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 주한미군, 북핵 대응 넘어 중국 견제 기정사실화…韓 북핵 위협 강조했지만, 美는 '동맹 책임'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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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합동참모본부 의장과 댄 케인 미국 합참 의장, 요시다 오시히데 일본 통합막료장이 11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대회의실에서 한미일 합참의장 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 사진=합동참모본부 |
한국이 서울에서 주관한 올해 한미일 합동참모본부 의장 회의(Tri-CHOD)는 주한미군 역할이 북한을 넘어 중국 견제에 활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재확인하는 자리가 된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군사 작전을 총괄하는 인사가 약 10년 전 북한에만 국한됐던 3국 협력 범위가 이젠 중국 위협과도 마주했다며 동맹의 '책임 공유'(sharing responsibility) 필요성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댄 케인 미국 합참 의장은 11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회의를 통해 "북한과 중국은 각자의 목표를 추진하기 위해 분명한 의도를 가지고 전례 없는 군사력 증강을 진행하고 있다"며 "우리의 파트너십에서 '결단력'(resolve)을 보여주고 주도적인(proactive) 태도를 보여야 하며 우리 세 나라가 가진 최고의 전투 역량을 활용해 우리가 언제든 함께 싸우고 함께 승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케인 의장은 2014년 7월 한미일 첫 합참의장 회의에서 마틴 뎀프시 전 합참 의장이 3국의 군사 역량 강화와 동맹의 책임 공유를 강조한 사실을 거론했다. 케인 의장은 "그 당시 지역 내 안보 문제들은 거의 전적으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국한됐다'(solely limited)"며 현재 중국의 군비 증강 등의 안보 환경과 비교했다.
케인 의장의 이날 발언은 대만해협에서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갈등이 발생할 경우 현재 약 2만8500명 규모의 주한미군이나 한국 내 미군 자산을 동원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양안 문제시 한국의 동참을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 동맹의 책임을 강조한 점으로 볼 때 주한미군 주둔에 관한 방위비 인상 압박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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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다니엘 케인 미국 합참의장이 11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일 합참의장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합동참모본부 |
이날 3국 회의는 한반도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군의 최우선 군사적 목표가 중국에 있다는 사실이 현실로 드러난 것으로 평가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미국의 최대 군사·안보 위협을 중국이라고 밝혔는데, 트럼프 2기에서 임명된 고위급 장성이 방한해 이를 사실상 공식화한 것은 처음이다. 특히 케인 의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신임을 두텁게 받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도 미국의 달라진 안보 인식에 적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한미 양국 간 시각차도 드러났다. 김명수 합참 의장은 그간 우리 군이 유지해온 입장대로 한미일 3국 협력 필요성을 북핵 위협 대응에 초점을 맞췄다. 김 의장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고도화되고 역내 안보 도전 요인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한미일 3국 안보협력의 추동력을 유지하고 지속 발전시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트럼프 2기는 '북한 위협은 한국이 대비하고 주한미군을 비롯해 미군의 역할은 중국 위협 대비'라고 지속 강조하고 있다"며 "미국은 중국을 최대 위협으로 상정하고 무력 분쟁을 포함한 충돌 가능성에 대비해 동맹국에 자국 방위에 더 많은 책임을 요구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올해 한미일 3국 합참의장 회의에선 북한의 불법적인 핵·미사일 개발 프로그램 지속을 규탄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라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계속 협력하기로 했다. 김 의장과 요시다 오시히데 일본 통합막료장(대장)은 한미일 안보협력이 한반도와 인·태 지역의 평화와 번영을 촉진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평가하고, 역내 평화와 안정을 위해 3국 간 협력을 심화하자는 데 공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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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종일관 메모, 천안함 추모비에 경례…미군 서열 1위의 특별한 동맹 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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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합동참모본부 의장, 댄 케인 미 합참 의장, 요시다 요시히데 일본 통합막료장 등이 11일 25년 한미일 합참의장 회의 종료 후 경기 평택시 해군2함대사령부를 방문해 천안함 선체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 사진=합동참모본부 |
11일 오전 8시57분 서울 용산구 국방부 대회의실. 댄 케인 미국 합동참모본부 의장(대장)이 김명수 합참 의장(대장), 요시다 오시히데 일본 통합막료장(대장)과 함께 '한미일 합참 의장'(Tri-CHOD) 회의장에 입장하자 참석자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케인 의장 뒤로 새뮤얼 파파로 미 인도태평양사령관(대장),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대장), 스테픈 조스트 주일미군사령관(중장) 등 한반도와 인도·태평양 지역을 총괄하는 미 장군들이 따라 붙었다. 4성 장군인 대장 3명, 3성 장군인 중장 1명이 일직선 테이블에 앉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미군 계급장에 붙은 별만 총 15개였다.
