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 인요한 "민주당, 순천병원에 공문 보냈지만…전 사생활 안 묻겠다"
정동영 "은퇴후 北에서 의료장비 수선하고 싶다는 인요한 의원 말씀 참 감동"
인요한 국민의힘 의원이 14일 오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보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질의하는 모습. / 사진=국회방송 |
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보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열린 국회에선 야당인 국민의힘 소속 인요한 의원이 정책 질의를 펼치며 모처럼 훈훈한 분위기가 조성됐다. 대다수 국민의힘 의원들이 인사청문회 초반 정 후보의 자료 제출이 미흡하다며 "고발해야 한다" "청문회가 아니라 불문회" 등의 비판을 쏟아낸 것과 대조적이다.
인 의원은 14일 오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인사청문회에서 "제가 북한을 많이 다녀왔기 때문에 남북관계에 대해 저에게 물어보고 소통한 것에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며 "사생활에 대해선 충분히 질문이 나왔기 때문에 저는 묻지 않겠다"고 말했다.
인 의원은 "단, 민주당에서 제가 혁신위원장할 때 저한테 아주 비겁하게 저희 병원에도 공문 보내고 저기 전라남도 순천에도 공문 보내고 사람을 들췄다"며 "민주당도 좀 성숙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해당 발언 도중 인 의원이 민주당을 바라보면서 전라도 사투리로 발언하자 정 후보가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인 의원은 1959년 전북 전주 출생으로 연세대 의대 교수로 재직하던 2023년 10월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에 발탁됐다. 2012년 대북 의료지원 활동 등의 공로를 인정 받아 '대한민국 1호 특별귀화자'가 되기도 했다.
인 의원은 첫 질의로 북핵 문제를 거론했다. 그는 "'우리가 잘하면 (북한이) 포기하지 않겠느냐' (얘기하지만) 절대 포기 안 한다"며 "그 나라가 워낙 가난하기 때문에 이념과 사상을 떠나서 아마 핵 포기는 안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런데 문재인 정권 때 (남북 정상이) 2018년 9월 백두산에서 만세 부르고 그 다음에 2020년 6월 (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며 "(진보 정권이) 상당히 로맨티시즘(romanticism·낭만주의)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정 후보는 이에 대해 "먼저 우리 인요한 위원님께서 정치를 은퇴하면 이북에 가서 우리가 기증했던 의료장비 수선 일을 해보고 싶다는 말씀을 참 감동적으로 들었다"며 "핵 문제 말씀하셨는데 참 시급하다"고 답했다.
정 후보는 "지금 이 시간에도 북의 핵시설은 가동되고 있다"며 "영변의 5㎿(메가와트) 원자로가 돌아가고 있다"고 했다. 이어 "거기서 지난 30년 동안 여섯 번 폐연료봉을 꺼내 재처리해 플루토늄을 만들어 핵폭탄을 만들었다"며 "현재도 우라늄 시설이 돌아가고 있고 영변에 (핵시설을) 한 군데 더 짓고 있다"고 했다.
이어 "(북한은) 네 군데 우라늄 시설에서 많게는 2000㎏ 적게는 1300㎏의 고농축 우라늄을 이미 추출해서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 않느냐"며 "점증하고 있는 핵능력을 빨리 대화를 통해서 다시 이것을 멈추도록 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보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장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 사진=뉴스1 |
정 후보가 "독일을 배워야 한다. 초당적으로 가야 한다"고 말하자, 인 의원은 "민주당 보고 (남북이) 통일로 가는 길을 (독일의) 빌리 브란트한테 '빌리자' 아이디어를 냈는데 솔직히 미흡했다"고 답했다.
1969년부터 1974년까지 옛 서독 연방정부를 이끈 빌리 브란트 전 총리는 정권을 잡자 연방전독일문제부(전독부)를 연방양독일관계부(내독부)로 명칭을 변경했다. 이 정책은 서독이 동독을 분명한 실체로 인정하면서 양국 관계를 화해와 포용의 기조로 돌린 것으로 평가된다.
인 의원은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통일하지 말자고 말한 것이 매우 섭섭하고 옳지 않다'고 지적하자, 정 후보는 "통일하지 말자 그 발언이 굉장히 자극적이었고 그것은 저는 헌법정신도 위반이고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답했다.
정 후보는 "그러나 (남북이) 엄연히 두 국가로 살고 있다"며 "유엔에 가입했고 전 세계 164개국이 북한과 남한을 동시에 수교한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헌법도 그렇고 1300년을 함께 살았는데 80년 떨어져 살았다고 해서 우리가 영구히 분단될 수는 없다"며 "통일은 또 가야 할 길"이라고 했다.
인 의원은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정상회담 성사시 '코리아 패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정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저는 늦지 않게 만나기를 희망한다"면서도 "우리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정부의 패싱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왜냐하면 우선 간단하게 대한민국이 미국보다는 북한을 더 잘 알고 있다. 우리의 도움 없이 북미 대화가 효율적으로 진행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김인한 기자 science.in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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