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자 경향신문 지면 중에 개인적으로 눈길이 오래 머물던 기사가 있다. 5면에 게재됐던 “‘목선 표류’ 북한 주민 6명 동해상 송환…북 마중나와”다. 지난 3월과 5월 서해상과 동해상에서 북한 주민 6명이 표류하다 구조됐다. 이들은 북으로 돌아가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방법이 마땅치 않았다. 북한이 남북관계를 ‘적대적 2국가’로 규정한 뒤 남북연락채널을 끊어버렸기 때문이다. 정부는 유엔군사령부를 통해 북한 주민들을 돌려보내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송환하는 좌표와 시점을 알렸다고 한다. 북은 응답을 하지 않았지만 이날 예고했던 시점과 장소에 경비병을 보내 북 주민들을 인계해갔다는 것이 요지다.
앞서 9일자 지면에는 납북자가족모임이 임진각에서 대북전단 살포 중단을 선언했다는 기사가 실렸다. 2013년 박근혜 정부 당시 대북전단 살포를 중단했던 이 단체는 10여년 만인 지난해 공개 살포를 재개했다. 최성룡 납북자가족모임 대표는 “(통일부 등의 전화를 받고 납북자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확인했다”며 “이재명 대통령이 정상회담이나 남북대화를 빨리하기 위해서 대북전단 살포 중단에 (다른 단체들도) 동참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정상화해야 할 또 하나의 과제가 ‘남북관계 개선’이다. 윤석열 정부 3년이 지나면서 남북관계는 완전히 틀어져버렸다. 개성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형체도 없이 사라져버렸고, 경의선·동해선 도로와 철도는 끊겼다. 심지어 윤석열 정부는 북한에 무인기를 보내는 ‘도발’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고,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장에 전투군을 파병해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켰다. 이쯤 되니 몇해 전에 남북 정상이 함께했던 ‘도보다리’ 회담은 머나먼 전설처럼 들린다.
앞서 9일자 지면에는 납북자가족모임이 임진각에서 대북전단 살포 중단을 선언했다는 기사가 실렸다. 2013년 박근혜 정부 당시 대북전단 살포를 중단했던 이 단체는 10여년 만인 지난해 공개 살포를 재개했다. 최성룡 납북자가족모임 대표는 “(통일부 등의 전화를 받고 납북자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확인했다”며 “이재명 대통령이 정상회담이나 남북대화를 빨리하기 위해서 대북전단 살포 중단에 (다른 단체들도) 동참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정상화해야 할 또 하나의 과제가 ‘남북관계 개선’이다. 윤석열 정부 3년이 지나면서 남북관계는 완전히 틀어져버렸다. 개성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형체도 없이 사라져버렸고, 경의선·동해선 도로와 철도는 끊겼다. 심지어 윤석열 정부는 북한에 무인기를 보내는 ‘도발’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고,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장에 전투군을 파병해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켰다. 이쯤 되니 몇해 전에 남북 정상이 함께했던 ‘도보다리’ 회담은 머나먼 전설처럼 들린다.
개인적으로 북한 땅을 밟아보지 못했다. 일반인에게 금강산이 개방되고 개성 방문도 쉽게 허용됐던 2000년대 초반, 북한을 방문할 기회가 적지 않았지만 ‘다음’으로 미룬 것이 패착이었다. 20년이 지난 2025년 북한이 근접할 수 없는 금단의 땅이 될 것이라고 그때는 예상하지 못했다. 2010년 금강산 관광은 명맥이 끊겼고 2016년 폐쇄된 개성공단은 군사기지로 바뀌었다. 남북 경제협력사업이라는 이름으로 북한산 수산물과 모래 등을 들여왔다는 것은 가물가물한 기억이 됐다. 그때는 횟집 원산지 표시에서 ‘북한산’을 쉽게 볼 수 있었다고 말하면 요즘 2030은 믿지 못할지도 모른다. 지난 20년간 그렇게 남북관계는 계속 뒷걸음질 쳤다.
대북관계 개선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싫든 좋든 북한은 실존하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머리 위에 묵직한 짐을 이고 계속 달릴 수는 없다. 역대 정권도 어떤 식으로든 대북관계 개선에 관심을 뒀다. 이명박 정부도, 박근혜 정부도 심지어 윤석열 정부까지도 ‘통일 대통령’ 꿈을 한 번쯤은 꿨다는 것은 대북관계 개선이 보수냐, 진보냐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다.
노무현 정부 당시 기획예산처가 통일 비용을 산출하려 한 적이 있다. 그때 예산처 관계자에게 “통일의 의미가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그는 “소비시장, 생산시장이 두 배가 된다는 뜻”이라고 답했다. 같은 언어, 같은 문화를 향유하면서 개발 여지가 넘쳐나는 북한은 경제적으로 매력적이다. 도로, 철도 등 기간시설이 완비되면서 일감이 부족해진 건설업, 인구감소로 소비처가 축소되고 있는 패션, 식품, 전자제품 등 내수산업 입장에서 대북관계 개선은 새로운 기회가 된다. 북한을 지나 대륙으로 가는 길이 뚫리면 물류체계는 혁명적 변화를 맞이할 수도 있다. 그 길을 따라 LNG 등 에너지도 유입될 수 있다.
물론 남북관계 개선은 이재명 정부의 힘만으로는 안 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이란 분쟁 등 세계는 문재인 정부 때보다 더 거칠고 험해졌다. 북·미, 북·러, 북·중 관계도 예전 같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사자가 나서지 않는다면 어떤 변화도 기대할 수 없다.
구조한 북한 주민을 북으로 돌려보내고, 대북전단 살포도 중단했다. 노무현 정부 당시 통일부 장관이었던 정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약 20년 만에 다시 통일부 장관 후보자로 돌아왔다. 일련의 조치는 대북관계 개선을 위한 ‘빌드업’으로 보인다.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 화려하게 시작했지만 그만큼 허무하게 끝났던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과는 달라야 한다는 것이다. 이재명 정부는 ‘국익 중심의 실용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그 색깔에 맞는 ‘대북 빅픽처’를 기대한다.
박병률 탐사기획에디터 겸 경제에디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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