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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교육격차 해소" 외쳐온 이진숙 후보자, 두 딸은 초고가 '귀족학교' 진학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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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교육격차 해소" 외쳐온 이진숙 후보자, 두 딸은 초고가 '귀족학교' 진학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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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딸, 미 버지니아주 '엘리트 교육' 기숙학교 진학
올해 학비 연 1억원…두 딸 재학 땐 4만 달러 추정
국내 유명 국제학교보다 비싸…"딸들이 유학 희망"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뉴시스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뉴시스


차녀의 불법 조기유학 사실을 시인한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의 두 딸이 초고가의 학비를 내야하는 미국 보딩스쿨(기숙형 사립학교)을 다닌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공교육을 책임져야 할 후보자가 미국 명문대 입학에 초점을 맞춰 운영하는 학교에 자녀를 보낸 사실이 알려지면서 '황제 유학'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또, 칼럼 등을 통해 '교육 격차 해소'를 말해온 이 후보자가 자녀 교육 때는 전혀 다른 결정을 한 것으로 보여 그의 교육 철학을 두고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13일 한국일보의 취재와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민전 의원실이 확보한 자료 등에 따르면 이 후보자의 두 딸은 2006~2011년 사이 미국 버지니아주의 한 기숙형 사립 여학교에 함께 다녔다. 장녀는 국내 고교 1학년 재학 때인 2006년 미국으로 건너가 현지 10학년(고1)에 진학했고, 작은딸은 이듬해 중학교 3학년 1학기만 마치고 미국 9학년(중3)에 들어갔다. 당시 학교 전교생이 300명가량 됐는데 한국인 학생이 30명쯤 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학교는 설립된 지 100년이 넘은 사학으로 명문대 진학에 특화한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미국의 교육평가기관인 니치(niche)에 따르면 이 학교는 '대입 준비 랭킹' 부문에서 미국 사립 고교 4,953개교 중 상위 1%대(70위)에 속했다. 아이비리그(미 북동부 8개 사립 명문대)를 포함한 미국 유명대 진학률 등이 높다는 뜻이다. 또 버지니아주의 기숙형 학교 24개교 중 종합 평가 1위를 차지했다. 미국 유력 매체인 워싱턴포스트는 이 학교를 "엘리트들을 교육하는 곳"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실제 이 후보자의 두 딸도 이 학교에서 공부해 펜실베이니아와 텍사스에 있는 유명 사립대에 진학했다.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의 두 딸이 다닌 미국 보딩스쿨의 올해 학비 현황. 기숙사에서 생활하려면 연 7만4,500달러(약 1억200만 원)를 내야 한다(위). 이 학교는 미국의 교육평가기관인 '니치'로부터 대입 준비 등에 있어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아래). 학교 및 니치 홈페이지 캡처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의 두 딸이 다닌 미국 보딩스쿨의 올해 학비 현황. 기숙사에서 생활하려면 연 7만4,500달러(약 1억200만 원)를 내야 한다(위). 이 학교는 미국의 교육평가기관인 '니치'로부터 대입 준비 등에 있어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아래). 학교 및 니치 홈페이지 캡처


이 학교는 부모가 부유하지 않으면 입학하기 어렵다. 학생 한 명당 연간 학비가 7만4,500달러(2025/2026학년도 기준)로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1억 원이 넘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가 이 학교를 소개한 기사에 따르면 이 후보자의 딸들이 학교에 다니던 2000년대 후반에는 학비가 4만3,000달러쯤 됐다. 장녀와 차녀는 이 학교에 총 7년(장녀 3년, 차녀 4년)간 다녔으니 장학금 등 지원이 없었다면 학비로만 약 30만 달러를 썼을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평균 환율을 1,100원 정도로 잡으면 우리 돈으로 3억3,000만 원가량을 고교 유학비로 썼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돈이 전부가 아닐 수 있다. 한 유학 컨설팅업체 관계자는 "보딩스쿨은 방학 때 기숙사에서 나가야 하기에 미국에서 따로 집을 구하는 등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후보자의 딸이 다닌 학교 학비는 등록금 부담이 큰 국내 국제학교나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와 비교해도 월등히 높다. 한국에서 가장 비싼 편인 채드윅 국제학교 고교 재학생 연 학비가 4,000만 원대로 알려졌고, 국내 자사고 중 가장 비싼 민족사관고도 연 3,600만 원(2024학년도 기준·수업료 및 기숙사비 등) 정도다. 전체 자사고의 평균 학비는 1,000만 원가량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자의 딸이 다닌 학교는 미국 보딩스쿨 중에서도 비싼 편이다. 한국일보가 국내 유학원 4곳에 문의해보니 미국 기숙형 학교의 평균 학비는 6만~7만 달러(8,200만~9,600만 원) 수준이라고 답했다.

이 후보자 "경제격차→교육격차 이어지지 않아야" 주장


이 후보자가 큰돈을 들여 두 딸을 미국 기숙형 학교에 진학시킨 건 평소 말해온 '교육 격차 해소' 철학과 상반된 선택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그는 지난해 3월 한 신문의 기고문에서 "경제적 격차가 교육 격차로 이어지지 않도록 무상교육을 확대하고 지역별 교육 인프라를 균등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교육 격차 해소는 단순한 교육 정책이 아니라 국가 전체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핵심 전략"이라며 "이를 위한 국가 차원의 종합적 정책 수립과 지역 사회 및 기업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이 후보자는 13일 국회에 제출한 답변 자료에서 '자녀의 대학교(학‧석사)까지는 학비를 지원했고 이후에는 자녀가 연구생활장려금 등을 받아 학비를 충당했다"며 "(구체적인 학비 지원액 등) 개인정보가 공개되면 당사자(딸)의 사생활이 과도하게 침해될 우려가 있어 자료제출이 어렵다"고 답했다. 이 후보자는 또 "(미국 조기유학은) 자녀들이 강력히 희망해 가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된 상황에서 고액 학비를 내야 하는 미국 보딩스쿨에 조기유학 시킨 점 등은 개인 사생활을 넘어 검증의 영역"이라면서 "평소 교육 격차 해소를 언급해온 후보자가 왜 두 딸은 큰돈을 들여 조기유학을 보냈는지 국민 눈높이에 맞는 설명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hankookilbo.com
최은서 기자 silver@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