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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이 흐려" 의사 없어 못 고친다는 이 질환…이젠 '로봇'이 수술 [월드콘]

머니투데이 김종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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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이 흐려" 의사 없어 못 고친다는 이 질환…이젠 '로봇'이 수술 [월드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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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내장 환자 9400만명, 예방치료 못 받아 시력장애…
안과 전문의는 세계 인구 100만명당 불과 32명 그쳐
포사이트 로보틱스 "로봇으로 수술 건수를 2배 증가"

[편집자주] 전세계에서 활약 중인 '월드' 클래스 유니'콘', 혹은 예비 유니콘 기업들을 뽑아 알려드리겠습니다. 세상에 이런 게 있었나 싶은 기술, 이런 생각도 가능하구나 싶은 비전과 철학을 가진 해외 스타트업들이 많습니다. 이중에서도 독자 여러분들이 듣도보도 못했을 기업들을 발굴해 격주로 소개합니다.

기차에 간이병원을 만들어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봉사단체 라이프라인 익스프레스가 백내장 환자에게 백내장 수술을 시행하는 모습. 사진은 2018년 3월 촬영됐다./로이터=뉴스1

기차에 간이병원을 만들어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봉사단체 라이프라인 익스프레스가 백내장 환자에게 백내장 수술을 시행하는 모습. 사진은 2018년 3월 촬영됐다./로이터=뉴스1


건강보험공단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에서 가장 많이 시행된 수술은 백내장이었다. 백내장은 눈의 수정체가 혼탁해져 시력장애를 일으키는 노인성 질환이다. 지난해 백내장 수술 건수는 63만7879건이었다. 2021년 78만1220건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한 뒤 하락하긴 했으나, 최근 5년 통계에서 가장 많이 시행된 수술로 기록됐다. 인구 고령화와 백내장 발병 연령이 점점 낮아지는 탓이다.

상대적으로 선진 의료체계를 자랑하는 한국에서 의사가 모자라 백내장 수술을 못 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보면 백내장은 의사가 없어서 못 고치는 병이다. 2023년 세계보건기구(WHO) 자료에 따르면, 예방 혹은 치료로 개선한 10억명이 시력 장애로 고통받고 있다. 이중 9400만명이 백내장 환자다. 그러나 인구 100만명당 안과 전문의 숫자는 32명에 불과하다. 한국(인구 100만명당 1100명)보다 훨씬 적다. WHO는 인구 증가, 고령화로 의사 부족 문제가 더 심각해질 것이라 우려한다.

이스라엘 스타트업 '포사이트 로보틱스'(Forsight Robotics)는 로봇을 통해 인간보다 빠르고 저렴하며 정확한 백내장 수술을 보급하겠단 목표로 2020년 설립됐다. 지난달 포브스 보도에 따르면 포사이트는 설립 1년 만에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 '이클립스' 주도로 초기 자금 1000만달러(137억원)를 투자받아 수술 로봇 개발에 나섰다.

포사이트는 현재 3세대 로봇을 개발 중이며, 사람 얼굴 모형에 부착된 돼지 안구로 300건 이상의 테스트 수술을 진행했다. 돼지 안구는 인간 안구와 매우 유사해 의사들도 돼지 안구로 백내장 수술을 연습한다고 한다. 포사이트 공동 창업자 요제프 네이선은 지난 2월 안과 분야 전문지 옵사몰로지스트 인터뷰에서 의사가 원격 콘솔로 로봇을 제어하는 방식으로 수술이 이뤄진다면서 "백내장 수술을 완전 원격으로 진행한 것은 우리가 최초"라고 했다.



포사이트가 백내장에 집중한 것은 백내장 수술이 상대적으로 수술 시간이 짧고 단순하며 출혈이 없기 때문이다. 포브스 설명은 백내장 수술은 혼탁해진 수정체를 제거하고 인공 수정체를 삽입하는 수술로, 수술 시간만 따지면 15분 이내에 끝난다. 다만 좁은 부위를 섬세하게 수술해야 하기 때문에 높은 집중력과 숙련도가 요구된다.

네이선은 백내장 수술은 로봇을 도입하기 좋은 요소들을 갖췄다고 설명한다. 그는 포브스 인터뷰에서 "안구의 해부학적 구조는 수술 자체는 연령, 인종과 무관하게 대동소이하기 때문에 (여러 환자를 대상으로) 동일한 단계를 반복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고 했다. 백내장 수술 로봇은 의사들에게도 이득이라고 그는 설명한다. 옵사몰로지스트 인터뷰에서 그는 "백내장 수술이 병목 현상을 겪는 이유는 의사들이 반복되는 수술로 인한 피로와 근골격계 질환을 겪기 때문"이라며 로봇을 통해 수술 건수를 200%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네이선은 이스라엘의 메사추세츠 공과대학(MIT)으로 불리는 테크니온-이스라엘 공과대학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3년 간 안과 수술 레지던트로 전문의 부족 문제를 몸소 겪었다. 그는 테크니온에서 만난 의료 로봇 분야 선구자 모셰 쇼함 교수를 찾아가 안과 수술에 로봇 도입이 절실하다고 알렸고, 함께 포사이트 창업에 나섰다. 이후 로봇수술 분야 최고봉으로 꼽히는 미국 인튜이티브 서지컬을 창립해 '로봇 수술의 아버지'로 통하는 프레드 몰 등 여러 인재를 영입했다.

포사이트는 지난달 이클립수 주도로 열린 투자모금회에서 1억2500만 달러(1714억원) 모금에 성공했다. 총 투자 모금액은 1억9500만 달러(2674억원)다. 피치북에 따르면 기업가치는 5억 달러(6800억원)로 평가됐다. 포사이트는 올해 말 인간 환자를 상대로 첫 로봇 수술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아 미국 시장을 개척하는 게 목표다. 인공지능(AI), 로봇 기술을 선도하는 미국에서 성공을 거둬 이름을 알린 뒤 백내장 의사 부족 문제가 심각한 중국, 인도에 진출할 계획이다. 수술 분야도 백내장에서 망막 질환과 녹내장 등으로 넓혀나갈 생각이다.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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