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숙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10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제1차 혁신위원회 회의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최고위원제를 폐지하고 당 대표자에게 힘을 실어주는 ‘단일 지도체제’를 강화하는 ‘2호 혁신안’을 발표했다. 당내에선 “가장 중요한 인적 청산은 미룬 ‘눈 가리고 아웅 식’ 혁신안”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국민의힘 혁신위원인 호준석 당 대변인은 11일 오후 2호 혁신안 브리핑을 열어 “중앙당의 지도체제와 리더십을 강화하겠다. ‘봉숭아학당’은 이제 없고, 대신 ‘민심학당’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봉숭아학당’은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각자의 정치적 지분을 주장하며 중구난방식 목소리를 내는 상황을 비판할 때 쓰는 비유다.
혁신위는 현행 최고위원제도는 폐지하고, 대신 중앙당무회의를 신설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중앙당무회의는 당 대표, 원내대표, 정책위의장, 사무총장, 수석대변인, 청년위원장, 여성위원장뿐만 아니라 당대표가 지명하는 원외당협위원장 2명도 참여한다. 호 대변인은 “최고위를 통해 생중계로 싸우고 이전투구하는 모습을 보였던 애매한 혼합형 지도체제를 끝내고, 당 대표가 확고한 리더십을 가지고 이길 수 있는 정당으로 만드는 제도를 채택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9명이 중앙당무회의를 매주 두 번씩 열어 당무 중요사항을 결정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전국 17개 시·도당 대표를 선출하는 전국민심회의도 신설한다. 시·도당 대표들은 각 지역 당원들이 직접 투표로 선출하며, 이들은 전국민심회의 의장인 당 대표에게 지역 민심을 전달하고 견제하는 역할을 맡는다는 설명이다. 전국민심회의는 당헌 제23조의 상임전국위 기능을 맡게 된다. 호 대변인은 “당헌 안을 작성하고, 당규를 제정·개정할 수 있다. 또 전당대회 소집을 요구할 수 있고, 중앙당무위 회의 소집을 요구할 수 있다”고 했다. 각 시·도당이 대표뿐만 아니라 5~10명의 최고위원도 선출하게 해 현장 정치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방선거 공천권을 포함해 예산·인력을 대폭 확대하고 중앙당 권한을 일부 이양하겠다고도 했다.
비례대표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는 청년 할당을 크게 늘려 지역별 당원 투표를 통해 후보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호 대변인은 “과거처럼 공천관리위원회에서 다 결정하는 게 아니라, 그 지역 당원들이 투표해서 ‘우리 지역의 비례대표 국회의원은 이 사람을 후보로 내겠다’고 결정하는 구조로 비례대표 공천을 혁신하겠다는 내용”이라고 했다.
혁신위는 이번 혁신안에 대해 비상대책위원회 의결 뒤 당헌·당규 개정 등 필요한 절차를 거쳐 다음 달 전당대회에서 선출되는 새 지도부부터 혁신안 적용을 받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당내에선 제도만 바꾸는 건 근본적인 당 혁신 방안이 될 수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조경태 의원은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제도만 바꾼다고 근본적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사람을 바꿔야 하는데 눈 가리고 아웅 식의 혁신안은 국민을 잠깐은 현혹할지 몰라도 결국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조 의원은 “혁신위는 인적 청산부터 하는 로드맵부터 빨리 짜야 한다”고 했다.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한겨레 후원하기] 시민과 함께 민주주의를!
▶▶민주주의, 필사적으로 지키는 방법 [책 보러가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