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가, 산리오 캐릭터와 잇단 협업
무무씨·배달이 등 자체 캐릭터도 화제
내수부진에 성공 보장 마케팅 전략
“캐릭터, 흥행하면 오랫동안 수익 발생”
무무씨·배달이 등 자체 캐릭터도 화제
내수부진에 성공 보장 마케팅 전략
“캐릭터, 흥행하면 오랫동안 수익 발생”
서울 중구의 한 CJ올리브영 매장에서 고객들이 물건을 구매하고 있다. 이성희 기자 |
요즘 CJ올리브영 매장 곳곳에는 ‘산리오캐릭터즈’ 컬래버레이션(협업) 상품의 구매 수량 제한을 알리는 표지판이 있습니다. ‘전체 상품당 10개까지만 구매할 수 있다’는 내용인데요. CJ올리브영이 7월 한 달간 진행 중인 여름 한정 협업 이벤트가 얼마나 인기있는지를 단적으로 알 수 있는 장면입니다.
개별 화장품 제품이 특정 캐릭터와 협업한 적은 많지만, 이번처럼 올리브영이 전사적으로 대규모 행사를 진행하는 것은 처음입니다. 파우더·립밤 등 상품 패키지부터 진열대, 쇼핑백, 직원 유니폼 배지까지 산리오캐릭터즈 태닝 에디션 일러스트로 꾸몄습니다. 캐릭터 IP(지적재산권) 비용은 모두 CJ올리브영이 부담했다고 합니다.
CJ올리브영 한 매장 직원은 “행사를 시작한 지 열흘 정도밖에 안 됐는데도 품절된 상품들이 꽤 있다”면서 “태닝한 헬로키티 에디션은 품절이 많이 됐고 키링 같은 사은품이 함께 들어있는 기획상품이 더 빨리 품절된다”고 말했습니다.
품절·매진? 캐릭터가 뭐길래
산리오는 일본 캐릭터 기업입니다. 산리오가 개발한 캐릭터는 헬로키티부터 마이멜로디, 포차코, 폼폼푸린, 시나모롤, 쿠로미 등 450여개가 있습니다. 최근 좀 귀엽다는 캐릭터는 거의 산리오캐릭터즈라고 생각하셔도 될 듯하네요.
CJ올리브영은 산리오캐릭터즈를 주제로 마라톤 행사도 엽니다. 오는 9월20일 서울 여의도 공원 일대에서 열리는 이 행사의 티켓 가격은 1인당 8만원이라는데요. 지난 11일 오전 10시부터 판매를 시작해 불과 20여분 만에 매진 사례를 기록했습니다. 산리오만으로도 들썩일 행사인데, 최근 마라톤과 러닝 인기까지 이어지고 있으니 이미 예견됐던 일이긴 합니다.
CJ올리브영이 산리오캐릭터즈를 주제로 오는 9월20일 열리는 마라톤 행사를 알리는 포스터. CJ올리브영 제공 |
이디야커피도 지난 1일부터 산리오와 협업한 음료를 선보이고 있다. 이디야커피 제공 |
‘산리오 특수’에 행복한 비명을 지르는 곳은 또 있습니다. 이디야커피도 지난 1일부터 산리오와 협업한 음료를 선보이고 있는데요. 하루 평균 1만잔 이상 판매되고 있다네요. 피규어 마그넷과 파우치·키링·콜드컵 등 굿즈들도 일부 매장에선 하루 만에 동나기도 했답니다.
국내 SAMG엔터가 개발한 ‘티니핑’도 유명한 캐릭터인데요. 10세 이하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입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이번에 설악 쏘라노와 용인 베잔송에 ‘캐치! 티니핑’ 객실을 조성해 사전 예약을 받고 있습니다.
티니핑 객실은 18일 문을 여는데요. 회사에 따르면, 현재 예약률이 오는 8월 말 기준으로 일반 객실보다 30%포인트가량 더 높다고 하네요. 매년 새로 공개되는 티니핑 시즌에 맞춰 객실 콘셉트도 계속 변경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캐릭터 ‘티니핑’을 주제로 선보인 키즈 특화 객실 3종 중 볼풀과 자석 놀이 등 체험 요소를 강조한 슈팅스타룸.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제공 |
불경기에 왜 캐릭터 앞세우나
캐릭터 활용은 사실 고전적인 마케팅 기법입니다. 친근한 캐릭터를 앞세워 소비자의 심리적 경계를 허물게 하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지요. 특정 팬덤층을 겨냥해 이들을 유인해 구매로 이어지게 하는 겁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캐릭터 협업은 오랫동안 망하는 법이 없던 전략”이라며 “캐릭터는 더 이상 아이들 전유물이 아니라 어른이(키덜트)들이 지갑을 기꺼이 여는 자기만족 도구”라고 말했습니다. 내수 부진이 길어지면서 소비자의 눈길과 발길을 끌기 위해 성공이 보장된 전략을 쓰게 된 것이라는 거죠.
