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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 잊게 하는 서울 밤 일곱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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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 잊게 하는 서울 밤 일곱 명소

서울맑음 / 12.0 °
기후위기 속 열대야…서울의 밤은 낮보다 즐겁다

저녁 7시30분 현재 기온이 31.1도(체감 32.2도)를 보인 7월6일 서울 종로구 창경궁에서 궁의 자연경관과 빛, 첨단 영상기술이 어우러진 ‘2025 창경궁 물빛연화\' 제8경 ‘영원한 궁’이 달빛 아래 펼쳐지고 있다. 빛과 어둠의 조화를 느끼며 더운 여름밤 잠시나마 숨을 돌릴 수 있다. 궁에 입장한 관람객이라면 별도의 예약 없이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저녁 7시30분 현재 기온이 31.1도(체감 32.2도)를 보인 7월6일 서울 종로구 창경궁에서 궁의 자연경관과 빛, 첨단 영상기술이 어우러진 ‘2025 창경궁 물빛연화\' 제8경 ‘영원한 궁’이 달빛 아래 펼쳐지고 있다. 빛과 어둠의 조화를 느끼며 더운 여름밤 잠시나마 숨을 돌릴 수 있다. 궁에 입장한 관람객이라면 별도의 예약 없이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고 했던가. “외려 시원했던 여름으로 기억될 수도 있는 2024년이 물러간다”고 한겨레21 제1529호 포토스퀘어에 썼다.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고 관측 사상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된 2024년보다 더 뜨거운 여름 풍경이 시작됐다.



2025년 장마는 역대 두 번째로 짧았고, 열대야와 폭염이 먼저 찾아왔다. 2025년 7월8일 서울 낮 최고기온은 37.8도까지 치솟으며 118년 만에 최고 기록을 세웠다. 숨 막히는 무더위에 노동자와 농민이 숨지는 사고도 발생했다. 전력 수요 또한 급증해 벌써 올여름 최대치를 찍었다. 2011년 대규모 정전을 떠올리면, 본격적인 더위가 두렵기만 하다.



찜통더위 속에서도 일상을 조금 더 즐겁고 의미 있게 보낼 수 있는 장소를 2025년 7월4일부터 6일까지 둘러봤다.



물빛연화의 제4경 조화의 빛 (대온실) 모습. 창경궁 대온실은 서양식 건축 양식으로 설계된 한국 최초의 온실로 1909년 지어졌다. 일제가 순종을 창덕궁에 유폐시킨 뒤, 왕을 위로한다는 명목으로 동물원과 함께 건립했다. 2004년에 복원되어 원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한 채 일반 시민에게 개방됐다. 이곳은 근대 건축의 선진성과 더불어 제국주의 문화침탈의 비극을 동시에 보여주는 역사적 시설이다.

물빛연화의 제4경 조화의 빛 (대온실) 모습. 창경궁 대온실은 서양식 건축 양식으로 설계된 한국 최초의 온실로 1909년 지어졌다. 일제가 순종을 창덕궁에 유폐시킨 뒤, 왕을 위로한다는 명목으로 동물원과 함께 건립했다. 2004년에 복원되어 원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한 채 일반 시민에게 개방됐다. 이곳은 근대 건축의 선진성과 더불어 제국주의 문화침탈의 비극을 동시에 보여주는 역사적 시설이다.


먼저 추천할 장소는 창경궁이다. 2025년 7월6일 저녁 7시20분 서울 종로구 창경궁 일대의 기온은 31.1도 (체감 32.2도)로 어제보다 1도 높다고 기상청 날씨누리가 알려줬다. 궁의 정문인 홍화문을 통해 들어가 우거진 숲을 거닐자 한결 몸과 마음이 편해졌다. 궁 여덟 곳에서 매일 저녁, 오색빛으로 수놓은 고즈넉한 궁궐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2025 창경궁 물빛연화’가 12월31일까지 펼쳐진다. 고요한 밤, 조명과 물결이 만든 환상적인 풍경은 더위 속 숨 쉴 틈을 선사한다. 휴궁일인 월요일을 제외하고 9월9일까지는 매일 저녁 8시부터, 9월10일부터는 저녁 7시부터 진행된다. 대춘당지 일대 ‘물빛연화’는 9월10일부터 11월8일까지 열린다. 창경궁은 일제로부터 궁궐의 위상이 훼손당한 아픈 역사를 간직한 곳이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서 손주 등과 함께 이곳을 찾은 이재훈(75)씨는 “이상기후로 기온이 많이 올라 걱정”이라며 “해지고 바람도 간간이 불어 이곳은 그래도 다닐 만하다”고 말했다.



7월4일 저녁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린 ‘일루션 매직쇼’에서 문준호 마술사(뒷모습)가 200여 명의 학부모와 아이들과 함께 마술쇼를 진행하고 있다.

7월4일 저녁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린 ‘일루션 매직쇼’에서 문준호 마술사(뒷모습)가 200여 명의 학부모와 아이들과 함께 마술쇼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시는 매주 금요일 주요 시립 문화시설 8곳(서울역사박물관, 한성백제박물관, 서울공예박물관, 서울시립미술관, 서울도서관, 남산골한옥마을, 운현궁, 세종충무공이야기)을 밤 9시까지 연장 운영하는 ‘문화로 야금야금’을 시작했다. 금요일 퇴근 뒤 짧지만 풍성한 문화생활을 누릴 기회다.



7월4일 저녁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린 ‘일루션 매직쇼’에서 문준호 마술사가 마술쇼를 선 보이고 있다.

