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자택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 /사진=뉴스1 |
고 채수근 해병 순직 사건 조사 과정에 외압이 있었다는 의혹 등을 수사하는 '채 해병 특검팀'(특별검사 이명현)이 이른바 'VIP 격노설'을 확인하기 위해 윤석열 전 대통령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특검팀은 11일 오전 윤 전 대통령 자택인 서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집행에 착수했다. 정민영 특검보는 기자들과 만나 "윤 전 대통령, 조태용 전 국정원장, 임종득 전 국가안보실 2차장 등 10여곳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전날에도 국방부 등 10여곳에서 관계자 휴대폰, PC 등을 확보해 분석 중이다.
윤 전 대통령은 전날 구속된 상태로 현재 서울구치소에 수감돼 있지만 자택 압수수색 진행에 큰 문제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정 특검보는 "변호인이 참여하는 것으로 합의되면 당사자 없이도 (압수수색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 압수수색 영장에 적힌 죄명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채 해병 사건 수사 기록 이첩 보류와 회수를 지시하고 수사 결과를 변경하는 과정에 가담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특검팀은 채 해병 사건 외압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가장 먼저 VIP 격노설을 확인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VIP 격노설은 윤 전 대통령이 화를 낸 뒤 군의 채 해병 사건 자체 조사 결과가 달라졌다는 것이다.
채 해병이 수해 실종자 수색 과정에서 급류에 휩쓸려 숨진 뒤 군이 즉각 조사에 착수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 간부 8명이 채 해병 사망에 책임이 있다는 내용의 조사 결과를 경찰에 이첩하려 했다.
이에 윤 전 대통령이 2023년 7월31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이 같은 사안을 보고받은 뒤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을 하겠느냐'며 화를 냈다는 의혹이 VIP 격노설이다.
이 회의 이후 이종섭 당시 국방부장관이 김계환 당시 해병대사령관에게 조사 결과의 경찰 이첩을 보류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군 자체 조사를 담당했던 박정훈 당시 해병대수사단장은 김 전 사령관에게서 관련 지시를 받았지만 따르지 않고 경찰에 조사 결과를 이첩했다.
이후 군은 경찰 이첩 자료를 되찾아와 재조사를 진행했다. 군은 임 전 사단장 등을 제외한 대대장 2명에게 책임이 있다는 결과를 다시 경찰로 보냈다. 이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을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임 전 사단장이 윤 전 대통령 부부와 인연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 특검팀은 해당 회의에 참석했던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을 이날 오후 소환해 조사한다. 정 특검보는 "당시 회의에서 대통령이 보고받은 내용, 지시한 내용 등에 대해 전반적으로 조사할 예정"이라고 했다.
한편 특검팀은 VIP 격노설 수사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앞서 해당 회의에 참석했던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도 불러 조사했다. 다만 그는 "윤 전 대통령이 화를 낸 적이 없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정수 기자 jeongsu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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