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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관계에서 ‘크기’는 얼마나 중요할까 [건강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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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관계에서 ‘크기’는 얼마나 중요할까 [건강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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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김대중.

일러스트 김대중.


40대 남성이 다소 움츠러든 자세로 진료실을 들어섰다. “선생님, 음경 확대술을 받고 싶어 왔습니다.”



진찰해보니 이미 음경 확대를 한 상태였다. 그런데도 다시 수술받고 싶다는 것이었다. 이 환자처럼 음경의 크기에 집착하는 이들이 더러 있다. 그렇다면 이런 시점에서 드는 궁금증이 있을 것이다. 과연 음경이 크면 성적으로 강해지고 여성을 만족시킬 수 있을까?



질 점막 하부에는 질이 늘어나거나 압박을 받으면 성적 자극을 받는 신경말단이 있다. 그래서 음경이 굵어서 압박을 받거나 음경이 길어서 질 점막이 늘어나면 성적 자극을 받게 되므로 일견 의학적으로 사실 같아 보인다. 연구 결과들을 살펴보자.



성관계의 만족도와 음경 길이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1980년대 연구에서, 7.5~20㎝의 음경 길이에 따른 여성의 성적 흥분과 만족도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고 보고됐다. 성의학자인 마스터와 존슨 부부도 음경 길이가 여성의 성적 만족에는 큰 영향이 없었다고 했다. 여성의 질은 아이의 머리가 나올 정도로 잘 늘어나므로 어떤 음경의 크기에도 맞춰질 수 있어 크기와 관계없이 적절한 성적 자극만 주어지면 차이가 없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음경 크기가 여성의 성적 만족에 영향이 있다는 논문도 있다. 여성들은 성 상대에 따라 선택이 달랐다는 연구도 있다. 일회성 성관계라면 음경이 큰 남성을 선호했지만, 장기적 파트너는 음경의 크기와는 무관했다. 단회성 관계의 경우 큰 음경을 경험해보고자 했던 막연한 기대치에서 비롯되지 않았을까 한다.



레버 박사가 5만2천 명의 남녀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남성은 45%에서 큰 음경을 원했지만, 여성은 84%가 음경의 크기는 상관없다고 했고, 음경 크기에 따른 성적 만족도는 18~65살에 이르기까지 차이가 없었다. 차이가 있다고 한 16%는 음경의 길이보다 굵기가 더 중요하다고 했지만, 성 경험이 많은 여성은 길이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질 출산 경험이 있는 여성은 21%가 음경 크기가 중요하다 했지만, 77%는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2021년 빌 교수는 음경 길이와 굵기가 여성의 성적 만족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평상시 성관계보다 얕게 삽입하면서 성관계했을 때 18%만 쾌감이 감소했다고 했고, 일부는 오히려 쾌감 증가를 보고했다. 또 음경에 링을 부착해 음경의 굵기를 증가시켜 시도했지만 성적 쾌감이 증가하는 효과는 별로 없었다. 그래서 음경의 크기는 성적 쾌감이나 만족도에 영향이 없었고, 친밀감 같은 커플 관계가 더 영향이 크다고 결론지었다.



결국 질이 늘어나고 압박이 강한 정도 만큼 점점 더 성적 자극이 강해지는 것은 아니므로 굵을수록, 길수록 무조건 더 만족시키는 것이 아니며 일정 수준 이상이면 충분히 자극을 줄 수 있다.



확대 수술의 효과를 못 봤는데, 재수술 이유를 물었다. 환자는 첫 6개월은 괜찮은 듯했는데 곧 효과가 없어진 것 같다고 했다. 아내의 불만이나 성관계 회피가 해소되지 않아 또 시도하려는 것이다. 평소 아내에 대한 배려와 친밀감에는 무관심하고 음경 확대만 하면 불만이 해소될 것이라 생각하는 무지의 소산이었다. 여성에게는 성과 무관한 친밀감이 성적으로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민권식 대한성학회회장(부산백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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