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의 부인 김건희씨가 2025년 6월27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서 윤석열이 미는 휠체어에 탄 채 퇴원하고 있다. 연합뉴스 |
우리가 국가안보실장이나 국가정보원장, 대통령비서실장 등의 배우자를 유심히 본 적이 있던가. 이재명 대통령이 2025년 7월4일 신임 국무총리와 더불어 핵심 인사들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는 장면을 찬찬히 지켜봤다. 응원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혹시 넘치거나 나대는 이는 없는지를 걱정하며 살폈다. 지난 정권 ‘여사님’의 기행에 워낙 놀라서일까.
‘3대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에서 연일 나오는 소식을 듣다보면 어느 것 하나 윤석열의 배우자 김건희를 비껴가지 않는다. 광활하고 꼼꼼하게 권력을 휘두르며 사리사욕을 챙겼다고밖에 할 말이 없다. 그 와중에 ‘자기 사람’들은 또 어찌나 옆에 붙였는지. 주가조작을 함께 했든, 통장 잔고를 위조해줬든, 전시 인테리어를 도왔든, 얼짱 각도로 사진을 찍어줬든, 여론 조작질을 했든, 흉몽을 대신 꿔줬든, 사주나 풍수지리를 봐줬든, 명품 가방을 안기며 특혜를 누리려 했든 기타 등등 뭔가 끈과 연이 닿은 이들이라면 틀림없이 한자리하거나 한몫 건지게 했다. 두서도 맥락도 없다. 그 결과 각종 개발 비리부터 투자 사기 의혹에 심지어 마약 연관설까지 김건희와 그 일가가 의심받는 일들은 영역부터 스케일, 관련자까지 그야말로 광대무변하다.
그래서 그런 ‘자기 사람’이 결정적일 때 도움이 됐을까. 돈과 힘으로 부린 관계가 어떻겠는가. 내란 특검 수사 도중 윤석열이 무너진 것도 윤석열 기준으로 누군가의 ‘배신’을 확인해서라는 말이 나온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던 말은 역설적으로 그걸 가장 의식했기 때문일 터이다. 대체 어떤 ‘결핍’이 이런 ‘탐욕’을 불렀을까. 어떤 ‘어리석음’이 이런 ‘착각’을 낳았을까.
지금까지 드러난 것만으로도 김건희는 역대 최악의 지도자 배우자다.(이순자는 최소한 전두환을 위하는 모습은 보였다.) 김건희는 비화폰을 쓰고 경호처를 수족처럼 부리며 고위 공무원과 여당 인사를 아무 때나 접촉했다. 스스로 대통령을 넘어 왕 행세를 한 셈이다. 그런 이가 수사를 앞두고 우울증이라며 입원한 것도 가관이었으나, 퇴원 장면까지 무슨 애틋한 ‘백수광부의 처’라도 되는 듯 연출 티가 역력하게 촬영해 공개되게 하는 걸 보면서 정말 사람 안 바뀌는구나 실소했다. 극강의 나르시시즘에 소시오패스 성향까지 더해진 군림자의 모습이라니. 많은 심리 연구자에게 엄청난 영감과 자료를 제공할 살아 있는 캐릭터가 아닐까 싶다.
그런 탓에 윤석열과 김건희가 제 맘대로 골라 들어가 마구잡이로 고치고 꾸민 서울 한남동 관저는 두고두고 보존했으면 한다. 공간 그 자체가 정치이고 역사이자 심리 연구 대상이다. ‘다크투어’의 현장이 될 수도 있겠다. ‘키세스 시위’와 시위대를 도운 미술관, 체포 저지선과 진입 뒷길 등의 동선을 잘 짜면 좋겠다. 그 모든 ‘난리 블루스’ 갈피마다 많은 이의 염원과 노력이 있었음을 꼭 새겼으면 한다.
그렇게 해서 지켜낸 ‘정상적 권력’의 모습과 작동 방식이 반갑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30일 기자회견을 자청했고, 이 자리에서 대통령 가족과 친인척, 측근 등의 비위 행위를 상시 감찰하는 특별감찰관을 빠르게 임명하겠다고 밝혔다. “권력은 본인의 안위를 위해서라도 견제받는 게 좋다”며 “예방하는 게 중요하다. (비리의) 가능성을 봉쇄하는 게 모두를 위해 좋다”고 강조했다.
이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은 시절을 보내고 나니, 둔해지는 게 아니라 더욱 민감해진다. 윤석열 구속 뒤 김건희 구속도 속도를 냈으면 한다.
김소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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