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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맨' 속 신스틸러 '파괴왕 댕댕이'는 실제 견생역전 주인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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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맨' 속 신스틸러 '파괴왕 댕댕이'는 실제 견생역전 주인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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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첫날인 9일 10만명 가까운 관객을 모으며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고 있는 영화 '슈퍼맨'에는 주인공의 조수 역할을 훌륭히 수행하는 개 '크립토'가 높은 비중으로 활약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슈퍼맨' 스틸컷

개봉 첫날인 9일 10만명 가까운 관객을 모으며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고 있는 영화 '슈퍼맨'에는 주인공의 조수 역할을 훌륭히 수행하는 개 '크립토'가 높은 비중으로 활약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슈퍼맨' 스틸컷


개봉 첫날부터 10만명 가까운 관객을 모으며 흥행 청신호를 밝힌 영화 '슈퍼맨'에 등장하는 강아지 캐릭터가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영화진흥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지난 9일 문을 연 '슈퍼맨'을 보기 위해 극장을 찾은 관객은 9만2,939명이었습니다. 새롭게 출발하는 DC유니버스의 성패를 가를 첫 작품인 만큼 많은 관심이 쏠렸는데요.

이날 관객들의 이목을 끈 캐릭터 중 하나는 바로 슈퍼맨의 사이드킥(조수) 역할을 톡톡히 해낸 개 '크립토'였습니다. 슈퍼맨처럼 엄청난 힘을 갖고 있는 크립토는 영화 시작부터 눈밭을 맹렬히 달려오며 존재감을 뽐냈고, 슈퍼맨 주변에 있는 모든 것을 때려 부수는 '파괴왕' 본능을 보여주며 관객들의 웃음을 이끌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관객들의 관심과 사랑을 한몸에 받은 크립토는 영화 개봉 전부터 관객들이 기대하던 캐릭터였습니다. 이미 원작 코믹스에서도 슈퍼맨의 곁에서 활약하는 '슈퍼독'으로 유명했던 크립토가 이번 영화의 메가폰을 잡은 제임스 건 감독과 만나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해하는 영화팬들이 많았습니다.

영화 '슈퍼맨'에서 흰색 개 '크립토'는 슈퍼맨처럼 초능력을 갖고 있다. 그만큼 평범한 개와 달리 장난의 스케일도 매우 큰 편으로 묘사된다. 영화 '슈퍼맨' 스틸컷

영화 '슈퍼맨'에서 흰색 개 '크립토'는 슈퍼맨처럼 초능력을 갖고 있다. 그만큼 평범한 개와 달리 장난의 스케일도 매우 큰 편으로 묘사된다. 영화 '슈퍼맨' 스틸컷


건 감독은 개봉을 앞두고 이번 영화에 등장하는 크립토의 모델을 소개한 바 있습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크립토의 모델은 바로 3년 전 건 감독이 입양한 반려견 '오즈'(Ozu)입니다. 실사판 '크립토'라는 오즈의 사진을 보면 털색만 제외하고 크립토와 상당히 닮은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건 감독은 크립토를 연출하기 위해 오즈의 사진과 영상을 바탕으로 3D 모델링 작업을 진행했고, 털색만 코믹스 원작에 맞춰 흰색으로 바꿨습니다.

영화 '슈퍼맨' 속 크립토의 실제 모델인 '오즈'.(Ozu) 3년 전 제임스 건 감독은 오즈의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며 입양 사실을 알렸다. 제임스 건 감독 인스타그램

영화 '슈퍼맨' 속 크립토의 실제 모델인 '오즈'.(Ozu) 3년 전 제임스 건 감독은 오즈의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며 입양 사실을 알렸다. 제임스 건 감독 인스타그램


건 감독의 품에 안기기까지 오즈는 기구한 삶을 살아야 했습니다. 3년 전 입양 당시 건 감독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 따르면, 오즈는 보호소에서 안락사 두 시간 전에 극적으로 한 동물단체가 구조했습니다. 보호소에 오기 전에는 애니멀 호더의 가정에서 60여 마리의 개들과 함께 열악한 환경 속에서 살아왔죠. 건 감독은 입양 계기를 설명하는 글 말미에 일본의 거장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이름을 따 '오즈'라 부르기로 했다고 덧붙였습니다.


과거에 사람과 교류가 많지 않고, 사회화가 부족한 탓인지, 오즈는 집에서 보이는 모든 것들을 닥치는 대로 물어뜯어 건 감독의 가족을 곤란하게 했다고 합니다. 건 감독은 "오즈는 우리 집에 자리 잡자마자 신발과 가구는 물론이고 내 노트북까지 먹어치웠다"라며 "그런 오즈를 통제하고 쓰다듬어 주기까지는 정말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라고 당시를 떠올렸습니다.

오즈의 문제행동(?)이 심각할 무렵, 건 감독은 '슈퍼맨'의 각본을 집필하고 있었는데, 집필의 가장 큰 도구인 노트북을 잃고 상심하던 건 감독은 이런 생각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오즈는 집에 있는 모든 것을 파괴하며 제임스 건 감독을 좌절시켰고, 이는 곧 '슈퍼맨' 각본 작업에 영감을 주기도 했다. 제임스 건 감독 인스타그램

오즈는 집에 있는 모든 것을 파괴하며 제임스 건 감독을 좌절시켰고, 이는 곧 '슈퍼맨' 각본 작업에 영감을 주기도 했다. 제임스 건 감독 인스타그램


오즈에게 초능력이 있었다면, 내 인생은 얼마나 어려웠을 것인가!

그 생각에 이르자 불현듯 영화 속 크립토를 묘사할 아이디어가 떠오른 건 감독은 펜을 들어 캐릭터를 하나둘씩 그려냈습니다. 그렇게 완성된 영화 속 크립토는 건 감독이 직접 목격한 오즈의 행동들이 하나하나 녹아든 움직임을 보여줬습니다.


제임스 건 감독이 2017년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2' 시사회에서 영화 속 주연으로 활약하는 '로켓 라쿤'의 모델 '오레오'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 건 감독은 이후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차기작에서 로켓 라쿤의 기원을 묘사하며 동물실험을 정면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페이스북 팬 페이지

제임스 건 감독이 2017년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2' 시사회에서 영화 속 주연으로 활약하는 '로켓 라쿤'의 모델 '오레오'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 건 감독은 이후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차기작에서 로켓 라쿤의 기원을 묘사하며 동물실험을 정면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페이스북 팬 페이지


건 감독은 작품 속 동물을 묘사할 때 애정을 아끼지 않는 감독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지난 2023년 연출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에서는 동물실험을 정면으로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개봉 당시 인터뷰를 통해 작품 속 악역을 소개하며 "최악의 동물 학대범"이라고 표현할 정도였습니다. 그러자 영화 속 주제의식에 공감한 국제 동물보호단체 페타(PETA)는 건 감독을 2023년의 인물로 선정한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페타는 "실험으로 학대받는 수백만 마리 동물들의 이야기를 들려준 제임스 건은 진정한 동물 보호자"라며 치켜세웠습니다.

'슈퍼맨'에서도 동물에 대한 애정 어린 건 감독의 시선은 단순히 크립토 하나에 머물지 않았습니다. 영화 속에서는 크립토뿐 아니라 다른 동물들을 장면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 중에는 인간이 동물을 도구로 이용하는 세태를 암시하는 장면도 있으니 동물을 사랑하는 독자 여러분은 꼭 놓치지 않기를 바랍니다.

정진욱 동그람이 에디터 leonardo@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