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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끝내겠다던 '중재왕 트럼프' 반년, 어디가 먼저 녹색불 켜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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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끝내겠다던 '중재왕 트럼프' 반년, 어디가 먼저 녹색불 켜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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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중재 '세 곳' 중간평가 해보니


취임하며 전 세계 전쟁을 모두 끝내겠다고 했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본격적인 전쟁 중재의 '키 플레이어'로 등장했습니다.

'예측할 수 없게 하고, 공포감을 조성하라. 그렇게 주도권을 잡아라.' '광인의 전략', 일명 '매드맨 전략(mad man strategy)'을 즐겨 사용하며 전쟁 당사자들을 압박하고 있는데요. 지난 반년을 평가해봤습니다.

◇불안한 '노란불', 이란·이스라엘 전쟁



트럼프의 '중재 전략'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 건 이란·이스라엘 전쟁입니다.

5차례에 걸친 미국과 이란의 핵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이스라엘의 선제공격을 사실상 승인했죠.

여기에 이스라엘을 편 들어 이란 핵 시설 세 곳에 지상 최대의 무기 '벙커버스터' 등으로 대대적인 폭격을 가합니다.


12일째에 둘 다 싸움을 멈추라며 휴전을 중재하면서 '노란불'이 켜졌습니다.

쉽게 말해 협상이 잘 안 풀리자 총칼을 들이댄 건데, 트럼프는 자기 덕에 12일 만에 상황이 끝났다고 자찬하고 있습니다.

같은 편인 J.D. 밴스 부통령의 말을 빌리면 이것도 협상 전략이라는 건데요,


미국의 이익을 명확하게 정의하고, 이익 달성을 위해 공격적으로 협상하고, 필요한 경우엔 압도적인 힘도 쓴다"는 겁니다.

다만 문제는 지금부터입니다.

핵 시설뿐 아니라 '협상 중에 공격을 받았다'며 자존심에 큰 타격을 입은 이란이 조용히 태세를 가다듬는 모양샙니다.


[박현도/서강대 유로메나 연구소]

"(폭격은) 진짜 바보 같은 짓이었어요. (앞으로는) 위협만 하고 협상은 할 거예요. 시간을 질질 끌어서 농축하거나 그런 시간을 벌 수 있다는 얘기죠."

'핵 문턱 국가'로 남으려던 이란을 '핵보유국'으로 만들 수도 있다는 거죠.

◇미국이 허락한 공습, 하마스·이스라엘 무력 충돌



일단 이란 사례에서 자신감을 얻은 트럼프, 이번엔 가자 지구로 눈을 돌렸습니다.

이란 휴전이 마무리된 직후 현지시간 1일 트럼프가 휴전안을 제시했는데요.

오히려 하마스는 "진지하게 검토 중"이라고 했는데, 협상안이 나온 당일도, 그리고 지금도 계속해서 이스라엘의 공습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란 때와 달리 미국이 이스라엘을 강하게 말리지는 않는데요.

그래서 미국의 암묵적인 승인 하에 공습이 이뤄지는 걸로 보고 있습니다.

[백승훈/한국외대 중동연구소]

"이스라엘에서 공격하는, 극단주의 세력들은 확실히 다 잡고 갈 거야 하고 이렇게 몰아붙이는 걸 저는 미국이 묵인해 주고 있다고 봐요. 이란에서 세게 그렇게 드잡이를 했으니까 여기서는 그냥 이스라엘 원하는 쪽으로 내주는 거죠."

사실상 절멸 위기에 간 하마스가 협상력을 가지기 어렵다는 점을 주목하면, 이스라엘과 미국의 국익에 맞춘 '억지 종전'으로 결론지어질 가능성도 큽니다.

실제로 지난 2월 트럼프는 가자 지구를 휴양지로 개발하겠다며 AI로 만든 영상을 올렸다가 빈축을 샀는데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올린 영상(지난 2월)]

"더이상 지하터널도, 공포도 없죠. 트럼프 가자가 마침내 여기에. 트럼프 가자 넘버 원."

이면에서는 착착 진행되고 있다는 보도도 나온 만큼 이쪽이 더 진심일지 모릅니다.

◇푸틴 대 트럼프,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가장 먼저 트럼프가 해결을 자신했지만, 가장 풀기 어려워진 우크라이나 전쟁입니다.

지난 반년간 트럼프는 러시아의 환심을 사려고 해왔는데요.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

"늘 말씀 드리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 잘못이 아닙니다."

현지시간 3일 통화 직후엔 강한 불만이 터져 나왔습니다.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

"만족스럽지 못합니다. 아니요, (푸틴과) 아무 진전이 없었습니다."

트럼프가 '신속한 종전'을 요구했지만 푸틴은 '나토 가입' 등 전쟁 근본 원인을 없애야 한다고 고집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통화 직후 러시아를 '사이버 안보 위협국'으로 지정하는가 하면 철회했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을 재개할 것이란 발언도 나왔습니다.

러시아는 러시아대로, 주도권 싸움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스라엘과 미국의 이란 공격을 "정당한 이유 없는 공격"이라고 규탄하고, 오히려 자신이 '중재자'로 나서겠다며, 이란의 우라늄을 저장할 의향이 있다고 맞받았습니다.

그래서, 빠른 종전을 원하는 트럼프가 푸틴을 회유할 것인지, 압박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립니다.

[백승훈/한국외대 중동연구소]

"(국제법적으로) 옳지는 않은데 그냥 딜을 해서 어느 정도 선에서 내가 나서서 피스 메이킹을 했다 이런 식으로 서로 자축하면서. 트럼프와 푸틴이 서로 어느 정도 얘기해서 갑자기 딜 할 수 있는 방법은 많다고 생각합니다."



뮌헨안보회의(MSC) 의장인 베네딕트 프랑케는 "트럼프의 파괴적인 스타일은 새로운 기회의 창을 열어준다"고 말했습니다.

역대 미국 대통령 중에서도 가장 거침 없고, 예측이 어려운 트럼프가 신속한 '중재왕'이 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엿보입니다.

하지만 전쟁을 빨리 끝내는 것 만큼이나, 그 과정도 중요합니다.

우방이라는 이유로, 보다 강대국이라는 이유로, 또는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기 때문에 한쪽의 손을 들어준다면 향후 더 큰 분쟁의 불씨가 남을 수 있습니다.

또한 트럼프의 미국처럼, 강한 협상력을 갖기 위해 군사력을 동원하는 전례를 악용하는 국가도 나올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중재왕 트럼프' 가 꿈꾸는 평화가 더 많은 갈등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백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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