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숙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
윤희숙 위원장이 이끄는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당을 대선 패배와 지지율 추락 등 벼랑 끝으로 몰아넣은 당내 책임자 전원의 개별 사과를 요구했다. 사과를 거부하면 “당을 떠나야 한다”면서 당원 소환제를 통한 출당을 경고했다. 윤 위원장은 “탄핵의 바다를 건너지 못하고 있는데 사과, 반성이 필요 없다고 하는 분들은 당을 다시 죽는 길로 밀어 넣는 것”이라며 “이런 분들이 인적 쇄신 0순위”라고 말했다. 초고강도 쇄신안을 내놓을 것이라는 예측과 달리 ‘선 사과, 후 쇄신 단행’이라는 단계적 로드맵을 제시한 셈이다.
거센 반발을 고려한 듯 혁신위는 쇄신 대상을 특정하는 대신 사과할 사건 8가지를 꼽았다. △김문수에서 한덕수로 대선 후보 기습 교체 △관저 앞 윤석열 전 대통령 엄호 시위 참석 △윤석열 정부의 왜곡된 국정운영 방치·호가호위 등으로 주로 친윤계를 겨누었다. 김문수 전 대선후보를 겨냥한 △대선 후보 단일화 약속 파기, 한동훈 전 대표를 겨냥한 △당원 게시판 싸움 △총선 비례대표 공천 잘못도 포함됐다. 이러한 사건들이 집권당에서 공공연하게 벌어진 것은 물론이고 여태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놀라울 지경이다. 국민은 안중에 없고 지분 싸움만 벌인 결과가 윤석열 정부의 비참한 몰락임은 말할 것도 없다.
책임자들 사과와 인적 청산은 혁신의 첫 단추이자 핵심이다. 그러나 벌써 먹구름이 끼었다. 친윤 성향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특정 계파를 몰아내는 식의 접근은 필패”라고 반발했다. 권영세 전 비대위원장, 권성동 전 원내대표에 대한 인적 쇄신 요구를 거부해 ‘안철수 혁신위’를 조기 좌초시키고도 반성이 없다. 차기 당권 주자 입에서 “언제까지 사과만 하느냐”는 말까지 나왔다.
혁신위가 제시한 당원 소환을 통한 강제적 인적 쇄신이 가능할지도 의문이다. 실현되려면 비대위 추인과 전국위원회 의결 등 높은 관문을 넘어야 한다. 옛 새누리당 시절 ‘김문수 혁신위’도 추진했으나 당내 저항으로 무산됐다. 혁신위는 얻어맞을 각오로 보다 과감하고 즉각적인 혁신안을 내놓고, 당 지도부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즉각 수용해야 한다. 시간을 끌수록 국민의힘과 보수 정치의 궤멸 가능성만 커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