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무엇이고, 어디에서 비롯됐을까. 언제 어디서나 원치 않아도 듣게 되는 게 오늘날의 음악이건만, 막상 정의해 보자면 사람마다 제각각일 것이다. 리듬, 멜로디, 화성 등 음악의 구조를 정의하는 3요소만으로 인류 역사에서 차지하는 의미와 역할을 다 설명하기엔 한참 부족하다. 음악이란 시대와 문화권에 따라, 쪼개고 쪼갠 장르에 따라 한없이 넓고도 깊어진다.
무궁무진한 음악의 세계를 '역사'로 집대성하겠다는 시도는 겸손해질 수밖에 없다. 이 책도 한국어판에 야심 찬 제목을 달았지만, 사실 원제 'A Little History of Music'은 하나의 관점으로 써낸 이야기라는 뜻(예일대 출판부의 리틀 히스토리 시리즈)이다. 이렇게 접근하면 읽는 사람의 마음도 한결 가벼워지지 않을까. 저자는 영국 BBC 예술 프로듀서이자 클래식 분야 저서를 여러 권 낸 작가다. 이번 책에서 그는 주제별로 종이책 8~10쪽 분량의 길지 않은 글 총 40개를 엮었다. '명상으로서의 음악' '스타 가수들과 오페라 시장' '계몽과 혁명' '저항부터 팝까지' 등 원하는 주제를 골라가며 읽기에도 편하다.
책에 따르면 인류 최초의 음악에 관한 증거는 어디에도 남아 있지 않다. 피리 같은 악기가 수만 년 전 제작됐다는 점, 고대 유적·유물에 춤추는 사람이 그려져 있다는 점 등을 통해 그때도 음악이 존재했겠다고 짐작할 뿐이다. 사실 인간은 태어나기도 전에 음악의 요소들을 접한다. 자궁 안의 태아는 15주 무렵부터 청각 기능이 발달하는데, 이때 느렸다 빨라졌다 하는 엄마의 심장 소리는 리듬이 된다.
이처럼 인간 본능에 밀접한 예술인 만큼 음악의 양상은 인간사의 흐름에 따라 함께 변화했다.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 이후엔 유럽과 아프리카의 음악이 뒤섞였다. 르네상스 이후 교회 권력이 약화하면서는 귀족·교회를 벗어나 대중을 상대로 한 공연이 많아졌다. 20세기 두 차례의 세계대전, 노예 해방, 디지털 기술의 발전 등도 음악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또 오늘날 대형 산업을 형성한 음악의 모습이 언급된다.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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