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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억 엑시트… 김건희 집사 '친한 형님'이 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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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억 엑시트… 김건희 집사 '친한 형님'이 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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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나가라" 요구에 법인 세워 지분 이동
엑시트 당시 서류에 '집사' 이름은 빠졌지만
'지인' 지분 100%, '아내'는 이후 대표 선임
특검, 이면계약 가능성·자금 행방 확인 전망


김건희 여사가 지난해 10월 6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공군1호기에 탑승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김건희 여사가 지난해 10월 6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공군1호기에 탑승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김건희 여사 일가의 '집사'로 지목된 김모(47)씨가 과거 자신이 보유한 회사 주식을 처분하는 과정에서 '친한 형님'이 대주주인 회사를 동원한 정황이 파악됐다. '투자 시점엔 해당 지분이 제3자 소유로 김씨와 무관했다'는 관련 업체들 해명과는 배치된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씨 차명회사의 주주 변동 과정과 46억 원의 종착지를 살펴보고 있다.

13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김씨가 2017~2021년 임원을 지낸 소프트웨어개발사 IMS모빌리티는 2023년 6월 펀드 운용사 오아시스에쿼티파트너스를 통해 184억 원을 투자받았다. 특검팀은 펀딩에 참여한 대기업과 금융사들의 투자가 김씨와 김 여사와의 친분 관계를 고려한 '대가성 투자'라는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다. 김씨가 보유한 IMS 지분 4.64%를 모두 오아시스 측에 팔아 46억 원을 챙겨 나갔다는 의혹도 규명 대상이다.

IMS와 오아시스 측은 "투자 결정은 김씨가 퇴사한 뒤 지분까지 모두 청산한 뒤 이뤄졌고 정치적 고려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김씨가 2022년 사업가 윤모(49)씨 소유 '이노베스트코리아'에 IMS 주식을 매각했다는 것이다. 오아시스가 이노베스트로부터 IMS 주식을 매입한 2023년엔 김씨가 개입할 여지가 없었다는 취지다. 오아시스 측은 '이노베스트의 주주와 대표 모두 김씨와 전혀 관련 없는 인물이라는 것을 확인했다'고도 설명했다.

하지만 두 회사 해명과 달리, ①김씨는 자신의 IMS 지분을 처분하기 전 스스로 '이노베스트코리아'를 세웠으며 ②이후 이노베스트코리아 지분 100%를 넘겨받은 윤씨는 김씨와 가까운 지인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2020년 무렵부터 김씨가 김 여사 모친 최은순씨의 잔고증명서 위조 사건 공범으로 재판에 넘겨지며 '집사' 의혹이 불거지자, 일부 IMS 투자자들은 '김씨 리스크'를 우려해 투자금을 회수하기 시작했다. 추가 투자금이 필요하던 IMS 측에 펀딩 의사를 밝힌 오아시스의 민모 대표도 이 부분을 우려했다.

IMS 측은 결국 김씨에게 퇴사 및 지분 정리를 요구했고, "잘못이 없는데 왜 나가야 하냐"는 김씨를 설득해 2021년 4월 퇴사 처리했다. 민 대표의 요구에 IMS는 김씨에게 지분 정리도 요구했다. 그러자 김씨는 이노베스트코리아를 설립해 자기 몫의 지분을 옮기겠다고 했고, IMS 측은 김씨 측에 재차 '제3자로의 지분 매각'을 요청했다. 김씨는 마땅한 매각처를 찾지 못하다 2022년 말 윤씨에게 이노베스트코리아 지분을 팔았다고 한다. 현재는 김씨 배우자가 이노베스트코리아 대주주라서, '이면 계약'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 투자사들이 이 같은 사정을 알고도 180억 원대 투자금을 내놓았다면 '김 여사의 측근 김씨'의 존재를 의식하고 투자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투자금 유치와 무관하게 김씨의 '엑시트'를 위해 벌인 일이라고 해도, 결과적으로 김씨에게 경제적 이득을 가져다주기 위한 조치 아니었느냐는 의문은 남는다.


특검팀은 김씨의 엑시트 관련 의혹에 대해 위법 여부를 단정하긴 이르다고 보고 있다. 김씨를 앞세워 투자를 유치할 의도였다면 김씨 소유권을 숨길 이유가 없었을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김 여사가 개입돼 있다는 증거 역시 현재로선 뚜렷하지 않아 특검 수사로 가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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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70915280004000)

강지수 기자 soo@hankookilbo.com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