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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의 일상 지키는 사람들, 이제 국가가 뒷받침할 때 [왜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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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의 일상 지키는 사람들, 이제 국가가 뒷받침할 때 [왜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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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공익활동가 건강실태 및 지원방안 모색 토론회 모습. 공익활동가 사회적협동조합 동행 제공

지난 2일 공익활동가 건강실태 및 지원방안 모색 토론회 모습. 공익활동가 사회적협동조합 동행 제공


김진아 | 아름다운재단 사무총장



지난 6월30일부터 7월4일까지 ‘2025 공익활동가주간’이 진행됐다. ‘공익활동가주간’은 세상의 변화를 위해 노력하는 공익활동가를 조명하고, 그들의 활동에 대한 사회적 지지를 넓히기 위해 기획된 전국 단위 행사다. 해당 주간에 펼쳐진 심포지엄, 토론회, 조사연구, 대화의 공론장, 인터뷰 프로젝트, 응원 캠페인 등 다양한 활동과 행사들을 관통하는 메시지는 ‘세상의 변화에는 늘 공익활동가가 있습니다’였다. 이 슬로건은 정책의 빈틈을 메우고 공동체의 갈등을 풀어내며, 민주주의를 일상에서 지키는 수많은 공익활동가들이 여전히 제도 밖에서 버티고 있다는 현실을 드러낸다.



특히 공익활동가 건강 실태를 주제로 한 토론회에서는 공익활동가들의 안타까운 현실이 드러났다. 토론회에 참석한 한 패널은 “모두의 인권을 이야기하지만 정작 인권을 지키는 사람의 건강은 보장되지 않는 현실”을 지적했다. 치과 질환, 디스크나 관절염 같은 근골격계 질환을 앓는 활동가도 많았지만 마음건강 문제도 심각한 경우가 많았다. 나아가 비급여서비스로 인한 치료비 부담의 어려움, 산업재해 신청의 한계 등 구조적 어려움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동료 활동가들이 서로의 이야기를 묻고 듣는 ‘인터뷰 프로젝트’에서는 변화의 발자취 뒤에 숨겨진 삶의 굴곡과 어려움, 그리고 다시 희망을 찾아가는 여정이 조명되기도 했다.



한편 ‘시민사회 활성화를 위한 새 정부의 책임과 역할’을 다룬 국회 심포지엄은 새롭게 들어선 정부에 조금 더 무겁고 중요한 주제를 제시했다. 현재 시민사회 관련 정책은 여러 부처로 분산되어 있고, 통제와 규제 중심의 접근이 반복되어왔다. 이런 구조로는 점점 다양해지는 시민사회의 요구를 포괄하기 어렵다. 이에 제안된 ‘시민사회위원회’는 단순한 자문기구를 넘어, 합의제 중앙행정기관으로서 독립성과 실행력을 갖춘 형태로 설립하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합의제 기구는 시민사회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보장하고, 정치적 중립성을 제도적으로 담보할 수 있다. 또한 공익단체의 등록, 기부금 관리, 민관협치 등과 같은 분야에서 발생할 수 있는 편향성 논란을 줄이고, 오히려 시민사회 활성화에 집중된 정책 추진이 가능해진다.



무엇보다 이러한 새로운 기구의 출범은 시민들이 정책에 참여하고 공공의 사안을 논의할 수 있는 숙의 공론장을 상설 운영하여 민주주의의 일상화를 가능하게 한다. 참여 예산제, 시민 공론장, 정기 간담회 등이 그 기반이 될 수 있다. 이런 변화는 시민사회 자체의 자기조직화 능력을 키우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 이 모든 것은 단지 시민단체를 위한 지원을 넘어 국가의 민주성과 회복력을 강화하는 기반이다. 그 출발점으로 새로운 기구의 신설은 어렵지만 가장 현실적인 선택이다.



다만 시민사회에 대한 정책적 시도는 쉬운 문제는 아니다. 김대중 정부의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 노무현 정부의 ‘시민사회발전위원회’, 문재인 정부의 ‘시민사회 활성화 기본계획’ 등은 분명한 이정표였지만 대부분 이런 제도적 시도가 실질적 변화까지 나아가지 못했다. 공익활동에 대한 국가 책임이 시도되었으나 체계로 안착하지 못한 미완의 과정이었다.



따라서 이번 정부가 시민사회기본법 제정과 대통령 직속의 합의제 기구의 설치를 실행에 옮긴다면 이는 단지 제도를 하나 더 만드는 것이 아니라 축적되어 온 시민사회의 정책 흐름을 비로소 완성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다. 새 정부가 진정 ‘국민주권 정부’를 자임한다면 공익활동을 위한 정책을 단순한 지원이 아닌 국가의 책무로 인식해야 한다. 그 출발점으로 새로운 시민사회전담기구의 설치는 가장 중요한 제도적 응답이 될 수 있다.



국가는 더 이상 시민사회를 주변부에 두어서는 안 된다. 공익활동가들이 변화를 만들고 사회를 돌보고 민주주의를 지켜내는 이들이라면 그들의 지속 가능성을 책임지는 것은 국가의 몫이다. 새 정부에 대한 모든 국민과 시민사회의 기대가 높은 지금, 바로 그 책임을 정책으로 증명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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