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4일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공무원 5급 신임 관리자 특강에 나서며 교육생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김호영 기자 |
"성남시장 때부터 수없이 한 얘기인데, 돈이 마귀입니다. 가장 아름다운 천사의 모습을 하고 나타나는데 거기에 넘어가지 마세요. 문제 될 일을 하지 말고 불필요하게 업자를 만나지 않아야 합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14일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을 찾아 신규 공무원 특강에 나섰다. 현직 대통령이 새로 뽑힌 예비 사무관들을 상대로 특강 연단에 오른 것은 2005년 노무현 전 대통령 이후 20년 만에 처음이다.
이 대통령은 고시에 합격한 5급 신임 공무원들에게 자신의 국정 철학을 불어넣는 데 주력했다. 특강 주제부터 '국민주권시대 공직자의 길, 국민과 함께 만들다'로 정했다. 공직사회에 국정 운영 방향을 직접 전하기 위해 자리를 마련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임 사무관들에게는 청렴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저는 부패한 사람으로 온갖 음해를 당해서 '저 사람은 뭐야'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치열하게 삶을 관리해왔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돈이 마귀인데, 친구·친척·선배·동료나 애인의 모습으로 나타난다"고 경고했다.
李 오송 참사 2주기 추모 이재명 대통령이 14일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참사 현장을 찾아 묵념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
검찰 특별수사부 조사 기법을 언급하면서도 "공직자를 잡으면 평정 점수가 높은데, 관가 근처에서 업자를 잡으면 첫 번째로 하는 일이 장부를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업자를 만나지 않는 게 제일 안전하다"며 "돈은 부모·자식도 없으니 조심하면 인생이 편해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성남시장 시절 집무실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한 일화도 소개했다. 이 대통령은 "업자들 경고용으로 온 동네와 언론에 소문을 냈더니 다음부터는 면담 신청이 확 줄었다"며 "결국은 제가 돈 받았다는 소리는 안 듣고 살았다"고 말했다.
이날 특강에서는 △공직사회 쇄신 △이재명 정부 인사 기준 △국민주권도 화두에 올랐다. 이 대통령은 "어느 날부터 실패하면 책임을 묻는 이상한 풍토가 생겼다"며 "일선에서 일하는 공무원 때문이 아니라 정치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감사·수사를 받게 되는 현실을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책임 여지가 있는 일은 절대로 안 하기로 마음먹기 시작했다는 것이 공직사회의 심각한 문제"라며 "선의를 갖고 하는 일에 대해선 책임을 묻지 않는 제도·풍토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새 정부에서는 능력보다 '방향'을 우선한 인사에 나서겠다는 기조를 분명히 했다. 국가에 충성하고 국민을 사랑하는 마음가짐을 가져달라는 당부도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기술적 능력이 뛰어난데 사익을 도모하는 데 쓰면 나라가 망할 일"이라며 "5200만명의 삶이 여러분의 손에 달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여러분 손에 들린 펜과 업무는 세상에 폭풍을 일으키는 파초선 같은 것"이라며 국민을 위해 일하라고 당부했다. 공무원 처우 개선에는 선을 그었다. 이 대통령은 "처우 개선이 우선순위인지에 대해선 국민이 공감하기 쉽지 않다"며 "돈을 벌려면 기업으로 가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특강을 마치고 나서는 직원식당으로 향했다. 이 대통령은 신임 공무원들과 점심 식사를 함께했다. 이날 일정으로 매주 월요일에 열리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주례 회동은 취소됐다.
한편 충북 청주 오송 지하차도 참사 2주기를 앞두고 이 대통령은 이날 현장을 직접 찾았다. 2년 전 오송에선 갑작스러운 폭우로 지하차도가 물에 잠기며 14명이 숨졌다. 16일에는 사회적 참사 유가족을 초청해 의견을 듣는다. 이 대통령은 오송 지하차도 참사 유족뿐 아니라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0·29 이태원 참사 △세월호 참사 유가족을 불러서 위로할 계획이다.
[성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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