상품 구매에 캐릭터가 미치는 영향도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협업 제품은 한정판인 경우가 많습니다. 희소성이 높은 만큼 소장 욕구를 자극하지요. MZ세대를 중심으로 SNS를 통해 자신을 드러내는 게 익숙한 요즘, 캐릭터는 나의 취향과 정체성 등을 표현하는 또 다른 수단인 셈입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이를 통해 해당 제품의 소비 지역을 세계로 확장하고, 타깃 고객층을 확대하는 등의 효과를 동시에 이룰 수 있는 겁니다.
‘라부부’(LABUBU)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캐릭터입니다. 중국 완구기업 팝마트가 만든 토끼 캐릭터인데요. 카카오톡 선물하기가 지난 9일 라부부 키링을 세 차례에 걸쳐 한정 판매했는데 시작 전부터 사이트 접속이 원활하지 않았지요. 마지막 판매 시간대였던 오후 4시에는 1분도 안돼 품절 메시지가 떴습니다. 향후 라부부 협업을 성사시키는 국내 기업이 어디가 될지에도 관심이 쏠릴 것으로 보입니다.
캐릭터? 우리는 직접 만든다
GS25가 2022년 자체 캐릭터 ‘무무씨’를 선보인데 이어 지난해에는 ‘무무씨와 친구들‘이라는 콘셉트로 새로운 캐릭터들을 공개했다. GS리테일 제공 |
자체 캐릭터를 만드는 기업들도 많습니다. 캐릭터 IP를 보유했다는 것은 관련 제품이나 브랜드의 장기간 성장이 보장된다는 의미입니다. 헬로키티와 마이멜로디는 탄생한 지 각각 51년, 50년이나 된 캐릭터들입니다.
국내 기업 중 자체 캐릭터에 공을 들인 곳은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GS25입니다. 2022년 5월 첫선을 보인 ‘무무씨’는 티베트여우를 의인화한 캐릭터로, 10~20대에게 즐거운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졌답니다. 특유의 무표정하고 심드렁한 표정으로 인기를 끌었는데요. 인스타그램 팔로어 수가 2만5000명에 달하고 관련 상품 및 굿즈는 현재까지 누적 판매량 150만개, 매출 약 30억원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GS25는 무무씨에 이어 ‘그래서판다 머용씨’(레서판다), ‘북끄토끼 안즈레씨’(북극토끼), ‘시고르곰냥이 순남씨’(고양이) 등 새로운 캐릭터를 추가해 ‘무무씨와 친구들’로 세계관을 확장해 캐릭터 상품 라인업을 추가하고 있습니다.
배달의민족은 출범 초기부터 캐릭터 ‘배달이’로 다양한 브랜딩 활동을 해왔는데, 배달이도 친구들이 더 있다. 우아한형제들 제공 |
우아한형제들이 운영하는 배달의민족은 출범 초기부터 자체 캐릭터 ‘배달이’를 만들어 적극 활용해왔습니다. 창업 당시 타깃 고객이 회사나 가족·학교 등 각 집단의 막내였는데, 이는 배달음식 주문을 대부분 막내가 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배달의민족 관계자는 “젊은층에게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는 캐릭터로 배달이가 탄생한 것”이라며 “손그림체였다가 2016년 목각 형태로 바뀐 다음 광고모델 등 다양한 브랜딩 활동에 쓰이면서 배민을 상징하는 캐릭터로 성장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배달이도 ‘하얀봉다리배달이’ 등 친구들이 여럿 있습니다.
김아람 신한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은 최근 캐릭터 IP 관련 보고서에서 “해외 팬덤을 확보할 수만 있다면 실적 상승 여력은 생각보다 클 수 있다”며 “처음 인지되고 사랑받기가 어려울 뿐 한 번 흥행에 성공한 IP는 오랜 기간 수익이 발생한다”고 말했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캐릭터를 좋아하시나요. 그리고, 얼마나 자주 지갑을 열고 계십니까.
이성희 기자 mong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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