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89개의 말·프라하, 사라져 가는 시. (사진=민음사 제공) 2025.07.1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
[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체코 소설가 밀란 쿤데라의 2주기(7월 11일) 기념해 유고작 '89개의 말·프라하, 사라져 가는 시' 가 출간됐다. 책은 쿤데라의 절친한 친구이자 프랑스 망명을 도운 피에르 노라가 산문 두 편을 엮었다. 이전에 프랑스 출판사 갈리마르의 인문·정치 잡지 '데바'에 실린 글이다.
노라는 "이 두 텍스트는 그의 존재를 다른 어떤 책보다도 더 생생하게 느끼게 해준다"며 "이 책은 어떤 이들에게는 밀란 쿤데라의 소설 세계에 대한 최고의 입문서가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먼저 수록된 '89개의 말'은 쿤데라의 '개인 사전'이다. 그가 중요시했던 말, 골칫거리로 여겼던 말, 좋아했던 말 101개의 모음집이다. '데바'에 '소설의 기술'이라는 이름으로 수록됐다가 당시 수정 과정에서 실리지 못한 12개의 단어를 이번 책에 복원해 총 101의 단어로 완성됐다.
쿤데라에게 '말'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그에게 언어는 소통 수단에서 나아가 정체성, 문제, 철학을 구성하는 핵심이었다. 그는 살아생전 번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1967년 출간된 쿤데라의 소설 '농담'은 당시 서구의 모든 언어로 번역됐지만 쿤데라는 환희보다 아쉬움의 감정을 드러낸다. 번역자가 체코어를 단 한마디도 하지 못하는 사람이었기에 그의 문체는 사라진 상태였고 소설은 재구성돼 있었다.
번역에 열과 성을 다하는 쿤데라를 본 노라는 쿤데라에게 개인 사전을 제안하고 이는 이 글의 탄생 배경이 된다. 산문은 '절대(Absolu)부터 시작해 '저속함(Vulgarit?)까지 총 101개의 단어가 알파벳 순서로 실리며 각 단어에 얽힌 그의 철학과 생각을 담고 있다.
'프라하, 사라져 가는 시'에는 쿤데라의 조국 체코를 향한 그리움, 안타까움 등의 감정과 자부심을 살펴볼 수 있다. 이 글은 쿤데라가 프랑스 망명 초기 대학교에서 '카프카와 중앙 유럽의 문학'을 강의하던 1980년, '데바'에 발표한 글이다.
쿤데라는 1968년 '프라하의 봄' 시위에 참여하고 소련의 개입으로 프랑스로 떠나게 된다. 그는 오랜시간 체코 국적이 박탈됐다가 비로소 2019년 회복하게 된다.
쿤데라는 프라하를 "라인강 동쪽 최초의 대학 도시이자, 15세기에는 최초의 유럽 대혁명의 무대였고, 종교 개혁의 요람, 바로크의 수도였다"고 말한다.
다만 이런 역사를 가진 체코를 서구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이해됐던 것을 비판한다. 쿤데라는 "사람들은 소국은 당연히 대국을 모방하리라고 가정한다. 그것은 환상이다"며 "소국들의 유럽은 다른 유럽이며, 다른 시선을 가지며, 그 사상은 종종 대국들의 유럽과 완전한 대위(對位)를 이루기도 한다"고 말한다.
또 카프카, 하세크, 야나체크 등 체코 예술가를 거론하며 작품에 담긴 체코의 고유한 문화와 역사적 배경을 서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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