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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인 제로, 자료 제로... '하루만 버티면 된다'는 오만에 '맹탕 청문회'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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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인 제로, 자료 제로... '하루만 버티면 된다'는 오만에 '맹탕 청문회'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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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국정운영 철학·비전 중심에 언제나 국민 둘 것"
배경훈 정동영 전재수 등 증인 '0'명
민주당 요구한 자료 제출 거부 경우도
野 "이진숙 정은경 강선우 '낙마' 대상"
與 엄호 모드 속 "소명 납득돼야" 신중론도


이재명 정부 초대 내각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하루 앞둔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장에서 관계자가 해양수산부 장관 인사청문회 준비를 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정부 초대 내각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하루 앞둔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장에서 관계자가 해양수산부 장관 인사청문회 준비를 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정부 1기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14일부터 막이 오른다. 닷새간 16건의 검증 무대가 동시다발적으로 몰아치는 '슈퍼위크'다. 후보자들의 각종 논란에도 불구하고 더불어민주당은 "결정타는 없다"며 후보자 전원의 '생환'을 일단은 자신하는 분위기다. 그럼에도 검증에 필요한 증인·참고인 채택은 가로막고, 후보자들도 각종 자료 제출 요구에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벌써부터 '맹탕 청문회'가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청문회 하루만 버티면 임명된다'는 오만이다. 국무총리 청문회 사상 처음으로 증인 참고인 없이 진행된 김민석 총리 청문회 전례가 이재명 정부의 '나쁜 뉴노멀'로 자리 잡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13일 국회에 따르면, 14일 열릴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증인 한 명 없이 치러진다.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도 '갑질' 의혹과 관련 없는 증인 2명 출석에 그친다. 16일 정성호 법무부·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 18일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도 증인은 '제로'다. 인사청문회법에 따라 증인출석요구서는 닷새 전에 송달이 돼야 하기 때문에 추가 채택 가능성도 사실상 없는 상태다.

증인 채택이 저조한 데는 여당의 '묻지마 엄호' 탓이 크다. 당장 야당은 보좌관 갑질 의혹이 불거진 강선우 후보자 관련, 전직 보좌관 출신을 증인으로 세우려했으나 민주당이 반대하면서 무산됐다. 정은경 후보자 역시 코로나19 사태 당시 손 소독제 회사 주식을 사들인 남편 등을 증인으로 신청했지만 민주당이 거부하면서, 단 한 명의 증인 없이 청문회가 치러지게 됐다.

자료 제출 또한 불성실하다. 가족의 태양광 사업 및 관련 법안 제출 등으로 논란이 된 정동영 후보자의 경우, 배우자·직계비속 관련 자료제출 요구에 일체 거부 의사를 밝혔다. 심지어 같은 민주당 소속 의원의 요구조차 묵살했다. 개인정보 보호 등을 이유로 자료 제공에 동의 자체를 거부하면서 버티기에 돌입한 것이다. 다른 후보자들 또한 통상적으로 제출해온 직계존·비속의 △증여세 △임대소득세 △양도소득세 등 내역도 제출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는 윤석열 정부 때 민주당의 모습과 판이하다. 과거에도 여야 간 이견이 있을 경우 청문회 증인을 채택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었지만, 이번처럼 '전방위 버티기'는 드물었다. 윤석열 정부 1기 내각에서 낙마한 김인철 전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 땐 증인·참고인이 13명, 정호영 전 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25명이 채택됐다. 민주당은 당시 정 전 후보자 자녀의 자기소개서까지 담긴 의학전문대학원 입시원서까지 받아내기도 했다. 곽규택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자료는 내놓지 않고, 증인은 피하고, 질문엔 침묵한다. '청문회 무력화 작전'이 시작됐다"며 "청문회는 검증의 자리다. 결코 '버티기'와 '방어전'으로 얼버무릴 수 없다"고 꼬집었다.

野, 강선우 '갑질' 정조준… 민주당 "악의적 신상털기"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달 26일 서울 종로구 이마빌딩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사무실로 출근하며 인사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달 26일 서울 종로구 이마빌딩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사무실로 출근하며 인사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국민의힘은 △강선우 후보자 △이진숙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 △정은경 후보자를 주요 낙마 대상으로 잡고 총공세에 나섰다. 특히 강 후보자의 보좌진 갑질 의혹을 정조준했다. 주진우 의원은 강 후보자가 여성가족위 소속 여당 의원에 보낸 해명 입장문에서 갑질 의혹을 제보한 보좌관들에 대한 법적 조치를 언급한 것 관련, "약자들을 향한 입틀막 2차 가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강선우 지키기' 모드다. "갑질 의혹은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바탕으로 한 악의적인 신상털기"(문금주 원내대변인)라고 역공을 펼치거나, "바른 분"(허종식 의원)이라며 강 후보자를 엄호하는 글을 공개적으로 띄우며 여론전에 나서는 식이다.

다만 일부 위법 사실이 확인된 이진숙 후보자 등에 대해선 신중히 접근하는 기류가 감지된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KBS에 출연해 "후보자가 어떻게 소명하는지 들어보고 도무지 납득되지 않는다면 심각하게 고려할 바가 있을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일단 여론을 지켜본 뒤 판단해보겠다는 것이다. 대통령실은 원칙론을 유지했다. 강유정 대변인은 이날 "청문회를 통해 본인들의 소명을 지켜보고 판단한다는 입장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김도형 기자 namu@hankookilbo.com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