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자녀 살해 뒤 자살
공포감에 혼자 탈출한 비정한 가장도
초기 단계서 사회적 개입 필요성 높아
열대와 아열대 따듯한 바다에 사는 장수거북은 거북류 중 가장 크다. 등딱지만 2m가 넘는 개체도 있다. 덩치는 어마어마하지만 알 부화율은 다른 거북들보다 현저히 낮은 30% 수준이다.
산란기가 되면 장수거북 암컷은 해변 모래사장을 찾아 1m 정도 깊이에 100개 안팎의 알을 낳는다. 모래를 깊숙이 파고 산란을 한 뒤 다시 모래로 알 위를 볼록하게 덮는데 2시간 남짓 걸린다.
온 힘을 쥐어짜야 하는 이 느릿한 과정이 산란의 끝은 아니다. 암컷은 주변에 비슷한 크기의 모래 더미를 몇 개 더 만들고 완전히 탈진한 상태로 바다로 되돌아간다. 안 그래도 알 열 개 중 세 개 정도 부화하는데, 천적들은 호시탐탐 구덩이 속 알을 노리기에 죽을 힘을 다해 연막작전을 펼치는 것이다. 새끼들을 지키기 위한 어미의 눈물겨운 본능이다.
공포감에 혼자 탈출한 비정한 가장도
초기 단계서 사회적 개입 필요성 높아
지난달 2일 전남 진도군 임회면 진도항 인근 해상에서 일가족 탑승 차량이 인양되고 있다. 아내와 공모해 두 아들을 태우고 바다로 돌진한 40대 가장은 혼자서만 탈출해 광주로 달아났다 검거됐다. 목포해양경찰서 제공 |
열대와 아열대 따듯한 바다에 사는 장수거북은 거북류 중 가장 크다. 등딱지만 2m가 넘는 개체도 있다. 덩치는 어마어마하지만 알 부화율은 다른 거북들보다 현저히 낮은 30% 수준이다.
산란기가 되면 장수거북 암컷은 해변 모래사장을 찾아 1m 정도 깊이에 100개 안팎의 알을 낳는다. 모래를 깊숙이 파고 산란을 한 뒤 다시 모래로 알 위를 볼록하게 덮는데 2시간 남짓 걸린다.
온 힘을 쥐어짜야 하는 이 느릿한 과정이 산란의 끝은 아니다. 암컷은 주변에 비슷한 크기의 모래 더미를 몇 개 더 만들고 완전히 탈진한 상태로 바다로 되돌아간다. 안 그래도 알 열 개 중 세 개 정도 부화하는데, 천적들은 호시탐탐 구덩이 속 알을 노리기에 죽을 힘을 다해 연막작전을 펼치는 것이다. 새끼들을 지키기 위한 어미의 눈물겨운 본능이다.
하물며 동물도 이런데, 현실에서는 자녀를 자신의 손으로 살해하는 인면수심 부모들이 끊이지 않는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8월 발표한 '2023 아동학대 연차 보고서'를 보면 부모의 손에 세상을 떠난 미성년 자녀가 2022년 14명, 2023년 23명이었다.
올해 들어서도 스스로 천륜을 저버리는 비정한 사건들이 이어졌다. 3월 경기 수원시 장안구의 한 아파트에서 40대 남성은 아내와 함께 중학생 아들, 초등학생 딸을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4월에는 경기 용인시 수지구에서 50대 남성이 80대 부모와 배우자, 20대와 10대인 두 딸까지 무려 일가족 5명을 살해했다. 지난달 초 전남 진도항에서는 40대 아버지의 차에 탄 10대 두 아들이 바닷속으로 가라앉았다. 부모가 자녀를, 심지어 한 명도 아니고 두 명 이상 살해한 사건만 추려도 이렇다.
겹치는 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살인범은 모두 가장이고 사전에 수면제를 구입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한 데다 살해 동기는 하나같이 경제적 어려움이었다. 자녀들에게 빚을 떠넘길 수 없다는, 자신이 없으면 자녀들이 힘들 것이라는 자의적 오판으로 용서 받지 못할 범죄를 저질렀다.
범행 뒤 모두 자살을 시도했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용인과 진도 사건의 경우 자녀들을 살해하고도 자신들의 목숨 앞에서는 주저했다. 이들은 법의 처벌을 앞두고 있다. 특히 아내와 공모해 승용차에 두 아들을 태우고 진도항 바다로 돌진한 40대는 극심한 공포감에 혼자서 빠져나왔다고 했다. 두 아들을 숨지게 하고 이토록 구차한 변명이라니.
더 이상의 비극을 막기 위해 자녀살해도 존속살해처럼 가중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다만 이미 생을 끝내기로 한 이들에게 가중처벌이 소용이 있을까. 수사와 재판에서는 부모가 그런 짓을 할 줄 몰랐던 자녀들의 헤아릴 수 없는 고통도 드러나지 않는다.
세이브더칠드런이 2023년 4월 국회에서 개최한 국제 심포지엄 중 캐나다 웨스턴대 임상심리학자 마이클 삭스톤 박사는 "1961년부터 2011년까지 50년간 캐나다에서 부모가 살해한 만 18세 미만 아동은 1,612명이고, 그중 70% 이상의 사건에는 최소 7개의 위험 지표가 있었다"고 했다. '경제적 위기→자녀 살해→자살'이란 비극의 고리 중 첫 단계에 사회적 감시와 개입이 있다면 어느 정도 막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가장이 무너지면 자녀까지 불행해진다는 너무나 잘못된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 사람의 운명을 결정할 권리는 이 세상 누구에게도 없다. 자녀는 부모의 말이 아니다.
김창훈 전국부장 chkim@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