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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러 외무장관 만나 "모든 전략적 문제 견해 함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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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러 외무장관 만나 "모든 전략적 문제 견해 함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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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산 관광특구서 북러 '2차 전략대화' 개최
북한, 러시아에 추가 포탄 및 공병 지원할 듯
쇼이구 러시아 안보서기 이어 외무장관 방북
러 "북의 현 지위 부정 시도엔 단호히 반대"
남북 중재 역할 시사... "북 관심사에만 지원"
김정은 방러 기대... 3차 북러 정상회담 주목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북한 원산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접견했다고 13일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조선중앙TV 캡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북한 원산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접견했다고 13일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조선중앙TV 캡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2일 원산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접견하고 "두 나라는 동맹관계 수준에 부합되게 모든 전략적 문제들에 대해 견해를 함께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어 "두 나라 사이에 구축된 높은 전략적 수준을 보여준다"고 평가하며 이같이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3일 보도했다. 라브로프 장관의 방북 등으로 3차 북러 정상회담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양국의 결속 수준이 갈수록 공고해지고 있다.

특히 김 위원장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러시아 지도부의 모든 조치에 대해 무조건 지지·성원하겠다는 의지를 전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인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와 만나 북한군 6,000명 추가 파병에 합의한 바 있다.

북한은 전날 최선희 외무상과 라브로프 장관 간 진행된 제2차 전략대화에 관한 공보문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러시아 측은 "북한의 현 지위를 부정하려는 임의의 시도에 대해서도 단호히 반대"하며 "국가의 안전과 주권적 권리를 수호하려는 조선 측의 정당한 노력에 대한 확고부동한 지지를 표명"했다. 북한의 '현 지위'에 대한 명확한 언급은 없었으나 사실상 핵보유국 지위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라브로프 장관은 전략대화 뒤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이란 공습을 언급하며 "(북한의 핵개발로) 누구도 무력을 사용하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사용하는 기술은 북한 과학자들의 활동 결과"라며 "우리는 그들의 행동을 존중하며 그들이 핵 프로그램을 추진하는 이유를 이해한다"고 했다. 그는 "평양과 서울의 관계에 대해 우리는 북한이 수용할 수 있는 틀 내에서만, 그리고 북한이 관심을 둔 문제에 대해서만 행동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석배 전 주러대사는 "러시아는 이재명 정부의 남북관계 개선 의지가 강한 점을 고려해 중재자를 포함한 역할을 하고자 할 것"이라면서 "러시아의 중재 의지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게 아니라 우리에게 긍정적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의중을 신중하게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두진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유라시아 센터장은 "러시아는 남북관계에 있어 북한의 이익을 우선 고려하는 러시아의 적극적인 역할을 시사했다""한국도 러시아를 직접 상대하면서 북한을 견인할 수 있는 외교 채널을 열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러, 김정은 방문 기대... 3차 북러 정상회담 주목


3차 북러 정상회담도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라브로프 장관은 김 위원장에게 조기 접촉을 희망한다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친서 전달을 통해 러시아가 김 위원장의 연내 방러와 정상회담을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의 접견과 북러 외무장관의 전략대화가 원산에서 개최된 것도 의미가 있다. 원산·갈마 관광특구는 김 위원장이 10년 가까이 공들여 조성한 관광지구다. 관광객 유치 목표로 개방된 이곳은 첫 해외관광객으로 러시아를 받아들인 만큼 양국 간 경제협력 추진 장소가 될 수도 있다. 라브로프 장관은 지난 1일 공식 개장한 원산 갈마리조트를 방문한 첫 외국인 손님이었다.

문재연 기자 munja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