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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민, 폭염기에 “260건에 최대 30만원” 미션···“목숨 담보로 고위험 미션, 라이더 사지로 내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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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민, 폭염기에 “260건에 최대 30만원” 미션···“목숨 담보로 고위험 미션, 라이더 사지로 내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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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의민족 오토바이 모습. 연합뉴스

배달의민족 오토바이 모습. 연합뉴스


배달의민족이 라이더에게 보상을 내걸고 과도한 배달 미션을 부여해 라이더들이 “폭염 속에 라이더를 사지로 내몬다”고 반발했다.

13일 취재를 종합하면 배달의민족은 일부 라이더들에게 지난 10일 오전 6시부터 14일 오전 3시까지 4일간 최대 260건의 배달 미션을 수행하면 최대 30만원을 추가 지급하겠다는 미션을 내렸다. 라이더들이 모인 네이버 카페에 올라온 인증 글을 보면 ‘180건 완료시 16만원’ ‘200건 완료시 15만원’ ‘260건 완료시 30만원’ 등 받은 미션 건수와 지급 금액은 제각각이었다.

노조는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발효된 와중에 보상을 미끼로 라이더들에게 강도 높은 노동을 강요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260건을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더라도 미션을 달성하려면 하루 65건 이상을 배달해야 한다. 라이더유니온은 성명서에서 “플랫폼은 보상이 눈앞에 보이도록 숫자를 배열해 라이더가 미션을 달성할 수 있을 것처럼 착각하게 만들지만, 그 속에는 과도한 노동 강도와 생명에 대한 위협이 숨겨져 있다”며 “목숨을 담보로 한 15만원, 30만원짜리 고위험 미션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배달플랫폼노조는 지난 10일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청년들에게 “살인적인 배달 미션을 즉시 중단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배달의민족이 기본 배달 운임은 낮추면서 미션 등 프로모션으로 이를 보완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배달의민족은 지난 4월 기본 배달료를 3000원에서 2500원으로 깎았다. 경기·인천은 2300원, 비수도권은 2200원으로 더 낮다. 기본 배달료가 적용되는 거리 기준은 675m에서 1400m로 늘어났다. 기온이 33도 이상이면 폭염 할증이 붙지만 500원에 불과하다. 구교현 라이더유니온 지부장은 “폭염기에 배달 콜수는 늘어나는데 단가 삭감 등으로 배달의민족만 타는 라이더들이 적어지다 보니 배달을 원활하게 운영하기 위해 이번 미션을 시행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우아한청년들 관계자는 “미션은 라이더들의 평소 배달량을 기반으로 설정됐다”며 “미션은 절대로 강제성이 없으며 더 많은 배달 수행으로 더 많은 수익을 원하는 분들에게 보상을 제공하기 위한 제도”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시간 내 미션 달성이 필수적인 기존 미션들과는 다르게 이번은 운행 가능시간을 넓혀 휴식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라고도 했다.

이번주 중 폭염시 노동자에게 2시간마다 20분 이상 휴식을 보장하는 산업안전보건기준 규칙 개정안이 시행된다. 그러나 라이더는 특수고용직이라 이 역시 적용받지 못하고 개별 플랫폼사의 폭염 대책에 기댈 수밖에 없다. 우아한청년들은 라이더 건강검진 및 혹서기 물품을 지원하고 서울시 이동노동자 쉼터에 생수를 제공하는 등 폭염 대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노조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비판한다. 라이더유니온은 “지자체가 운영하는 몇몇 쉼터에 기대어 책임을 회피하지 말라”며 “플랫폼 자체 쉼터 운영, 유급 휴식 시간 보장 등 현실적인 보호 조치가 시급하다”고 했다.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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