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방북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최선희 북한 외무상과 회담했다고 주북 러시아 대사관이 12일 텔레그램을 통해 발표했다. 연합뉴스 |
북한과 러시아가 외무장관 회담을 열어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을 계기로 양국 협력 관계를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12일 러시아 관영 타스·스푸트니크 통신에 따르면 최선희 북한 외무상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부 장관은 이날 북한 강원도 원산에서 2차 전략대화를 진행했다.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이날 “북한군의 쿠르스크주 해방 작전 참여는 양국 관계가 무적의 형제애로 규정될 수 있음을 직접 보여주는 사례”라며 “그곳에서 북한군의 용감한 전사들이 러시아 군인들과 함께 피와 생명을 바쳐 우크라이나 나치로부터 쿠르스크주 해방을 앞당겼다”고 말했다. 앞서 북한은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를 지원하기 위해 약 1만5천명을 파병했다. 북한군은 전쟁에서 쿠르스크 전투에 투입됐다.
최 외무상은 북한군의 쿠르스크 파병에 대해선 “양국 협력의 최고 수준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사례”라며 “양국 협력의 새로운 시대를 연 역사적 사건”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회담이 열린 원산 리조트로의 관광객 유입을 늘리기 위해 항공편을 포함한 여건을 조성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러시아 관광객들이 이곳을 더 많이 찾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러시아는 항공편 운항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방법으로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외무상도 러시아의 협력 강화 의지를 강조했다. 그는 “제국주의자들의 패권적 음모에 맞서 국제 정의를 수호하려는 러시아의 입장과 주권과 영토 보존을 위한 러시아의 정책을 무조건적으로 변함없이 지지한다”며 “러시아에 대한 지원은 북한의 전략적 선택과 의지”라고 말했다.
라브로프 장관의 원산 방문에 대해서는 “양국관계가 깨질 수 없는 협력 수준으로 격상된 상황에서 전략적 상황인식을 심화하려는 러시아 정부와 국민의 열망을 반영한 것이고, 전통적 우호협력 관계를 모든 분야에서 확대, 발전시켜가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앞서 러시아는 지난해 6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평양 방문을 계기로 북한과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 조약에는 양국 중 한쪽이 전쟁 상태에 놓일 경우 모든 수단을 동원해 지원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라브로프 장관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한 뒤 2박 3일 일정으로 북한을 방문했다. 그는 13일까지 북한에 머물면서 최 외무상과 2차 전략대화를 이어갈 예정이다.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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