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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과 누적]서양 악기 위로 흐르는 샤먼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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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과 누적]서양 악기 위로 흐르는 샤먼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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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니 데스크’라는 음악 라이브 쇼가 있다. 유튜브에 업로드되면 수백만회 조회 수를 기록하는 유명 채널이다. 2017년쯤 타이니 데스크는 한국에서 무명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런 타이니 데스크를 한국에 널리 퍼뜨린 존재가 있다. 민요 록밴드 ‘씽씽’이다. 현재까지 씽씽이 출연한 회차의 조회 수는 900만회에 육박한다.

3명의 국악 소리꾼에 3명의 서양 악기 연주자로 이뤄진 밴드다. 민요에 록, 펑크, 사이키델릭을 섞은 독창적인 음악으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1년 뒤인 2018년 씽씽은 해체했다. 맥이 끊긴 건 아니다. 음악 감독 장영규는 이날치를 결성해 ‘범 내려온다’를 세상에 내놨다. 이희문은 대중음악과 국악계를 넘나들면서 활동 중이다. 그리고 얼마 전 새 앨범을 발표한 추다혜가 있다.

밴드 추다혜차지스의 2집 <소수민족>(사진)은 장르 정의 자체가 불가능한 앨범이다. 한국 전통 무가(巫歌)를 바탕에 두되 여러 서양 장르를 해체하고, 뒤섞고, 재창조한 까닭이다. 그러면서도 중심이 단단하게 잡혀 있다. 멤버 각자의 역량이 탁월한 덕분이다. 대표적으로 ‘사이에서’의 저역대 베이스 연주와 추다혜의 주술적인 가창은 마치 샤먼이 노래하는 사이키델릭 솔(soul)·펑크처럼 들린다.

추다혜의 말을 듣는다. “굿에서 풍기는 무드와 펑키함을 전달하고 싶었어요. 사실 아티스트가 샤먼의 역할을 하는 거잖아요.”

장담할 수 있다. <소수민족>은 2025년 연말 결산에서 반드시 거론될 것이다. 그만큼 압도적인 설득력으로 듣는 이를 사로잡는 음반이다. 하나 더 있다. 다양성과 질서는 모순된 개념이 아니다. 우리는 자유롭고 개방적이면서도 기반이 탄탄한 네트워크를 얼마든지 구축할 수 있다. 비유하자면 통풍 잘되는 유기적인 공동 신체 같은 것이다. 이걸 밴드 단위로 일궈낸 결과물이 여기 있다. 추다혜차지스의 <소수민족>이다.

배순탁 음악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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