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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약자 건강 침해하는 의료급여 정률제 철회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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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약자 건강 침해하는 의료급여 정률제 철회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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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10일 열린 ‘의료급여 제도개선 시민단체’ 간담회에서 시민단체 측 참석자들이 항의를 위해 퇴장한 뒤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10일 열린 ‘의료급여 제도개선 시민단체’ 간담회에서 시민단체 측 참석자들이 항의를 위해 퇴장한 뒤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이스란 보건복지부 차관이 10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시민단체와 ‘의료급여 제도 개선’ 간담회를 열고, 의료급여 수급자 본인 부담을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바꾸는 절차를 전면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입법 예고된 이 법안은 오는 10월 적용할 계획이었다. 갑작스러운 방향 선회는 대통령실이 이 법안이 빈곤층 건강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것이라며 반대해온 시민사회 의견 청취를 주문한 것이 반영됐다. 먼저 의견 수렴을 하겠다지만, 이재명 대통령 공약이 복지 사각지대를 메우는 방향이어서 철회될 가능성이 크다.

의료급여는 저소득 국민에게 국가가 의료비를 지원하는 공공부조다. 그런데도 복지부는 지난해 ‘의료 쇼핑’을 관리하고 재정 부담을 줄이겠단 취지로 정률제 전환을 추진했다. 현재 진료 건당 1000∼2000원인 본인부담금을 올 10월부터 진료비의 4∼8%로 바꾸는 내용이다. 그러나 정률제는 수급자 의료비 부담을 늘리는 건 물론이고, 병원 방문 자체를 꺼리게 만들어 건강권을 침해할 소지가 크다. 이 때문에 정률제 전환을 비판해온 시민사회단체는 이날도 강하게 철회를 요구했다. 안 그래도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던 정책을 충분한 논의도 없이 정권교체기 서둘러 밀어붙이는 게 합당한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복지부는 수급자 불안을 야기한 정책을 이제라도 바로잡아야 옳다.

건강 빈곤층 실태는 결코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2023년 의료급여 수급자는 151만7000명으로 전 국민의 약 3% 규모다. 빈곤층 비율이 14.9%인 걸 고려하면 의료급여 사각지대가 얼마나 넓은지 알 수 있다. 소득 간 건강 격차도 심각한 수준인 데다, 건강불평등이 삶 전반의 불평등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연구도 여럿이다. 의료급여 체계 개편은 보장성을 더 높이는 방향이어야 한다.

정부는 빈곤층 진료비를 아끼는 데만 초점을 맞춘 윤석열 정부의 탁상행정 정책을 철회해야 마땅하다. 수급자 부담을 늘리기보다 건강불평등을 메울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정률제 개편 철회가 의료급여 공공성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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