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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1명당 보호자 1명만 입장”…공동육아 막는 서울형 키즈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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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1명당 보호자 1명만 입장”…공동육아 막는 서울형 키즈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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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혼잡도 해소 목적”
주말 가족단위 육아 난감
독박육아 부담 키울 우려
김모씨(43)는 13일 낮 서울 마포구 서울형 키즈카페 앞에서 입장을 기다리다 당황한 얼굴로 남편을 쳐다봤다. 주말에 이곳을 찾곤 했던 김씨는 15일부터 아동 한 명당 입장할 수 있는 보호자 수가 제한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제 우리 중 한 명만 와야 한대 여보, 어떡하지?”

서울시는 서울형 키즈카페에 입장할 수 있는 보호자 수를 아동 한 명당 최대 2명에서 1명으로 제한하고, 동일 가구에서 아동이 3명 이상일 경우 보호자가 최대 2명까지 입장할 수 있다고 최근 공지했다. 서울시는 “공간의 혼잡도를 줄이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지만 “공동육아가 필요한 사람들은 어떡하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아동 놀이시설인 서울형 키즈카페는 아이 돌봄과 놀이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서울시 우리동네키움포털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서울형 키즈카페는 서울시에 75곳이 운영되고 있다. 5곳은 시립으로, 70곳은 구립으로 운영된다. 이용시간은 하루 3~5개 시간대로 나뉘는데 원하는 시간을 골라 예약제로 이용할 수 있다. 서울에서 살거나 직장을 다니는 등 생활권자는 5000원 이하 가격으로 이용 가능하다. 평일엔 맞벌이 등으로 보호자 한 명이 아이를 데리고 키즈카페를 찾는 경우가 많지만 주말엔 부모나 조부모 등 가족 단위로 찾기도 한다. 일요일인 이날도 부모·조부모 등 보호자 2~3명이 아동 한 명을 데리고 온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들은 앞으로 입장 가능한 보호자 수가 제한된다는 소식에 “정말이냐”며 당황했다.

딸을 데리고 온 홍재수씨(42)는 “둘이 와도 혼자 아이를 돌보고 한 명은 바깥에서 기다려야 한다는 건데 그럼 아이를 돌보기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장고운씨(39)도 “화장실을 가거나 물을 마시는 사이에 아이가 어떤 사고를 칠지 모른다”며 “남편과 같이 오면 분담해서 돌볼 수 있어 안심됐는데 혼자선 그러지 못해 불편할 것 같다”고 말했다.

보호자들은 “공간이 넓어지는 건 좋다”면서도 “함께 육아할 수 있는 공간이 사라져 아쉽다”고 했다. 이준호씨(39)는 “혼잡도 때문에 제한하는 건 이해한다”면서도 “온 가족이 같이 있는 시간은 주말이 유일한데 아이가 엄마 아빠랑 다 같이 놀 수 있는 시간이 사라지는 건 아쉽다”고 말했다. 백상민씨(37)도 “너무 복잡하지 않게 관리하는 건 필요하지만 애가 노는 모습을 같이 볼 기회가 줄어드는 건 불편할 것 같다”고 말했다.

‘독박육아’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아이를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 등 다양한 경우가 있는데 이를 일률적으로 제한하면 양육자 한 명의 부담이 일방적으로 커질 수 있다”며 “여성의 독박 가능성이 높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아이들이 뛰어놀 때 사람이 많으면 안전이 우려된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있어 개정한 사항”이라며 “계속 권고해온 사항인데 15일부터는 예약이 불가능하도록 시스템을 변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혜림·강한들 기자 sa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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