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농구 대표팀이 11일 안양 정관장 아레나에서 열린 일본과 평가전 1차전에서 승리한 뒤 기뻐하고 있다. 대한민국농구협회 제공 |
“와~” 경기 전 몸풀기 시간에 그가 덩크만 시도해도 함성이 터졌다. 미국프로농구(NBA) 진출을 꿈꾸며 미국 시애틀대학교에서 뛰고 있는 여준석이다. 여준석은 8월 열리는 국제농구연맹 아시아컵(8월5~17일)을 앞두고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에 합류해 기대감을 높였다. 11일 평가전에서 18득점(6튄공잡기 3도움주기)으로 기대에 제대로 부응했다.
남자농구 대표팀이 안양 정관장 아레나에서 열린 평가전 1차전에서 여준석 등을 앞세워 일본에 91-77로 크게 이겼다. 여준석과 함께 미국프로농구에 도전 중인 이현중(일라와라)이 25득점 6튄공잡기로 활약했다. 2021년 이후 4년 만에 대표팀에 합류한 두 선수는 43점을 합작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이승현(8득점 5튄공 3도움), 이정현(17득점 4튄공 3도움), 유기상(19득점 3도움) 등 한국프로농구(KBL) 대표 얼굴들도 제 몫을 했다.
한국은 시작부터 공격적이었다. 경기 시작 1분도 안 되어 이현중의 3점포로 기선을 제압했다. 이내 2점을 내줬지만 이정현 3점, 여준석 2점 등 차례로 점수를 더하며 1쿼터를 20-15 기분 좋게 출발했다. 하지만 마음이 급했던 탓인지 2쿼터에서 수비가 무너지며 따라잡혔고, 결국 42-45로 역전당했다. 이현중은 “이후 라커룸에서 선수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고 했다. 효과가 있었다. 3쿼터 시작과 함께 유기상이 3점쇼를 펼쳤고, 3쿼터를 67-65로 마친 대표팀은 4쿼터에서 다시 치고 나갔다. 4쿼터 한때 18점 차까지 벌어졌다.
3점슛 18개를 몰아친 게 컸다. 1쿼터에만 6개 폭발했다. 유기상이 5개, 이현중이 4개, 이정현이 4개를 넣었다. 이현중은 경기 뒤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3점슛 18개 비결은 서로를 향한 신뢰감”이라며 “슛을 잘 넣겠다는 욕심이 아닌 서로를 믿고 쐈고, 모든 선수가 자신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안준호 감독은 경기 뒤 기자회견에서 “3점포가 50% 들어간 건 대표팀 사상 처음일 것 같다”고 했다.
경기 전 몸풀기 시간에 덩크슛을 시도하는 여준석. 대한민국농구협회 제공 |
이날 경기에서는 안준호 대표팀 감독이 추구하는 ‘원팀 코리아’가 제대로 발휘됐다. 선수들은 손발이 척척 맞았다. 4쿼터 시작 3분여 뒤 유기상의 공이 림을 맞고 나오자 이승현이 재빠르게 잡았고, 이를 건네받은 이현중이 득점으로 마무리했다. 이승현은 경기 종료 3분여를 남기고 볼을 따라 몸을 던지는 등 선수들의 허슬 플레이도 빛났다. 이승현은 경기 전 한겨레에 “(평가전 각오를) 경기로 보여주겠다”고 했는데, 제대로 보여줬다. 이날 경기를 중계한 손대범 케이비에스엔(KBSN) 해설위원은 1차전을 “신구 조화가 잘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제공권 등은 숙제로 남았다. 한국은 이날 튄공잡기에서 일본에 31-39로 밀렸다. 공격 튄공잡기를 17개 내줬다. 안준호 감독은 “리바운드를 통해 공을 소유해야 득점할 수 있는데 그게 안 되면 희망이 없다. 슛은 항상 굴곡이 있다. 한국 남자 농구가 더 발전하려면 압박 수비를 해야 하고 이를 통해 상대의 슛 성공률을 낮추며 리바운드과 제공권에서 대등한 싸움을 가져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날 경기장에는 많은 관중이 찾아 선수들의 행동 하나하나에 호응했다. 경기 종료 1분30초를 남기고 여준석의 덩크슛에 관중은 이날 가장 큰 함성을 쏟아냈다.
대표팀은 13일 같은 장소에서 일본과 평가전 2차전을 치른다. 18일과 20일에는 카타르와 맞붙는다. 여준석은 “남은 세 차례 평가전을 통해 실전 경험을 쌓고 자신감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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