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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의 고집, 대미 협상 발목 잡을 수 있다[4강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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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의 고집, 대미 협상 발목 잡을 수 있다[4강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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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편집자주

요동치는 국제 상황에서 민감도가 높아진 한반도 주변 4개국의 외교, 안보 전략과 우리의 현명한 대응을 점검합니다.

대미 협상 '5대 요인' 고려해야
관세 넘어선 큰 폭의 접근 필요
미국의 고유한 세계관 이해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 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상호 관세 부과 발표 행사 중 무역 장벽 연례 보고서를 들고 발언하고 있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 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상호 관세 부과 발표 행사 중 무역 장벽 연례 보고서를 들고 발언하고 있다. AP=뉴시스


필자는 지난 몇 달간 한국이 대미 관세협상 테이블에 무엇을 올려놔야 하는지 생각해봤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때문에 대부분 품목의 관세가 0%이기 때문에, 한국은 관세를 철폐하는 베트남 방식의 접근을 취할 수 없다. 따라서 기존의 틀을 벗어난 사고가 필요하다. 8월 1일이라는 새로운 협상 시한이 정해진 가운데, 협상 막바지에 고려해야 할 몇 가지 요소들을 점검해 본다.

첫째는 마감 시한이 실제로 유효한지 여부다. 당초 어떤 유예 조치도 제시하지 않다가, 상호관세로 미 증시가 급락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90일간의 협상 기간을 부여했다. 이번에도 (상호관세에 대한) 추가 연장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연장 가능성이 있더라도, 한국은 협상 타결이 필요하다.

상호관세와 별도로,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자동차 및 철강 관세 논의 때문이다. 이 조항에 따라 자동차(25%)와 철강(50%)에 대한 관세가 이미 시행 중이다. 이 분야는 한국 대미 수출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현대차에 중대한 문제다. 지난해 현대차그룹은 미국에서 160만 대를 판매했는데, 그중 52%는 한국에서 수출됐다. 연말까지 상호관세 시행을 유예하더라도, 이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으면 한국의 두 핵심 산업은 어려움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두 번째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이전과 다르다는 점이다. 트럼프는 1기 때와 달리, 미국 내 권력을 빠르게 장악했다. 관세는 트럼프의 핵심 신념이기 때문에, 유예 조치가 있더라도 상호관세는 시행 가능성이 높다. 일정이나 관세율은 변동될 수 있지만, 실행 자체를 회피할 가능성은 낮다.

세 번째는 전술적인 측면이다. 미국은 반도체와 의약품 등에 대해서는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조사를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관련 조사는 7월 말 결론이 날 예정이다. 한국은 이 결과를 최종 협상에 포함시키기 위한 추가 면제를 확보하거나, 영국과 유사한 방식으로 관련 조치에 대해 우대적 대우를 보장받아야 한다.

네 번째는 트럼프가 중시하는 가치들이다. 알래스카 LNG(액화천연가스) 파이프라인 프로젝트는 트럼프 1기부터 추진되었고, 2기에서도 주요 목표다. 이 프로젝트에는 한국 측이 2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할 필요가 있다. 조선업도 마찬가지다. 트럼프 행정부가 미 해군을 증강하고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과 경쟁하려면, 대통령 당선인 시절 트럼프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논의했던 한미 간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 분야는 한국이 다른 국가들과 달리 대미 협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유리한 카드다.


마지막으로, 온라인 플랫폼 규제에 대한 미국 측 우려를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트럼프는 캐나다에 디지털세를 철회하도록 강요했고, 다른 나라에도 같은 입장이다. 한국의 공정위는 자신들의 입장을 트럼프 행정부에 설명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쉽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세계를 바라보는 고유의 시각을 가지고 있으며 타국 입장에 비우호적이다. 관련 법안 추진은 협상에 장애물이 될 수 있다.

8월 1일 시한을 앞두고 고려해야 할 요소들은 많지만, 분명한 것은 과거 방식으로는 미국을 상대할 수 없다는 점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한국이 상대했던 그 어떤 미국 행정부와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트로이 스탠가론 미국 윌슨센터 한국역사·정책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