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원기 감독 / 사진=DB |
[스포츠투데이 강태구 기자] 키움 히어로즈 역사의 한 페이지가 막을 내렸다.
키움은 14일 "홍원기 감독, 고형욱 단장, 김창현 수석코치에 보직 해임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구단에 따르면 위재민 대표이사는 이날 홍원기 감독과 고형욱 단장에게 그간의 노고에 대해 감사를 표하고, 구단의 결정 사항을 전달했다.
오는 17일부터 열리는 삼성 라이온즈와의 후반기 첫 경기부터는 설종진 퓨처스팀 감독이 1군 감독 대행을 맡게 된다. 1군 수석코치 자리는 당분간 공석으로 유지된다.
홍원기 감독은 키움 구단 역사의 산증인이다. 지난 2020시즌 수석 코치를 거쳐 2021시즌 키움의 지휘봉을 잡은 홍원기 감독은 부임 첫해인 2021시즌부터 팀을 와일드카드 결정전까지 이끌었다.
또한 2022시즌엔 정규시즌 2위에 이어 한국시리즈 진출까지 견인하면서 자신의 지도력을 입증했다. 이후 키움과 3년 계약을 맺으며 동행을 이어갈 것을 약속했다.
하지만 2023시즌과 2024시즌 연속해서 최하위로 시즌을 마감했고, 올 시즌 역시 27승 3무 61패로 전반기를 압도적인 꼴찌로 마무리했다.
특히 지난 5월엔 구단 창단 최다 10연패 신기록을 작성한 것은 물론, KBO리그 역대 월간 최다 패배라는 굴욕까지 당했다.
홍원기 감독의 키움은 올 시즌 시작부터 쉽지 않았다. 지난 시즌 팀 내에서 좋은 활약을 보였던 외인 아리엘 후라도(현 삼성 라이온즈),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현 KT 위즈)가 떠났고, 팀의 중심을 잡아주던 김혜성(현 LA 다저스)마저 빅리그에 입성했기 때문에 전력 이탈이 적지 않았다. 이어 팀의 필승조 역할을 맡았던 조상우도 KIA 타이거즈로 이적하면서 많은 구멍이 생겼다.
또한 올 시즌을 앞두고 야심차게 야시엘 푸이그와 루벤 카디네스를 영입해 외국인타자 2명을 기용하는 승부수를 던졌으나 이 역시 좋지 못한 결과로 이어졌다.
결국 키움은 칼을 빼들었고, 지난 5년 동안의 동행에 마침표를 찍었다.
그럼에도 홍원기 감독은 떠나기 전 자신의 마지막 유산을 남겼다. 바로 패기 있는 선수들이다.
올해 50경기 이상 나선 포수 중에서도 높은 도루 저지율을 보여주고 있는 김건희가 그 대표적인 예다.
또한 2025 신인 드래프트 3라운드로 키움 유니폼을 입은 어준서도 올 시즌 함께 팀에 입단한 전태현과 키스톤 콤비를 이루고 있다. 물론 시즌 초반 불안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으나 많이 성장해 지금은 팀의 내야를 책임지고 있다.
그리고 전체 1순위로 데려온 정현우 역시 올 시즌 신인 중 유일하게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하고 있는 등 넘치는 잠재력을 보여주고 있다.
불명예 기록과 부진한 성적을 기록한 것에는 틀림 없으나 홍원기 감독이 떠나기 전까지도 팀에 남긴 것이 있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리고 이젠 설종진 감독 대행이 홍원기 감독이 남긴 유산을 가지고 팀을 이끌 차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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