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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주민 강제 이주..."인종청소"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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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주민 강제 이주..."인종청소"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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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주의 도시'라는 정착촌 건설
주민들 도시 밖으로 나가는 거 금지돼


한 팔레스타인 여성이 1일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 난민촌 텐트 안에서 생후 11개월 된 손주에게 물을 끼얹어 주며 더위를 식혀주고 있다. 칸유니스=AP 뉴시스

한 팔레스타인 여성이 1일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 난민촌 텐트 안에서 생후 11개월 된 손주에게 물을 끼얹어 주며 더위를 식혀주고 있다. 칸유니스=AP 뉴시스


이스라엘이 추진하는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주민 강제 이주 계획을 둘러싸고 '인종청소'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전 총리는 13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의 '인도주의 도시' 구상을 "강제수용소"라며 규정하고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그곳으로 강제 이주된다면 이는 인종청소의 일환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들이 만약 가자지구의 절반 이상을 '청소(clean)'하려고 수용소를 짓는다면 이는 (팔레스타인 주민을) 구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추방하고 밀어내고 버리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지난 7일 가자지구 남쪽의 중심도시 라파에 '인도주의 도시'라는 정착촌 건설을 군에 지시했다. 초기 60만 명을 이주시킨 뒤 최종적으로 200만 명에 달하는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주민 전체를 이주시키겠다는 게 골자다. 도시는 이스라엘군이 외곽을 통제하고, 국제기구가 내부 운영과 구호물자 배분을 담당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모든 주민이 보안 검색을 받아야 하고 도시 밖으로 나가는 것도 금지된다.

이 같은 계획은 이스라엘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지만, 실상은 감시와 통제를 전제로 한 '강제수용소'에 가깝다는 것이다. 이스라엘 인권변호사 마이클 스파르드는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정부는 추방을 '자발적'이라고 부르지만, 가자 주민들이 강제조치에 처해 있는 만큼 법적 의미에서 동의로 볼 수 없는 상태"라며 "전쟁 중 누군가를 고향에서 쫓아내는 건 반인권 범죄"라고 주장했다.

팔레스타인 어린이가 13일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희생자가 발생한 장소를 지켜보고 있다. 물을 긷는 장소에 물통이 어지럽게 놓여 있다. 가자지구=로이터 연합뉴스

팔레스타인 어린이가 13일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희생자가 발생한 장소를 지켜보고 있다. 물을 긷는 장소에 물통이 어지럽게 놓여 있다. 가자지구=로이터 연합뉴스


한편 이날 가자지구에서는 이스라엘군(IDF)의 공습에 민간인 8명이 숨지고 수십 명이 다치는 참사가 또다시 발생했다. 미사일은 이슬람 지하드 무장세력을 겨냥했지만 오작동으로 목표 지점에서 수십 미터 떨어진 급수시설에 떨어져 어린이를 포함한 사상자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2023년 10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발발한 이래 사망자는 이날 기준 5만8,000명을 넘어섰으며, 절반 이상이 여성과 어린이였다.

손효숙 기자 shs@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