이날 한미일 3국 회의를 주관한 김명수 의장이 처음으로 모두 발언을 시작하자 케인 의장은 중간중간 메모를 지속했다. 고개를 끄덕이거나 양손을 모으고 김 의장의 발언에 집중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동안 미국 상·하원 군사위원회에서 한국의 전략적 가치를 강조해 온 브런슨 사령관은 이날 시종일관 밝은 표정으로 회의에 임했다.
케인 의장은 김 의장에 이어 발언 순서를 얻은 뒤에는 거침없는 메시지를 내놨다. 그는 2014년 7월 첫 한미일 합참의장 회의 당시만 해도 3국의 안보 위협이 북핵 위협에 '국한됐다'(solely limited)면서 최근 들어선 중국의 군비 증강이 또다른 위협임을 강조했다.
그는 "북한과 중국은 각자의 목표를 추진하기 위해 분명한 의도를 가지고 전례 없는 군사력 증강을 진행하고 있다"며 "우리의 파트너십에서 '결단력'(resolve)을 보여주고 주도적인(proactive) 태도를 보여야 하며 우리 세 나라가 가진 최고의 전투 역량을 활용해 우리가 언제든 함께 싸우고 함께 승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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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 김명수 합동참모본부 의장, 댄 케인 미 합참의장, 요시다 요시히데 일본 통합막료장, 해군 관계자가 11일 경기 평택시 해군2함대사령부를 방문해 작전현황을 보고받고 있다. / 사진=합동참모본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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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 케인 미국 합동참모본부 의장이 11일 한미일 합참의장 회의 종료 후 경기 평택시 해군2함대사령부를 방문해 천안함 추모비 앞에서 헌화 및 분향을 하고 있다. / 사진=합동참모본부 |
이날 모두발언 이후 회의는 전면 비공개로 진행됐고, 회의 이후 3국 합참의장은 경기도 평택 소재 해군 제2함대사령부를 방문했다. 평택 2함대는 주한미군 기지인 '캠프 험프리스'와 인접해 있으며 일부 중국의 해군이 동중국해나 태평양 등으로 진출할 때 거칠 수 있는 곳이다.
한미일 3국 합참 의장과 브런슨 사령관, 파파로 사령관, 조스트 사령관 등은 2함대를 방문한 자리에서 북한의 어뢰 공격으로 산화한 천안함 46명 용사를 추모했다. 이날 평택은 낮 최고기온이 섭씨 35도(℃)를 기록하며 찜통 더위가 이어졌지만 케인 의장 등 미군 일행은 침착하게 천안함 추모비에 헌화와 분향을 하고 피격된 천안함 실물을 직접 살펴보기도 했다.
한미일 합참의장의 천안함 용사 추모는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공동 대응하겠다는 메시지를 발신한 것으로 풀이된다. 천안함 피격은 2010년 3월26일 오후 9시22분쯤 서해 백령도 인근 해상에서 경계작전 임무를 수행하던 해군 2함대 초계함(PCC)인 천안함이 북한 잠수정의 기습 어뢰 공격을 받았던 사건이다. 당시 승조원 104명 중 46명이 전사했다.
케인 의장의 이날 행보는 동맹과 전통적 우방도 몰아붙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케인 의장은 지난달 22일(현지시간) 새벽 미국이 이란 내 핵시설 3곳을 타격하는 '미드나잇 해머'(Midnight Hammer·한밤의 망치) 작전을 총괄한 인사로, 공습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신임을 두텁게 받고 있다. 당시 미군은 B-2 폭격기 7대로 벙커버스터 14발을 투하해 이란의 핵시설 3곳을 타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습 직후 대국민 연설에서 케인 의장을 "위대한 케인 장군에게 축하의 말씀을 전한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에도 케인 의장을 향해 "진정한 장군으로 텔레비전 장군이 아니다(a real general not a television general)"고 극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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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 허성재 해군 2함대 사령관, 댄 케인 미국 합동참모본부 의장, 김명수 합참 의장, 요시다 요시히데 일본 통합막료장, 사무엘 파파로 인태사령관, 스테픈 조스트 주일미군사령관이 11일 25년 한미일 합참의장 회의 종료 후 경기 평택시 해군2함대사령부를 방문해 천안함 추모비에서 전사자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 사진=합동참모본부 |
김인한 기자 science.in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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