7월4일 저녁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린 ‘일루션 매직쇼’에서 문준호 마술사가 마술쇼를 선 보이고 있다.




7월4일 저녁 서울 종로구 세종로 광화문광장에서 외국인을 위한 영어 요가가 열리고 있다. 참석자들이 강사의 안내대로 자세를 취하고 있다.

7월4일 저녁 서울 종로구 세종로 광화문광장에서 외국인을 위한 영어 요가가 열리고 있다. 참석자들이 강사의 안내대로 자세를 취하고 있다.


경복궁을 배경으로 광화문광장 육조마당 특설무대에서는 ‘2025 광화문 달빛요가’가 8월7일까지 매주 화·수·목요일 저녁 7시30분부터 8시30분까지 펼쳐진다. 금요일인 7월11일과 25일에는 각각 영어 요가와 어린이 요가가 열린다. 참가비는 무료이며, 서울시 공공서비스예약 누리집을 통해 회차별로 선착순 120명까지 신청할 수 있다. 빈자리에 한해 저녁 7시20분부터 현장 신청도 받는다.



7월4일 저녁 서울 종로구 세종로 광화문광장에서 외국인을 위한 영어 요가가 열리고 있다. 강사들이 연단에 올라 자세를 취하고 있다.

7월4일 저녁 서울 종로구 세종로 광화문광장에서 외국인을 위한 영어 요가가 열리고 있다. 강사들이 연단에 올라 자세를 취하고 있다.




7월4일 저녁 기온이 27.4도(체감온도 29.3도) 보인 가운데 서울 종로구 세종로 광화문광장에 ‘광화문광장 여름 상상놀이터’가 문을 열었다.

7월4일 저녁 기온이 27.4도(체감온도 29.3도) 보인 가운데 서울 종로구 세종로 광화문광장에 ‘광화문광장 여름 상상놀이터’가 문을 열었다.


광화문광장 이순신장군 동상 뒤편으로는 7월4일부터 8월17일까지 ‘광화문광장 여름상상 놀이터’가 운영된다. 6개의 평상이 설치돼 있고, 물놀이를 즐기는 아이들을 위한 탈의실(12칸)과 건조공간(선풍기 10대)이 마련됐다.



7월4일 저녁 기온이 27.4도(체감온도 29.3도) 보인 가운데 서울 종로구 세종로 광화문광장에 ‘광화문광장 여름 상상놀이터’가 문을 열어 아이들이 즐겁게 분수 주위를 뛰어 다니고 있다.

7월4일 저녁 기온이 27.4도(체감온도 29.3도) 보인 가운데 서울 종로구 세종로 광화문광장에 ‘광화문광장 여름 상상놀이터’가 문을 열어 아이들이 즐겁게 분수 주위를 뛰어 다니고 있다.




7월5일 야간 개장한 서울 영등포구 한강공원 여의도 수영장에서 많은 시민이 물놀이하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기상청 날씨누리로 확인한 이날 저녁 7시20분 수영장 일대의 기온은 29.9도(체감30.9도)를 보였다.

7월5일 야간 개장한 서울 영등포구 한강공원 여의도 수영장에서 많은 시민이 물놀이하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기상청 날씨누리로 확인한 이날 저녁 7시20분 수영장 일대의 기온은 29.9도(체감30.9도)를 보였다.


시원한 물놀이가 필요하다면 한강공원 야외수영장과 물놀이장을 추천한다. 수영장 뚝섬·여의도·잠원 3곳과 물놀이장 잠실·난지·양화 3곳이 8월 말까지 운영된다. 특히 2025년에는 지난해와 달리 개장일부터 매일 밤 10시까지 야간 개장해 무더운 밤에도 한강에서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 이동재 여의도 수영장 운영소장은 “작년에는 8월 20일에 폐장했는데, 늦더위로 고생하던 시민들로부터 왜 그렇게 일찍 폐장했느냐는 민원이 많았다”며 “올해는 운영 기간을 열흘 정도 늘려 8월 31일까지 운영하고, 야간 개장도 작년에는 혹서기 3주 동안만 했던 것과 달리, 수영장 개장일인 6월 20일부터 시작했다”고 밝혔다. 약 30도를 보인 7월5일 저녁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강공원 여의도 수영장에는 약 1000여명의 시민이 밤 수영을 즐기고, 45분 수영을 마친 뒤 15분 휴식시간에는 준비해서 온 음식과 현장에서 파는 어묵, 라면과 배달 음식을 먹으며 더위를 이기고 있었다.



7월5일 야간 개장한 서울 영등포구 한강공원 여의도 수영장에서 많은 시민이 물놀이하고 있다. 서쪽 하늘이 붉게 물들었다.

7월5일 야간 개장한 서울 영등포구 한강공원 여의도 수영장에서 많은 시민이 물놀이하고 있다. 서쪽 하늘이 붉게 물들었다.




야경 명소로는 반포대교 달빛무지개분수가 있다. 음악에 맞춰 춤추는 형형색색의 분수는 여름밤 특별한 볼거리다. 7~8월에는 밤 9시30분까지 운영된다. 서울 도심을 흐르는 청계천도 더위에 지친 직장인과 관광객이 자주 찾는 곳이다. 7월4일 금요일 찾은 이곳에는 물에 발을 담근 채 길거리 공연을 듣고, 계단에 기대어 책을 읽는 시민들로 가득했다.



기후위기가 만든 이 낯선 여름 앞에서, 우리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변화에 적응하며 살아갈 길을 찾아야 할 듯싶다. 더는 올여름이 가장 시원했던 해가 아니길 바라본다.





사진·글 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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