하는 근본 원인이다. 이 제도 아래서 이주노동자는 열악한 노동조건과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문제 제기나 행동을 하기가 어렵다. 동시에 사업주는 그 열악한 노동환경과 조건을 개선할 생각조차 거의 하지 않는다.
이 제도를 바꾸지 않으면 이주노동자의 죽음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해결책은 분명하다. 첫째는 고용주와 노동자의 관계를 수평적으로 바꾸는 것이고, 둘째는 적어도 내국인이 기피하는 사업장 범주에서는 사업장을 변경할 자유를 허용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고용주는 양질의 노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동환경 개선에 힘쓸 것이고, 노동자는 노동조건과 환경 개선을 위해 나설 것이다.
2020년 12월 캄보디아 출신 속헹씨의 죽음 직후 조직된 기숙사대책위원회 활동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겨울 불법 기숙사에서 동사한 그를 관행적으로 단순 변사자, 개인적 질병 사망자로 처리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용기 있는 이주노동자들과 시민들이 연대하여 그 관행을 깨고 산재 승인을 이끌어냈다. 또 정부로 하여금 기숙사 개선안을 새로 마련하게 했다. 이후 사업주들이 합법적 기숙사를 마련하거나 지자체들이 공공 기숙사를 신축하는 등 주거환경이 바뀌기 시작했다. 고용노동부는 불법 기숙사 때문에 일터를 옮기고 싶어 하는 노동자에게 그 변경을 직권으로 허락하고 있다. 이는 고용허가제에 균열을 내는 중요한 변화다.
이주노동자가 오는 것은 사람이 오는 것이다. 단지 인력이 오는 게 아니다. 이제라도 외국인 노동자를 사람으로 보고 법, 제도, 정책 등을 만들어 시행해야 한다. 이주노동자의 생명을 고귀하게 여기는 사회가 선주민의 생명도 존귀하게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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