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이 5월19일 오후 서울 중구 인권위 청사 14층 전원위원회실에서 열린 남규선 상임위원 이임식에 참석해 이임사를 듣고 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
안창호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위원장이 성소수자 관련 진정 사건을 검토한 조사 보고서의 차별시정위원회 안건 상정을 보류했다. 위원장이 차별시정위원회 등 소위원회 안건에까지 개입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 인권위 내부에서는 성소수자 문제에 부정적 입장을 보여온 안 위원장의 “부당한 개입”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인권위와 조사관들의 설명을 10일 들어보면,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가 제기한 진정 사건 보고서의 차별시정위원회(차별시정소위) 상정을 보류하라는 의견을 제시해, 안건 상정이 무산됐다. 아수나로는 지난해 10월 교육부 국정감사에서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과 이주호 교육부 장관이 ‘모두를 위한 화장실’(성중립 화장실)을 부정적으로 언급한 것을 두고 “성소수자 학생의 인격권과 평등한 교육권, 안전하게 교육받을 권리 등 인권을 침해했다”며 진정을 냈다.
해당 진정 사건 보고서를 작성한 조사관 ㅊ씨는 전날 인권위 내부망에 실명으로 글을 올려 “차별시정국장이 계속 상정을 미루다가, 7월에 열리는 (차별시정)소위를 앞두고 ‘위원장님이 상정을 보류하자고 하신다’고 했다”고 적었다. 이어 “(차별시정국장이) ‘나의 결재권은 위원장님으로부터 위임받은 것이니 위원장님이 그런 의견이시라 나는 결재를 못 하겠다’고 했다”며 “혹시 성소수자 건이라 위원장과 상의하나 의심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비판했다. 안 위원장이 부당하게 소위 안건 상정을 가로막았다는 취지다.
실제 위원장이 차별시정위원회 등의 소위원회 안건 상정에 개입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인권위에서 개별 진정 사건은 소위원회에서 심의·의결하는데, 여기서 위원 간 의결이 안 되는 사건만 위원장이 참여하는 전원위원회에 올려 논의된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해당 안건은) 검토 과정에 있는 사안”이라며 사실상 안창호 위원장이 안건 상정과 관련해 의견을 개진한 사실은 인정했다. 다만 “위원장은 위원회 업무를 총괄한다”며 “위원장이 이를(안건 상정을) 막았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한겨레 후원하기] 시민과 함께 민주주의를!
▶▶민주주의, 필사적으로 지키는 방법 [책 보러가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