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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10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취임 뒤 첫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열어 위성락 국가안보실장(맨 왼쪽),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오른쪽)과 자료를 보며 의견을 나누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의 지난 9일 기자간담회 발언에서 가장 두드러진 대목은 협상 전략으로 ‘통상·투자·구매·안보 전반을 망라한 패키지 딜’을 제시한 부분이다. 현재 한-미 간 현안들이 무역(관세 문제)부터 안보 문제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얽혀 있으므로, 개별 의제만 떼어내기보다는 포괄적으로 묶어서 해결책을 찾겠다는 뜻이다. 핵심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체면을 세워주면서 국내 여론도 만족시킬 수 있는 해법을 찾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10일 취임 뒤 처음으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고 대미 관계를 비롯해 주요 안보 현안을 점검했다.
가장 공을 들여야 할 분야는 관세다. 정부도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두 차례 연속 미국을 찾을 정도로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관세 인상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부의 협상 카드는 디지털이나 자동차 등의 분야에서 비관세 장벽을 낮추면서 천연가스 등 미국 상품 구매를 확대하는 것이다. 제조업 협력을 강화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협상이 성공했다’는 명분을 주는 것도 정부가 제시할 수 있는 카드다. 미국과 관세 협의를 마치고 이날 귀국한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조선이라든가 반도체라든가 미국 입장에서 산업 경쟁력과 국가 안보 측면에서 굉장히 중요한 산업에 대해 한국 기업들이 어떻게 협력하면서 미국 제조업 재건을 도와줄 수 있을지에 대해 굉장히 관심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안보 분야에서 미국이 요구하는 사안을 협상 테이블에 올리는 것도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분위기다. 우리 정부가 관세 협상에 안보 문제까지 더하는 ‘패키지 딜’을 공식화한 것 역시 관세 협상만으로는 양자를 동시에 만족시키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국방·안보’ 분야, 그중에서도 국방비 증액은 가장 상위에서 논의될 의제로 보인다. 지난달 26일(현지시각)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국방비 증액 결의가 아시아 동맹국들과 하는 협상에도 영향을 주느냐’는 물음에 “만약 우리의 유럽, 나토 동맹국들이 그것(국방비 증액)을 할 수 있다면 나는 아태 지역의 우리 동맹과 친구들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나토가 5% 국방비 증액을 의결한 것처럼, 한국·일본 등 동아시아 동맹국에도 비슷한 수준의 요구를 할 수 있다는 취지다.
위 실장 역시 전날 “국방비를 늘려가는 쪽으로 협의를 하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했다. 다만 5% 증액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문제는 여전하다. 한국의 올해 국방예산은 61조2469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2.32% 수준이다. 5%로 올리기 위해서는 국방비를 지금보다 2배 넘게 증액해야 하는데, 지금의 세입·재정 구조상 불가능에 가깝다.
정부가 고려하는 대안은 인공지능(AI), 조선 등 ‘국방 유관 분야’의 투자를 늘리는 것이다. 나토 역시 ‘직접 국방비 3.5%+간접 안보 비용 1.5%’ 구조의 지출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직접 국방비는 무기 도입과 병력 유지 등 순수 국방 예산, 간접 안보 비용은 군사 인프라 보호, 방산 기반 강화, 사이버 방어 등을 포함한다. 여 본부장도 최근 미국에 “인공지능, 반도체, 바이오, 전기차, 배터리, 조선, 군수, 원자력 등 다양한 제조 분야에서 한·미가 상호 호혜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할 수 있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밝힌 바 있다.
위 실장이 ‘한-미 동맹의 최종 상태’까지 염두에 두고 협상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경제적 득실뿐 아니라 동맹의 신뢰와 안보 이익까지 포함한 종합적인 해법을 찾도록 미국 쪽에도 촉구하겠다는 뜻이다. 이 부분은 양국 정상끼리의 담판에서 다뤄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동맹 전반의 이익을 생각하자’는 정상 간 공감대를 만들어내는 것이 과제다.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은 한국과 미국이 모두 부정적이지 않은 현안인 만큼 협상 카드가 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대중국 견제가 절실한 미국으로서는 주한미군 역할 변경(대북 억지 전력→중국 견제 전력)의 일환으로 전작권 전환에도 긍정적일 가능성이 높다. 이 대통령도 대선 과정에서 전작권 전환을 공약했다. 문정인 연세대 특임교수는 “전작권 전환은 우리뿐 아니라 미국도 선호하는 이슈이니 어느 한쪽의 ‘바게닝 칩’(협상 카드)으로 쓰기 힘들 것 같다”고 했다.
신형철 기자 newiron@hani.co.kr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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