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각성이 필요한 이유…'법은 어떻게 민주주의를 배신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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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 거대한 퇴보 = 라훌 바티아 지음. 양진성 옮김.
고산지대부터 열대까지 다양한 기후대에 걸쳐있는 인도는 하나로 정의하기 어려운 국가다. 민족 구성원도 다양하고, 언어는 더 다채롭다. 여러 종교가 난립해 있으나 주류는 힌두교다. 불교, 자이나교 같은 종교도 창궐했지만, 힌두교와 근본 뿌리를 공유한다는 점에서 그리 이질적이진 않았다. 그러나 델리 술탄국과 무굴제국 시기에 본격적으로 뿌리내린 이슬람교는 힌두교와 결이 너무 달랐다. 힌두교가 다신교 혹은 범신론에 가까운 반면, 이슬람은 일신론을 주장하기 때문이다. 독립 후 인도는 종교 문제로 분열에 휩싸였고, 결국 무슬림이 주류인 파키스탄·방글라데시, 힌두가 주류인 인도로 갈라졌다.
책은 그 이후의 이야기다. 구체적으로 2014년 힌두 극단주의자인 나렌드라 모디가 총리로 당선된 후 벌어지는 민주주의의 위기를 다뤘다. 힌두 극단주의자들, 즉 '힌두트바'(Hindutva)가 필요하면 살인도 정당화하고 있는 혼란스러운 상황을 언론인이자 작가인 저자가 취재해 책에 담았다.
책에 따르면 힌두계 중 가장 억압받는 계층, 불가촉천민도 무슬림보다는 잘사는 경우가 흔했다. 무슬림에 대한 차별을 반대하는 대학생들의 시위를 폭력으로 대처하는 경우도 많았다. 모디 총리가 한때 몸담았던 인도국민의용단(RSS)과 힌두 극단주의자들은 거리를 쏘다니며 "무슬림이냐", "힌두교도냐"를 물으며 공포감을 조성하곤 한다.
저자는 7년간 폭동 피해자, 가해자, 경찰 등 수백명의 사람을 만나 인터뷰하며 인도 내에 만연한 힌두 극단주의의 뿌리를 추적해 나간다. 그 뿌리는 생각보다 깊고 넓게 퍼져 있었다. 저자는 "새로운 형태의 인도가 부상하고 있었고, 정교분리주의와 평등이라는 오랜 규범들은 버려졌다"고 탄식한다.
글항아리. 5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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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은 어떻게 민주주의를 배신하는가 = 신디 L. 스캐치 지음. 김내훈 옮김.
민주주의의 핵심은 시민이다. 그러나 법과 제도, 그리고 지도자를 뽑는 선거에 가려 그 본질을 망각하기 쉽다.
볼로냐대학교 정치학 교수인 저자는 우리가 이 당연한 사실을 잊는 이유가 법에 지나치게 의존해왔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더 나은 규칙이나 법, 혹은 새로운 지도자가 오늘날 민주주의의 위기를 해결해줄 수는 없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위기의 시대를 건널 유일하고 지속 가능한 해법은 시민, 곧 우리 자신에게 있다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제대로 된 시민은 어떻게 탄생할 수 있을까. 저자는 여섯 가지 수칙을 제안한다.
"지도자를 따라가지 말 것", "권리를 누리되 책임질 것", "광장에서 계속해서 교류할 것", "지속 가능하고 독립적인 공간을 만들 것", "법보다 먼저 타문화를 포용할 것", "다음 세대를 방관자가 아닌 시민으로 키울 것" 등이다.
저자는 "우리는 시민으로서 회복력을 키우고, 공동체를 마비시키는 존재가 아니라 폭력과 같은 악한 방식을 수반하지 않은 채 서로 연결됨으로써 강한 유대감을 가진 존재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위즈덤하우스. 300쪽.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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