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외교라인 핵심 인사인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이 지난 11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순직해병 특검팀 사무실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이 채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윤석열 전 대통령이 해병대 수사단 수사 결과에 화를 냈다는 ‘브이아이피(VIP) 격노설’을 인정했다. 김 전 차장의 진술로 수사 외압의 본체가 확인된 셈이다. 사건 발생 뒤 2년 가까이 이러한 사실을 철저히 부인하며 유족과 국민들을 속여온 윤석열 정권의 인면수심 행태에 다시금 분노하게 된다.
김 전 차장은 지난 11일 이명현 특별검사팀 조사에서 ‘2023년 7월31일 대통령실 외교·안보 수석비서관 회의 때 임기훈 국방비서관이 채 상병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하자 윤 전 대통령이 크게 화를 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병대 수사단이 임성근 당시 해병대 1사단장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처벌 대상에 포함시켜 경찰로 이첩하려 하자 윤 전 대통령이 이 회의에서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냐”며 화를 냈고 이것이 수사 축소·왜곡으로 이어졌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었다.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이 김계환 당시 해병대 사령관으로부터 ‘대통령 격노’에 대해 전해들었다고 증언했는데도 대통령실은 철저히 부인으로 일관했다. 조태용 당시 국가안보실장은 국회에서 ‘7월31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이 사건에 대해 대통령에게 보고했냐’는 질문에 “그런 사실이 없다”고 발뺌했다. 김 전 차장도 국회에서 “(대통령이 당시 회의에서) 저희에게 화내신 적이 없다”고 답변했다. ‘격노설 보도에 왜 항의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보통 너무 어이가 없을 땐 대답을 안 한다”고까지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5월 기자회견에서 “순직한 사고 소식을 듣고 국방장관에게 왜 이렇게 무리하게 진행을 해서 이런 인명 사고가 나게 하느냐고 질책성 당부를 한 바 있다”고 엉뚱한 장광설을 늘어놓았다. 모두가 너무도 뻔뻔하게 국민을 속여왔다.
회의 참석자인 김 전 차장의 증언이 나왔으니 이제 수사 외압의 정점에 윤 전 대통령이 있다는 사실은 움직일 수 없게 됐다. 나아가 윤 전 대통령이 왜 이렇게 무리하게 임 전 사단장을 보호하려 했는지도 규명돼야 한다. 당시 임 전 사단장 부인이 김건희 여사의 측근과 연락한 정황을 특검이 수사 중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특검은 채 상병이 억울하게 희생된 원인과 수사 외압의 전말을 낱낱이 밝혀내야 한다. 아울러 김 전 차장을 비롯한 국가안보실 관계자들의 내란 및 외환 관련 의혹에 대해서도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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