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2018년 11월5일 법무부 장관 등을 상대로 내린 교정시설 과밀화 해소 관련 결정문에 첨부된 교도소 수용실태 사진. 왼쪽은 청주여자교도소 혼거실(9명 정원에 11명 수용)이고, 오른쪽은 대전교도소 혼거실(4명 정원에 6명 수용)이다. 국가인권위원회 제공 |
윤석열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윤 전 대통령이 머무는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 ‘독방’에 에어컨을 설치하라는 민원을 넣고 있는 가운데, 문제는 일반 수용자들이 단체로 머무는 ‘혼거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참에 과밀 수용 문제를 해결하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는 1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윤석열 지지자들이 폭염에 고생하고 있는 윤석열을 위해 ‘인권을 보장하라’, ‘에어컨도 없는 곳에 사람을 내버려두는 행위는 살인이나 다름없다’고 민원을 넣고 있다니 한숨이 나온다”고 말했다.
서울구치소를 비롯한 국내 교정시설 수용자 거실에는 에어컨이 없고, 선풍기만 있다. 이에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구치소 전화번호 등을 공유하며 ‘윤 전 대통령의 독방에 에어컨을 제공하라’는 민원을 제기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구치소에는 형이 확정되지 않은 미결수가 머물며, 형이 확정되면 교도소로 옮겨진다.
홍 교수는 “에어컨 설치 요구는 정당하다”면서도 “진작 관심을 가져야 했던 문제인데 윤석열이 폭염에 고생할까 봐 걱정돼서 비로소 문제가 되고 있다니 어이가 없어서 하는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홍 교수는 구치소 등 수용시설에 대해 “환기, 통풍이 잘 안되는 곳이라 조금만 더워지면 말 그대로 ‘찜통’이 된다”며 특히 “한국은 과밀수용이 심각한 상태”라고 말했다. 홍 교수는 “혼거수용된 경우에는 고통이 몇 배 가중된다”며 “‘독방’에 있는 윤석열은 그에 비하면 사정이 나은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선순위가 있다면, 윤석열 독방에 에어컨을 놔주는 게 우선이 아니라 과밀수용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면서 혼거수용 시설부터 에어컨을 설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국내 수용시설의 과밀 문제는 오랜 시간 지적됐다. 법무부가 정한 수용자 최소수용면적은 혼거실 기준 수용자 1인당 2.58㎡로 주요 국가나 국제기준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데 이마저도 과밀 수용으로 인해 제대로 준수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는 경북 상주교도소가 12.07㎡(화장실 제외) 면적에 5명 정원인 방에 8명을 배정(1인당 면적 약 1.5㎡)하는 등 ‘과밀 수용’을 했다며 개선하라는 권고를 내기도 했다. 지난 10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윤 전 대통령은 3평(9.9㎡)에 조금 못 미치는 2평대 독방에서 생활 중이다.
인권운동가로 수감 경험이 있는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이사도 홍 교수와 같은 의견을 내놨다. 박 이사는 14일 페이스북에 “혼거방에서는 윤석열이 혼자 쓰는 방을 5~6명이 함께 쓴다”라며 “서울구치소 수용자들 입장에서는 윤석열이 특혜를 받는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이사는 “윤석열은 매일 변호사 접견으로 에어컨이 나오는 접견실에서 낮에는 나와 살다가 저녁에 방으로 들어갈 것이기 때문에 다른 수용자들보다 훨씬 좋은 조건에서 생활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박 이사는 “구치소와 교도소의 수용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면, 먼저는 과밀수용부터 해결하는 게 우선”이라며 “지금처럼 작은 방에 너무 많은 수용자들을 때려 넣는 식이면 ‘교화’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에어컨도 설치하는 게 맞을 텐데, 윤석열 방에만 설치하는 것은 반대”라고 덧붙였다.
학생운동으로 복역 경험이 있는 강기정 광주시장도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나의 감옥은 0.75평(2.48㎡)이었다. 에어컨은커녕 선풍기도 없었다. 당연히 티브이(TV)도 없었다”며 “지금 윤석열에게 주어진 3평의 감옥, 선풍기, 티브이는 오랜 투쟁의 산물”이라고 말했다.
강 시장은 “윤석열을 위해 ‘에어컨을 설치해달라’, ‘더 긴 운동시간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들린다”며 “지금 윤석열이 할 일은 다른 재소자의 처지를 살피고 국민의 마음을 얻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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