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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이진숙 교육장관 후보자 ‘논문 의혹’ 방치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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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이진숙 교육장관 후보자 ‘논문 의혹’ 방치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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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럽게 정국 운영을 맡게 된 현 정권이,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의 실용주의 노선을 앞세운 점에 공감하며 좋은 결과도 기대하고 있다. 그런데 장관 인선 과정에서 고양이 탈만 쓴 후보자도 인사청문회에 세우려 하고 있다. 법꾸라지들의 작태에 진절머리를 친 시민들을 마치 우롱하는 듯한 현 정권의 무책임한 자세에 할 말을 잃는다.

필자는 일본에서 영구귀국한 지 1년이 조금 지난 상태라 국내 사항의 언급을 피하고 있었다. 그러나 과오에 대한 일말의 자기성찰조차 하지 않는 자가 학자·교육자 출신임을 앞세워 교육부 수장까지 맡으려는 부조리를 묵과할 수가 없다.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와는 일면식도 없지만 같은 직업으로 일본 대학(학계)에서 일한 입장에서, 궤변으로 사실을 왜곡하는 후보자 본인과 무책임한 정부·여당에 묻고 싶다. 이 상태라면 과연 시민들이 정부의 교육 정책을 믿고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하는가.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여당의 교육위원장이 “여러 의혹들은 (임명에) 치명적인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고 한다. 보통 사람의 사고 구조와는 동떨어진 발언이다. 학자 겸 교육자에게는 종교인 이상의 높은 윤리의식을 갖춘 직업인으로서 행동해야 할 의무와 사명이 있다. 따라서 문제가 된 후보자의 논문 발표라면 어떠한 변명도 용납되지 않는 심각한 과오가 된다.

백보 양보해서, 가령 후보자가 논문의 내용을 대폭 수정했거나 새로운 논점으로 작성했다 하더라도, 학생 논문의 제목 및 주요 내용이 그대로 사용되고 있다면, 학생이 제1저자인 것이 국내외 학계의 원칙이다. 그런데 학계의 윤리지침조차 대폭 훼손해도 교육계 수장 후보자로서 치명적인 결격 사유가 아니라는 황당무계한 발언에는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국내 학계 사정에 어두운 필자이지만, 표절 행위가 정당화되는 학계는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

후보자는 자신의 충남대 총장 선거 때의 검증에서도 문제점이 없다는 결과였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자기합리화를 위해 동료 교원들까지 흙탕물로 끌어들이려는 행위도 학자의 자기책임으로서, 피해야 할 일이다. 부정행위조차 관행으로 왜곡하는 안이한 사고와 행동방식이 사회에 만연하고 있을지라도, 대학교수 출신이라면 자신의 치명적 과오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고 즉시 사퇴하는 게 사회인 본연의 자세가 될 것이다.

이진숙 후보자가 학위를 받은 도쿄공업대도 표절 행위에 대해 엄격한 제재를 하고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만약 일본의 대학교수에게서 이와 같은 표절 행위가 드러날 경우 즉각적인 사직은 물론이고 두 번 다시 교직에 적을 둘 수가 없다. 심지어 일본 학계에서는 사망 후에도 자기의 논문 내용에 책임져야 한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이다.


마지막으로, 현 정권이 힘든 출발에도 불구하고 발빠르게 전 정권의 실태를 수정해 나가는 모습에 지지를 보낸다. 그러나 이번 장관 후보자 인선 과정에서 과연 시민들의 지지를 얼마나 얻을지 불안을 감출 수 없다. 최악의 전 정권이었기에 현 정권이 상대적으로 좋게 비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속도감을 가지고 정책을 추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교만 또는 과신에서 오는 판단은 과연 없는지도 돌아보는 겸손함이 현 정권에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장정욱 일본 마쓰야마대 명예교수

장정욱 일본 마쓰야마대 명예교수

장정욱 일본 마쓰야마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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