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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LG 트윈스의 경기. 6회 2사 1루 LG 송찬의를 158km 강속구로 삼진 처리한 롯데 감보아가 기뻐하고 있다. 부산=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07.02/ |
[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구단의 결단 속에 영입한 외국인 투수들. 그런데 공통점이 있다?
올 시즌 전반기 KBO리그는 극심한 투고타저였다. 규정 타석을 채운 타자 중 3할 이상 타율을 기록한 선수가 단 10명밖에 안된다. 3할 타자를 보유하지 못한 팀들도 있다. 지난해에는 시즌 전체를 통틀어 3할 이상 타자가 무려 24명이었다. 보통 전반기 성적으로만 치면 3할 이상 타자가 더 많았다가, 시즌이 끝나면 그걸 유지 못하고 떨어지는 타자가 더 많아지는 게 보통이다. 그렇게 따지면 올시즌 종료 후 두자릿수 3할 타자가 나올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반대로 투수쪽은 성적이 화려하다. 전반기 7승이면, 후반기 10승은 보장이라고 해도 무방한 좋은 성적. 그런데 7승 투수는 다승 공동 11위밖에 안된다. 지난해에는 10승 이상을 거둔 투수가 총 19명이었는데, 7승까지가 16명이다. 10승 가능성이 충분한 5~6승 투수가 무려 18명 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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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한화와 키움의 경기, 2회말 투구를 마친 폰세가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고척=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5.07.04/ |
여러 이유가 있다. 지난해부터 정식 도입된 'ABS'가 투수에게 유리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그것보다 올해 유독 수준 높은 외국인 투수들이 많이 합류한 게 결정타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코디 폰세(한화) 라일리 톰슨(NC) 아담 올러(KIA) 요니 치리노스(LG) 미치 화이트(SSG) 터커 데이비슨(롯데) 등이 주인공이다. 여기에 이들에게 밀리지 않는 재계약 외인 라이언 와이스(한화) 아리엘 후라도(삼성)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KT) 드류 앤더슨(SSG) 제임스 네일(KIA) 등도 성적이 좋다. 오원석(KT) 송승기(LG) 등 전혀 기대가 크지 않았던 국내파 투수들의 대반란도 중요하다. 오원석은 KT 이적해 완전히 다른 투수가 됐다. 전반기 10승. 송승기는 8승으로 신인왕 유력 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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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린 한화와 KIA의 경기. 5회말 2사 1, 2루. 최인호 볼넷 때 유로결이 3루에서 견제사를 당했다. 김태군 포수에게 박수를 보내는 KIA 네일. 대전=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07.10/ |
뿐만 아니라 대체 외국인 선수들의 파란도 주요 체크 포인드다. 돌풍의 주역은 알렉 감보아(롯데)다. 압도적인 구위를 앞세워 7경기 6승1패 평균자책점 2.11을 찍고 있다. 약점 노출로 긴장했던 KBO리그 데뷔전 패전 후 6경기 전승이다. 좌완인데 155km 강속구가 거침 없이 들어오니 공략이 매우 힘들다.
삼성의 새 외국인 투수 헤르손 가라비토도 3경기 1패 뿐이지만, 평균자책점은 2.57이다. 삼성의 전반기 막판 페이스가 워낙 안좋아 손해를 본 케이스일 뿐이고, 가지고 있는 구위 자체는 훌륭하다. 두 사람의 공통점이 있다. 150km가 훌쩍 넘는 강속구를 던진다. 그런데 미국에서의 평이 비슷했다. 공은 좋은데 그에 비해 제구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래서 빅리그 승격에도 어려움을 겪은 게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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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삼성과 두산의 경기, 2회말 2사 2,3루 삼성 가라비토가 두산 이유찬을 삼진처리하며 무실점으로 이닝을 끝마치고 있다. 잠실=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5.07.02/ |
그런데 이들이 가진 특성이 KBO리그에서는 엄청난 무기가 되고 있다. ABS 때문이다. 오히려 제구가 좋아 존 안에 공을 잘 넣는 선수들이 불리해지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제구가 흔들려 의도한 것보다 더 바깥쪽으로 공이 가는데, 이게 타자들이 도저히 칠 수 없는 코스 스트라이크 판정이 나오니 '무적' 모드가 되는 것이다.
최근 쿠에바스를 대신해 KT에 입단하게 된 패트릭 머피도 비슷한 유형. 최고 157km 강속구를 뿌리면서 전형적인 '구위형' 투수다. KT 역시 감보아와 가라비토의 리그 적응을 감안해, 상대적으로 제구가 떨어지더라도 구위가 빼어난 유형의 투수를 선택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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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트릭 머피. 사진제공=KT 위즈 |
한 야구 관계자는 "ABS 시대, 무조건 몸값 비싸고 메이저리그 경험 많고 한 선수들을 고집할 필요가 없어졌다. 일단 공이 빠른데 메이저리그에 못 올라오는 선수들을 노리는게 더 나을 수 있다. 몸값도 그렇게 비싸지 않고, 제구가 그렇게 완벽하지 않은 게 지금 ABS 시스템에서는 오히려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이 의견에 설득력을 더해주는 사례가 바로 콜 어빈(두산)이다. 엄청난 빅리그 커리어에, 완벽한 투구 로케이션을 가진 투수로 인정받았다. 마치 한국에 오면 20승은 거뜬히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 속에 KBO리그 데뷔 시즌에 들어갔는데, 올시즌 가장 실망을 안긴 선수라 해도 과언이 아닌 게 사실이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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